여기와서 언제나 느끼고 있는 거지만, 하루는 절대로 훌~쩍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다닐 적에는 남편 출근하기 전에 차려 주는 아침(새벽 5시 반에 차리니 새벽밥이라 할 수도 있겠다)밥의 고비만 제대로 넘고 나면 점심은 회사에서 맛난 거 사먹고, 저녁은 가까이 사시는 친정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 주는 밥을 염치도 없이 자주 얻어먹었기 때문에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내가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를 다 차려야 한다. 따라서 아침을 간신히 해치우고 나면 남편이 점심 먹으러 집에 온다.(요즘엔 차갑게 식은 도시락 먹는 것보다 차타고 5분 거리의 집에 와서 내가 갓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싶은가 보다...) 간신히 점심을 먹여서 남편을 다시 직장으로 돌려보내면 그때부턴 또 저녁식사를 뭘로 준비할까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당장 내일 아침 6시에 차릴(그나마 한국보다는 몇 십 분 늦어졌다^^) 아침밥 메뉴를 고민하고...

최근엔 입덧도 가라앉고 감기에서도 완쾌된지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한 끼 한끼를 준비해 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남편의 고맙단 말 한마디 뿐... 흑흑. 그런 말로는 내 음식 창작의 고통이 전혀 보상되지 않는단 말이다 ㅋ

삼시 세끼를 위해 고민하는 나의 노력을 지인들에게라도 알리기 위하여 최근 며칠 새 해먹은 메뉴를 한 번 올려보련다. 먼저 그저께 점심때 해먹은 떡국!

1. 무우, 다시마, 멸치, 말린 버섯을 넣고 먼저 멸칫국물을 끓인다.
2. 양파, 파, 호박, 버섯, 건새우, 고소기를 준비한다.
3. 냉동실에서 떡을 꺼내어 해동한 후 물에 잠시 담가둔다.
4. 갈은 마늘까지 넣고 온갖 재료를 다 넣어 팍팍 끓인다. 그리고 국간장으로 살짝 간 맞춘다.
5. 계란 고명을 올려 먹는다.끄읕~ 




다음은 그저께 저녁때 준비한 떡볶이~

1. 양배추, 오뎅, 파, 양파, 호박, 버섯을 준비한다.(원래 당근도 넣어야 하는데 재고 바닥나서 걍 스킵!)
2. 삶은 계란 몇 개와 소고기, 라면 사리와 멸치우린 국물을 준비한다.
3. 멸치 우린 국물에 떡과 소고기, 오뎅을 넣고 끓인 다음, 준비한 야채들과 라면사리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4. 약간의 설탕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후, 삶은 계란을 얹고 통깨를 뿌려 먹는다.



다음은 어제 저녁때 해먹은 국물 촉촉한 불고기!

1. 불고기를 사서 양념해 둔다.
2. 당면을 삶아 둔다.
3. 양배추, 버섯, 당근. 양파 등 야채를 준비한다.
4. 양념한 불고기를 냄비에 넣고 멸치우린 국물을 넉넉히 부은 다음 준비한 야채를 넣고 살짝 끓인다. 거의 끓을 때 쯤 당면을 넣고 좀 더 끓인다. 
 


마지막으로 오늘 점심때 끓인 홍합탕!

1. 홍합을 사서 멸치우린 국물에 넣고 끓인다.(난 돈 아끼려고 냉동 홍합 샀다.그래도 맛은 괜찮다.)
2. 갈은 마늘, 두부, 건새우, 파, 고추 등을 준비한다.
3. 홍합이 끓을 때 쯤 준비한 야채와 두부, 건새우 등을 넣고 좀 더 끓인 다음 소금으로 간 한다.



좀전까지 고민하다가 오늘 저녁은 삼겹살 콩나물 김치 찌개로 결정했다. 
이거 열심히 식사를 준비했다고 해서 질리게 계속 먹일 수도 없고 한 두끼만에 다 먹자니 그 다음 메뉴를 당장 고민해야 하고... 이거 앵벌이가 따로 없다. 서태지가 창작의 고통으로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는데, 나 역시 요즘 음식 창작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한편 요즘 연속 일주일 째 집에서 밥만 해대고 있는 나를 보면 일견 대견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도대체 뭐가 대견하다는 건지... 돈 많으면 그냥 나가서 사먹으면 되는데... 흑흑) 반면 영락없는 부엌데기로 전락한 요즘이 조금 처량하기도 하다.

예전에 우리 엄마들은 다 이렇게 집에서 삼시 세끼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주셨는데 요즘 나는 그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겟다. 그리고 위에 소개한 음식들은, 만들 때는 분명 엄청 힘들었는데 올리고 나니 굉장히 쉬운 음식들인 것만 같아 왕 허무하다 ㅋ 

하지만 독하게 돈 모아서 돌아오는 땡스기빙데이에는 하와이 고급 호텔에서 우아하게 비싼 호텔식 좀 즐겨봐야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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