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나이로 어엿한 여섯 살인 우리 하은이(물론 12월생이라 억울한 감은 좀 있다만^^).

하지만 둘째를 키우느라 첫째에 대한 교육열이 팍 식어 버린 이 엄마 때문에, 하은이는 아직도 한글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한글학교였다. 아무래도 여기 얼바인에서 가장 크고 역사 깊은 한글학교라면 당연히 베델교회 한글학교일테지만, 그래도 내가 다니는 디사이플 교회에서도 작년에 처음으로 한글학교가 문을 열었기 때문에, 나는 기왕이면 우리 교회의 한글학교로 보내고 싶어서 지난 달부터 하은이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 그 한글학교에서 인근의 칼스배드에 있는 플라워 필즈로 첫 번째 필드 트립을 떠나게 되었다. 플라워 필즈! 언제나 입소문으로만 들어오다가 오늘에야 드디어 가보는구나~~~ 아싸라비야!

토요일 아침, 58인승 대형 버스를 타고 우리는 한글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몇 분의 인솔 선생님들과 함께 플라워 필즈로 향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으시는 직원 할머니. 젊어 보이는 진 차림에 고운 티아라와 요정 날개를 착용하신채 환한 미소로 관람객들을 맞아 주셨다. 

 

음... 하지만 나의 기대가 워낙 커서 그랬는지 안쪽은 좀 실망인걸... 이건 그냥 소박한 꽃밭이잖아!!!

 

그래도 우리 하은이,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플라워 필즈 안의 각 구역을 다 돌았다는 증거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연신 스탬프를 찍어 댄다. 

 

이건 플라워 필즈에서 자랑하는 쇼!. 딱 하은이 또래 애들 수준이었다. 내가 막 유치하다고 불평해 댔더니 울 남편 왈, 동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데서 에버랜드 수준의 쇼를 바랬던 거냐며 또 한 소리 해주신다. 쯧쯧... 당신은 이해심 많아 좋겄쑤!!!

  

 

 

그래도 쇼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즈를 취해 주는 센스까지!

 

언덕 위로 펼쳐진 꽃 밭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도 한 번 찍어 주시고...

 

아... 저 피곤한 표정의 윤요사... 애써 웃음을 지어 보지만 역시 썩소 밖에 나오지 않는구만. 사실 버스 안에서 내내 둘째와 씨름하느라 이미 모든 기운이 빠져 버린 상태에서 하은이까지 안아 달라고 찡얼대니 참 난감했던 순간이었다.

담번엔 절대로 이런 츄리닝 차림에 맨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굴욕 사진은 찍지 말아야겠다... 흑흑

 

게다가 윤요사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 김밥을 손수 싸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고... 디사이플 한국학교 교장 선생님! 담번에는 도시락 각자 준비가 아니라, 차라리 회비를 좀 더 걷어서 점심을 케이터링으로 준비해 주시면 안될까요?^^

 

그래도 김밥과 포도, 카페라떼와 두유 뿐인 부실한 점심 식사였건만, 남편과 하은이는 얌냠 짭짭 맛있게 먹으며 깨끗이 비워 주어 내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그리고 플라워 필즈의 중앙에는 이렇게 자그마한 시장이 하나 열려 있어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부스에서 자신이 가지고 나온 물건을 팔 수도 있고 또 관람객들은 이를 보고 살 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요런 거 엄청 좋아하는 우리의 윤요사, 부스마다 다가가서 재빨리 훑어 보았지만 물건의 수준은 그닥 높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관광지에 이런 거 빠지면 또 섭하지ㅎㅎ

  

 

여기는 플라워 필즈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루트에 떡 하니 자리 잡은 기념품 샵이다. 꽃이나 나무를 살 수도 있고 꽃과 관련된 각종 소품들을 살 수도 있다.

우리 나라는 고층 아파트가 대세이기 때문에 가드닝을 개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얼바인만 해도 대부분의 하우스들마다 자기 백야드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가드닝 관련 수요가 상당히 있는 것 같긴 하다. 

 

 

 

 

 

 

어쨌든 오늘 한글학교 소풍이 아니었음, 내가 돌쟁이 주은이를 데리고 이렇게 멀리(겨우 얼바인에서 4,50분 거리인데 ㅋㅋ) 나오는 용기를 발휘하진 못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늘 가고 싶었던 플라워 필즈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 하은이가 빨리 한글을 배워서, 돌아오는 마더스 데이에는 하은이가 직접 쓴 카드를 좀 받아 봤음 좋겠다. 그리고 이런 필드 트립은 한 학기에 한 번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씩 있었음 좋겠다 ㅋㅋㅋ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