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0개월이 된 우리 하은이는 아직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도 잘 모르고, 자신이 공주라고 착각하고 있는데다 가끔 쏼라쏼라하고 자신이 내뱉는 의미없는 말들이 훌륭한 영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철부지다.
 
그런 하은이가 며칠전 나에게 큰 기쁨을 준 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난 5월 1일, 우리 교회 창립 2주년 기념예배가 있는 날, 하은이를 비롯한 유아부 어린이들이 어른 대예배에서 헌금송을 부른 일이었다.

'거인'이라는 노래와 '파더 아브라함'이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우리 하은이가 무대 위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어찌나 신나게 율동을 하는지, 이제 75일된 주은이를 안고 예배당 뒷켠 한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맨날 나한테 핀잔듣고 눈물바람하던 우리 아이에게 저런 과감한 면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ㅋㅋㅋ

먼저 증거 동영상 한 번 올려본다. (근데 난생 처음으로 올려보는 거라 제대로 구현될런지는 의문^^)



다음은 동영상 플레이가 안될것을 대비한 사진 방출~~

유아유치부는 30개월부터 60개월까지의 얼라들이속한 부서니까 이제 40개월인 우리 하은이는 아직 어린 축에 속하는데(키만 봐도 하은이가 많이 작아보인다^^) 그래도 키 큰 언니 오빠들에 뒤지지 않고 열심히 부르는 모습이`인상적이다 ㅎㅎ



그리고 동생은 또 어찌나 귀여워하는지...

다른 첫째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사랑을 빼앗겨서 시샘한다는데, 우리 하은이는 내가 평소에 별로 사랑을 안줘서 그런지(^^) 내가 엄마는 동생보다 하은이를 더 사랑한다고 얘기하면 "엄마 그러지마. 엄마는 애들을 똑같이 사랑해야 하는거야" 하며 오히려 내게 훈수를 하곤 한다^^



지난 5월 1일은 내가 다니는 디사이플 교회가 2주년되는 날이었는데, 우리가 이 교회에 다닌지도 벌써 1년 4개월이 되었으니깐 우리 가족도 이젠 군번으로 상병쯤 되는 위치에 오지 않았을까 싶다^^

아래 사진은 우리 교회 2주년 전교인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인데, 사진사 분께서 교회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계시고 우리들은 교회 앞마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침 며칠 전 한국에서 친정 부모님께서 하은이 어린이날 선물이나 사주라고 돈 10만원을 부쳐 주셔서, 교회 예배가 끝나고 인근 south coast plaza 쇼핑몰에 가서 회전목마도 태워주고 디즈니 스토어에서 하은이가 젤로 좋아하는 분홍색 공주 원피스도 하나 사주었더랬다.

 

하지만 하은이를 키우면서 기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하은이가 잠잘때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사실 하은이는 28개월부터 potty training을 시작해서 33개월 때 기저귀를 완벽히 떼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 치고는 그리 빠른 편도 아닌데, 그것도 내가 30개월 무렵에 엄청 푸쉬해서 간신히 기저귀를 뗀 것이다. 그래도 잠잘때는 자꾸 실수를 해서 지금까지 거의 7개월동안이나 낮잠 잘째와 밤잠 잘때는 어김없이 기저귀를 채워주고 있다.

그런데 하은이가 이제 7월 1일부터는 미국 프리스쿨로 옮길 예정이라  밤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Nap time을 하는 2시간 가량 정도는 기저귀를 뗐으면 하는 바램에서 나는 지난 한 달간 프리스쿨 선생님께 부탁해서 낮잠잘때는 기저귀를 채우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런데 지난 한 달동안 주 5일이면 거의 3~4일은 오줌을 싸서 이불이랑 옷을 모두 적셔가지고 돌아오는 하은이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화가 나던지... 특히 지난 일주일 동안은 내 히스테리가 거의 극에 달해서 "너는 공주가 아니라 오줌싸개야, 오줌싸개. 니 친구들 중에 누가 기저귀 차고 자니? 엄마가 창피해서 프리스쿨에 가기가 싫다. 이제 동생도 생겼는데 넌 동생한테 부끄럽지도 않아?"하고 소리를 지르면 하은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 제가 또 실수했어요. 용서해 주세요."그런다. 그럼 나는 또 "실수는 한 두번 하는게 실수지. 너처럼 수 십 번 하는건 실수가 아니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뭐 이런 전쟁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오죽하면 선생님께서도 하은이가 잘때 오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 때문에 본인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어머니가 그만 져 주시고 다시 기저귀를 채워 주는게 어떻겠내고 조심스럽게 제의하셨다. 하지만 나는 하은이가 밤잠도 아니고 낮잠자는 그 2시간도 소변을 참지 못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 제안을 거절하고 최근 한달 동안 나혼자 씩씩대며 아이에게 분풀이를 해왔다.   

그런데 옆 아파트 사는 유진언니에게 이런 고민을 상담했더니 언니가 책자를 하나 주었는데, 나는 이 책자를 통해 potty training과 bedwetting은 구분되는 개념이라 평상시에 대소변을 잘 가린다고 해서 그것이 잠잘 때도 반드시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직 주은이 때문에 정신 없어서 이 책을 자세하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나는 며칠 전부터 하은이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회유하는 작전에 들어갔다.

아이가 또 오줌을 싸가지고 빨랫거리를 하나 가득 가지고 와도 겉으로는 선하게 웃어주면서(속으로는 내가 저걸 확 그냥... ㅋㅋ) 우리 딸이 친구들 앞에서 옷을 적셔서 속상했겠네...라고 말해 주었더니, 어제는 하은이가 "엄마! 친구들보다 엄마한테 또 미안해서 내가 유치원에서 막 눈물이 났어" 그러는거다. 내 코끝도 같이 찡해졌다. 

 



그래서 나는 하은이가 젤로 좋아하는 스탬프 세트를 하나 사서 Nap time 때 오줌을 안싸면 하루에 한 개씩 엄마가 스티커를 줄껀데 그게 10개 모이면 이 스탬프 세트를 선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뒤로 하은이는 가뭄에 콩나듯 오줌을 안싸고 돌아오는 날이면 스탬프세트 뒤에 내가 준 스티커를 붙이고는 스탬프를 쓰다듬으며 '조금만 기다려... 내가 10개 모아서 널 꼭 가져줄께"라고 말하곤 한다 ㅋㅋ 



아...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들다. 내 기대에 못미쳐도 그 감정을 아이에게 드러내서는 안된다니...

이 두 딸들이 다 자라날 때 쯤이면 다혈질 윤영란은 아마 성인군자의 반열에 들어있지 않을까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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