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크리스마스다. 어릴 적 설레이며 산타 할아버지(초등학교부터는 그게 부모님인 줄 알게됐지만^^)가 주신 선물을 풀러볼 때도 그랬지만, 지금처럼 내가 가짜 산타가 되어 하은이의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어도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너무나도 즐겁게 느껴진다.

우리집 크리스마스의 시작은 오전 10시에 드린 디사이플 교회 성탄예배로부터 시작되었다. 예배의 오프닝은 유아유치부 아이들의 즐거운 율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비록 우리 하은이는 12월 한달간 한국에 가 있느라 연습에 참여하지 못해서 무대가 아닌 벤치를 지키는 신세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교회 성극반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크리스마스 성극이 이어졌고



남성중창단의 공연도 있었다. 울 남편 역시 잦은 출장과 여행으로 인하여 이번 남성중창단 공연에 끼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어진 7명의 유아세례식. 아마도 내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내가 둘째를 데리고 저 자리에 서 있겠지...



하은이는 조용히 내 옆에 앉아 내 대학후배가 선물한 루돌프 머리띠를 하고 할머니가 사주신 공주팔찌와 반지를 낀 채 얌전히 성탄예배를 드렸다. 내가 그렇게 아기예수님의 생일이라고 강조를 했건만, 하은이는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산타 할아버지의 생일이란다 ㅋㅋ  



그리고 성탄예배가 끝나자 우리 다락방 식구들은 인근 중국집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자그마한 선물들을 교환했다. 오늘 점심은 연세대 교수로 임용되어 다음 달 한국으로 영구귀국하는 경우형제님 부부가 한 턱 내셨는데 너무 과하게 쏘신건 아닌지 슬그머니 걱정이 되면서도 나는 꿋꿋하게 무서운 속도로 음식들을 제거해 나가기에 바빴다.   



나는 이 날 이어령 교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과 이용규 선교사의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선물로 준비했고 이 선물은 순장님 부부에게로 낙찰되었다. 그리고 나는 러버메이드 반찬용기세트를 선물로 받는 행운을 만끽^^

아래 사진은 우리 순장님 부부이신데, 이 날 우리 순원들이 조그만 정성을 모아 선물을 마련한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하고 계신 중이다^^  나 역시 지난 4개월간 좋은 말씀과 기도로 다락방을 이끌어주신 데 대하여 순장, 순모님께 참 고마움을 많이 느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부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집에 와서 우리는 성탄 저녁을 조촐하게 조각케익과 김치부친개로 때웠다. 어짜피 점심때 많이 먹은 기름진 중국음식들이 채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케익은 있어야 성탄 분위기가 나겠기에 비싼 케익보다는 조각케익을 구입하고 어머님이 많이 보내주셔서 냉장고에 남아도는 김치들을 제거(?)하기 위하여 김치부친개를 몇 장 부쳐 보았다^^ 



나는 하은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멜리사 앤 더그의 시계를 준비했다. 정가도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지만 마침 아마존닷컴에서 크리스마스 맞이 50퍼센트 세일을 실시하여 7.5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시계보는 방법도 가르쳐야 하고 또 세일을 하니까 만원도 안해서 좋구^^(난 크리스마스라 해서 어린 애들에게 비싼 선물 주는거 싫어한다. 아직 요맘때 애들은 돈의 가치를 잘 모르니깐^^)



그리고 하은이 아빠는 하은이에게 머리에 쓰는 화관과 천사 날개를 종이로 만들어 주었는데 3단날개가 어찌나 귀여운지 내가 예전에 이면지로 대충 만들어줬던 천사날개하고는 수준이 틀리다. 하은이는 솜씨 좋은 아빠 만나서 복이 참 많다^^ (근데 뒤에 널어둔 빨래들이 넘 적나라한걸... 요즘 전기세 아끼려고 드라이어 안쓰고 걍 빨래대에 널어 말리고 있으니 이해바람 ㅋㅋ)



성탄 다음 날, 우리는 LA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놀러갔다. 예전에 사 둔 자유이용권이 썪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가 남편보고 가자고 막 졸라서 갔는데, 이런... 잘못갔다.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는 겨우 슈렉4D 하나 보고 나왔다. 기차를 타고 달리는 스튜디오 투어나 워터월드 등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서 아예 포기했고... 그나마 크리스마스 시즌에 와서 달라진 거리 장식들을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고나 할까...  



난 결정도 빠르지만 포기도 빠른편!ㅋ  도저히 더이상 유니버셜 스튜디오 내부에서 즐길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할수없이 씨티워크 쪽으로 걸어나와 차라리 때이른 저녁을 먹기로 결심했다. 오늘의 레스토랑은 바로바로 Bubba Gump!
여기는 모든 음식재료로 오직 새우만 사용한다는 곳으로서 새우매니아인 나로서는 언젠가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명성대로 과연 맛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왕새우보다는 주로 중간 이하 크기의 새우들로 음식이 구성되어 있어서 그 점이 좀 아쉽긴 했다.(내가 메뉴를 잘못 시켜서 그런가?) 



오늘 나는 새로운 교훈을 하나 얻었는데 그건 바로 애프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절대 놀이공원은 커녕 프리웨이에도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늘 LA까지 가는 시간도 두 시간 가량 걸렸지만(원래는 55분 정도 걸리는 거리)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얼바인 집까지 오는 시간도 거의 세 시간 가량 걸린 것 같다.

사실 현대자동차가 워낙 좋은(?) 회사라서 울 남편이 휴가인 때는 온국민이 휴가인 경우 밖에 없기에, 오늘 좀 놀이공원이 붐비고 또 프리웨이가 막힐 것을 예상하면서도 용감히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 진출했는데 이렇게 개고생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니... 흑흑

앞으로 애프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집에서 차분하게 성경책이나 읽어야 하나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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