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에 온지 1년 5개월. 이제 겨우 두 번째로 맞이하는 마더스 데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의 어버이날보다도 미국의 마더스 데이가 더욱 그 이벤트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어버이라는 포괄적인 개념보다는 아예  '엄마'라는 존재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은이 프리스쿨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생님들이 꽤 오랜 기간동안 아이들에게 마더스 데이를 준비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일주일 쯤 전에, 내가 무심코 하은이에게 "하은아! 너 마더스 데이가 무슨 날인지는 아니?"하고 물었더니 아주 당찬 표정으로 "그러엄~ 엄마를 위한 노래도 불러드리고 카드랑 꽃도 달아드리는 날이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잇! 이거 선생님이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 말해버려야겠다. 엄마! 사실 나 엄마의 날 노래 다 외웠어. 내가 불러볼께" 하면서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니 은혜. 푸른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이 노래를 열창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일주일 전부터 새삼 마더스데이에 우리 큰 딸이 나를 어떻게 기쁘게 해 줄 것인지 새삼 기대를 해 온 터이었다.

마더스 데이를 이틀 앞 둔 금요일. 하은이는 프리스쿨에서 돌아오자 마자 흥분하며 다시 한 번 노래를 열창해 주시고, 선물로 책갈피와 카드, 그리고 종이로 만든 꽃을 내게 달아 주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빅허그를 5번 해주라고 했다면서 무슨 대단한 선물이라도 주는 양(?) 과장되게 다섯 번이나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걸 따로 준비했다며 자기 이름과 동생 이름, 그리고 1부터 10까지를 적은 종이를 불쑥 내밀었다. 쨔식! 이게 발로 쓴 글씨냐 손으로 쓴 글씨냐^^ 게다가 7자는 또 거꾸로 썼구나 ㅋㅋ



남편은 마더스 데이를 하루 앞 둔 토요일, 점심 외식이나 하자며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어왔다. 나는 간만에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에 가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느끼함에 빠져 보자고 제안했고, 우리 가족은 아주 오랜만에 CPK에 가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그리고 하은이의 마더스 데이 선물에 감동한 나는 돌아오는 길에 토이저러스에 들러 하은이가 좋아하는 공주님이 그려진 플레이 텐트를 하나 사주었다. 이건 하은이가 예전부터 공주님이 사는 캐슬이라면서 갖고 싶어하던 것이었는데 마침 50달러짜리가 29.99달러에 세일 중이어서 큰맘먹고 걍 사줘버렸다^^



오늘은 마더스 데이 당일인 일요일. 이번 해는 마더스 데이가 주일인 관계로, 주일예배를 드리고 나서 3시에 또 다락방 예배를 드린 후 다락방 식구들끼리 처음으로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외식 장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끼 스시~~~



맛있는 식사 후, 남자 순원들이 각자 자기 부인들을 위해 준비한 편지와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좀 남사스럽지만 우리 부부도 남편이 준 마더스 데이 기념 쿠폰을 들고 증정샷 하나 찍어 봤다^^



마더스 데이를 맞아 특별히 또 좋았던 것은, 하은이 프리스쿨의 션 엄마가 감사하게도 하은이를 밤 9시까지 션네 집에서 데리고 놀아 주시는 바람에, 나는 주은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우리 교회에 간증하러 온 이지선 자매의 간증을 들으러 잠시나마 기도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지선 자매의 간증을 들으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작은 일에도 불평하며 범사에 감사를 잊고 살았는지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전도하고 싶어 기도해 오던 이웃 언니를 위해 그녀의 간증집 한 권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대접 좀 받았던 마더스 데이가 낀 주말도 다 지나가고 나는 어느덧 보모에 또 식모처럼 지내야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은이는 여전히 주은이가 귀엽다며 좋아 죽는다. 그리고 제 아빠가 만들어 준 종이 코알라를 들고 언제나처럼 온 집안을 휘젓는다. 주은이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늘상 울어대거나 똥을 싸댄다. 



그래도 이제는 내 인격이 많이 고매해졌는지 이런 삶도 어느 정도 견딜만 하다 ㅋㅋ

이제 열흘 정도만 지나면 주은이의 100일이다. 슬슬 소박하게나마 주은이의 100일 잔치를 좀 준비해 봐야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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