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9개월, 요즘 나의 일상을 딱 3마디로 표현하라면 그건 아마 영어공부, 쇼핑 그리고 요리일게다.

배가 점점 불러 오면서 아무리 정성껏 오일을 발라도 살은 이곳저곳 자꾸 터져만 가고, 가뜩이나 두꺼운 다리통도 점점 부어만 간다. 나는 하은이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실은 버거운데?^^) 내가 왜 둘째를 낳아야 되지? 라는 철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토록 오고 싶었던 미국에 와서 또 출산이라니 도대체 내 인생이 이게 뭔가...하는 넋두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요즘의 우울하고도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영어'공부라고 볼 수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2시간씩 듣는 어덜트스쿨 ESL advanced 수업은 만족 그 자체이다. 물론 잔뜩 부른 배로 두 시간동안 앉아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나는 이 Susan 선생님이 좋아서 지난 가을학기에 이어 겨울학기도 또 같은 클래스를 등록했다. 출산만 없다면 이번 봄학기도 또 등록하고 싶었는데...

지난 시간에는 수잔 선생님이 자기가 오랜동안 모은 웨딩 청첩장들을 모두 가지고 오셔서 미국의 결혼초대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한국에서 청첩장은 곧 고지서와 같은 개념이라(^^) 결혼식만 지나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관점에 따라 이렇게 또 하나의 훌륭한 컬렉션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이외에도 나는 지난주부터 새롭게 영어 Tutoring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작년말까지 7개월간 들었던 콘코디아 대학교 adult ESL이 올해부터 폐강됨에 따라, 나는 당시 내 선생님이었던 Alex 를 우리 집으로 모셔와 개인 과외를 시작하게 되었다. 1:1 수업은 아니고 당시 같이 수업을 들었던 HJ언니랑 나랑 둘이 배우는 1:2 과외인데, 비록 수업시작전에는 몹시 긴장되긴 하지만 그래도 비싼 돈 내고 배우는 수업인 만큼 2주째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아기를 낳으면 어덜트스쿨은 나가지 못하게 될 테지만, 이 개인교습만이라도 꾸준히 해서 영어의 맥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하긴 지금 뭐 영어의 맥을 제대로 짚고 있지도 못하지만 ㅋㅋ).    


다음은 쇼핑! 집에만 우두커니 앉아있기보다는 운동을 하는 것이 아기에게 좋기 때문에 요즘 나는 종종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억지로(?) 쇼핑몰에 나가곤 한다. 처음에는 영어로 물러보는 매장 직원들 때문에 맨날 윈도우 쇼핑만 즐기곤 했지만 요즘은 제법 뻔뻔해져서 매장 안도 제멋대로 싸돌아다니곤 한다^^

이번 주에 건진 나의 쇼핑 아이템들은 몇 개 소개하자면...

먼저 지난 주 헌실이랑 south coast plaza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Disney Store에서 "cuddle up! Buy one get one free sale"을 하는 것은 발견하고 구입한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인형들!
내가 젤로 좋아하는 이 폭신한 캐릭터 인형은 하나에 16달러인데이번 세일기간에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단다. 그래서 더 생각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는 바로 미키와 미니를 총 16달러에 가져왔다. 하은이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래의 노란색 티셔츠는 같은 날, 아베크롬비에서 클리어런스 세일을 하는 중에 건진 티셔츠이다. 원래 30불인데 redline 추가 세일까지 받아서 9.8달러에 가져왔다. 세일 상품들이 많이 빠져서 진짜로 반팔 스몰사이즈는 이거 달랑 한 장 남아있었더랬다^^ 



이건 하은이 베이비갭 스판바지 되시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청바지 같지만 기실은 매우 보드라운 100% 면바지이다. 이것도 50% 세일에 추가 15%까지 받아서 개당 12달러에 사왔다. 유치원 다녀온 하은이에게 입혀보니 인형이 따로 없다. 으이구 귀여운 것~ ㅋㅋ



그리구... 아래 사진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그릇에 입문했다는 증거사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지난 수개월간 인터넷으로 가격폭을 체크하며 눈팅만 해오던 빌레로이 앤 보흐의 12피스 그릇세트를 나는 며칠 전 메이시스 백화점을 통해 결국 구입해 버리고 말았다.

가격은 늘상 하는 50% 할인 가격에 추가로 메이시스 20% 할인쿠폰을 적용받아서, 총 600달러 정도하는 그릇세트를 텍스 포함하여 260달러인가에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 그릇은 사진만 찍고 박스째 우리집 차고에 고이 모셔 두었는데 솔직히 나는 당장 그릇을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지금 있는 코렐 그릇도 튼튼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많이 가격이 떨어진 때인 데다가 언젠가 손님을 대접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무리해서 한 번 구입해 보았다^^

솔직히 나는 결혼할 때에도 혼수로 그릇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그릇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오니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낼만큼 비쌌던 그릇들이 여기서는 그나마 보다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솔직히 마음이 많이 동했다. 또 한국과는 달리 내가 직접 요리를 할 때도 너무 많구... 어쨌든 앞으로도 나는 내가 고민고민해서 사게 된 이 빌레보이 앤 보흐의 프렌치가든 라인을 볼 때마다 괜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요즘 나의 일상의 또 다른 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요리'라 하겠다. 아무리 배가 불러와도 몸이 퉁퉁 부어도 나는 어쨌든 남편과 큰딸의 끼니를 위하여 상당히 많은 시간을 요리에 할애하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저녁, 채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배속의 우리 둘째를 위하여 나는 올만에 야채쌈 요리를 준비해 보았다.
먼저 쌈 재료로는 다시마와 슬라이스 햄을 골랐고 속재료로는 빨갛고 노랗고 초록색의 파프리카와 당근, 버섯, 오이, 깻잎, 무순을 선택하여 소스와 함께 내놓았다. 우리 남편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좀 보라!!!(내가 그동안 너무 많이 굶겼나?^^)



이렇게 하루하루가 또 지나간다. 이제 약 40여일 남은 나의 출산 예정일...
요즘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하은이를 보며 나는 오늘도 각종 출산 스트레스들을 이겨나가 본다. 우리 둘째도 저렇게 이쁘게 클꺼야... 언젠가는 나랑 같이 늙어가는 좋은 친구가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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