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주은이를 데리고 어덜트 스쿨에서 만난 지영씨와 작년에 그녀가 소개시켜 줘서 알게 된 또 다른 세 명의 동생들과 함께 모처럼 즐거운(그리고 피곤한^^) 시간을 가졌다.

왜냐하면 오늘은 현주씨의 생일이라 현주씨가 사는 park 아파트 수영장 그릴에서 바베큐도 구워먹고 얼마 전 장만했다는 현주씨네 소파도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park 아파트로 말할 것 같으면 village 아파트와 더불어 얼바인에서 가장 럭셔리한 새 아파트로 꼽히는 곳이기에, 17년된 올드한 싱글하우스에 사는 나로서는 현주씨네 집구경도 꼭 하고 싶었다.

얼바인에 온 지 벌써 1년 5개월째이지만 처음으로 들어가 본 파크 아파트. 어찌나 스케일이 큰지 아파트 중앙 광장을 보고서 나는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대학생 시절 유럽배낭 여행 갔다가 보았던 베르사유 궁전 뜰이 생각날 정도였다^^



우리는 먼저 아파트 커뮤니티의 수영장에 나가서 테이블 가득히 먹을 것을 펼쳐 놓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게다가 다른 동생들이 코스코에 가서 고기도 사오고 또 그 고기에 양념도 재워 온데다 각종 맥주와 음료, 샌드위치와 새우, 나초까지도 모두 준비해 와서 나는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먹어주기만 하면 되는 시츄에이션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은이가 깨어나 진상짓을 시작하자, 생일 파티의 즐거운 분위기를 방해하는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동생들이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얼러 주고 봐줘서, 나는 염치없지만 아침부터 굶었던 허기진 배를 열심히 채울 수 있었다. 

 



주은이가 너무 울어서 더이상 야외 파티가 어렵게 되자 우리들은 서둘러 현주씨네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80여일 된 아이를 아무리 동생들이 데리고 나와도 좋다고 말했다고 해도 민폐인 줄 뻔히 알면서 덥썩 데리고 나온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게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현주씨네 집은 2베드룸의 아답한 집이었는데 아직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이라 이 정도의 집도 충분히 넓다고 생각되었고 깔끔한 현주씨가 인테리어도 모던하게 해 놓아서 두 아이의 장난감과 옷들로 가득찬 너저분한 우리집과 비교해 볼때(ㅋㅋ) 너무나도 살고 싶은 그런 집이었다.(하지만 현주씨도 아기를 낳게 되면... ^^)



1800달러나 한다는 그 유명한 유라 커피머신도 있었는데, 겨우 230달러짜리 우리집 네스프레소에 비하면 완전 고급스런 커피맛이 구현되어 나는 마치 촌년처럼 연신 유라 커피머신기를 만져대기도 했다 ㅋㅋ 



우리는 커피와 과일케익, 초컬릿 입힌 딸기, 그리고 각종 과일을 펼쳐놓고 생일파티 2부에 들어갔다. 이때도 우리 주은이는 지대로 진상 짓을 부리며 마구 울어댔는데 동생들에게 어찌나 미안한지 한 쪽 방구석에 문닫고 들어가 주은이를 달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아마도 2주 동안 집에만 있다가 오늘 모처럼 동생들과 바깥 바람 좀 쐬려는데 너는 이 엄마의 마음을 그토록 몰라주니... 하는 야속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긴 그런 마음을 알아주면 베이비도 아니다만 ^^

 


덤으로,  현주씨가 산 소파 브랜드인 '로쉐 보보스'의 카탈로그를 보고 마음에 드는 소파 사진을 몇 장 올려본다. 소파는 단색의 가죽으로만 제작되어야 한다는 그동안의 내 편견을 깨 준 사진들이다. 이런 컬러풀한 소파가 집에 있다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겠지?

나도 여기서는 남편 월급 열심히 모으고, 한국에 가서는 내 직장 꼭 구해서 돈 많이 저축한 다음 이런 소파 꼭 집에 들여 놓아야겠다. 그리구 이 브랜드 매장이 이미 청담동에 들어왔다는데 한국가면 꼭 구경해야지^^ 



나는 예전에 모임에 눈치없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꼭 그 상황이 되어 같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뻔뻔하게 살지 않으면 나는 마치 단군신화에서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는 곰처럼 맨날 굴 속(집 속?)에서 혼자 지내야만 하는 것을...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서 얼른 주은이가 컸으면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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