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 13시간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거의 죽음이었다. 배시넷에 들어가기에 이미 너무 커버린 둘째는 비행하는 13시간 동안 딱 1시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은 이렇게 숟가락이나 장난감을 집어 던지며 계속 찡얼거렸다. 



하지만 우리 주은이, 엄마 아빠 기내식 잘 먹으라고 딱 한 번 자줄(?) 때에는 이렇게 배시넷 바깥으로 귀여운 발꼬락(ㅋ)을 내밀어 주는 센스 ㅎㅎ



매년 이렇게 어렵사리 서울에 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그리운 사람들과 즐기는 맛난 음식들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도 나는 남편이 주재원 교육을 마치고 일주일만에 먼저 미국으로 돌아간 후,  아이 둘을 봐주시는 부모님의 배려로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하루에 거의 두 탕씩  뛰어 가며 여러 지인들을 만나 맛난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립던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너무 기뻐서 카메라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집으로 돌아 와서야 사진 찍지 못한 것을 후회한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정신줄이 살아 있어서 사진기를 들이댈 수 있었던  만남의 순간들을 인물이 아닌 음식 위주로 대충~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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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여행의 첫만남은 1년 전 얼바인에서 영구 귀국한 혜정언니가 동탄에서부터 우리 친정집 앞 파리크라쌍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준 것이었다. 언니! 나 이 블루베리 치즈케익 엄청 맛나서 이 날 이후로 다섯번이나 똑같은 거 사먹은거 아시우? ㅋㅋ 



글구 역시 동탄에서부터 달려와 내가 젤로 좋아하는 뱅뱅사거리 파스쿠치에서 4년간의 묵은 수다를 한꺼번에 쫘악 풀어냈던 대학 친구 효진이.



게다가 얼마 전부터 자발적 백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골드 미스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주며 코엑스 토다이에서  값비싼 점심을 쏘고, 그것도 모자라 인근 서점에서 하은이 선물까지 살뜰히 챙겨준 대학원 동기 은실이.



이제 서울 촌년이 되어 버린 나를, 모처럼만에 이태원의 핫플레이스 "Passion 5"로 불러내 준 현경씨.
나 이 날, 눈과 혀가 엄청 행복했다오~

 


그리고 맨날 서초동의 오래 된 아파트만 전전해 온 나에게,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내부의 화련한 자태(?)를 구경시켜 주시고 맛난 홈메이드 음식까지 대접해 주신 박집사님과



아주 추웠던 날, 분당에서 신사동 가로수길까지 일찌감치 먼길을 달려온 보고 싶었던 오랜 친구 신재.




여기에 또 빠질 수 없는 떼거지 조합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거의 15년째 만나고 있는 단대부고-서초고 연합동아리 "뮤즈" 얼라들 되시겠다. 나는 이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좋아서 목소리가 괜히 걸걸해지고 말투 역시 욕부터 나오곤 한다 ㅋㅋ  아마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으례히 차려줘야 하는 격식 따위가 없어도 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명동 신세계 꼭대기층의 내가 젤로 좋아하는 만두집과 이번에 처음 가본 뉴코아 5층 애슐리에서 두 번이나(!)  만난 교회 친구 지연이와 



전 회사 동료 박대리님과 효정쌤을 만났던 사당역 파스텔시티의 오리와 꽃게.
박대리님! 그 비싼 오리를 다 쏴주시어 이제 그대는 다음 나의 귀국 여행 선물 고가자 1순위에 당첨되시었소 ㅋㅋ 



한편 양식집 라그릴리아에서는  대학교 솟을관 룸메이트였던 승희언니를 만났고



얼바인에서도 언제나 떠올랐던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나는 어느 비오는 날 저녁에 혼자서 강남역의 작은 토스트집에 불과한 야쿤카야를 찾아가 치즈프렌치 토스트를 3개나 먹어치우기도 했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 내가 가입했던 막강 사조직(?) "대기만성"의 회합을 강요(?)하여 서초역 사거리에 새로 생긴 씨푸드 레스토랑 보노보노에도 갔었는데 길팀장님, 이대리님 여기 정말 맛났어용... 물론 길팀장님의 출혈이 무지 컸지만 ㅎㅎ 어찌됬든 새해에는 우리 모두 조직 이름 그대로 대기만성합시다용 ㅋㅋ 
 

 

뿐만 아니라 직장 상사들을 향한 나의 마수의 손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수 년전 이미 우리 회사에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신 박팀장님과 홍팀장님을 직장 앞까지 찾아가 맛난 한정식을 뜯어 먹기도... ㅎㅎ

하지만 홍팀장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 손에 이렇게 맛나고 예쁜 투썸플레이스 케익까지 들려 주셨으니, 감솨감솨~



끝으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에서 만난 타과생 은선씨와 함께 서래마을의 대표적인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톰볼라에서 장식했다. 3월에 결혼을 앞둔 은선씨는 원래도 예뻤지만 이날따라 더욱 이뻐 보였음 ㅋ

 


얼바인에 와서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또 나의 얼바인 라이프에 대해서도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는 나이지만(너무 어린 둘째를 홀로 키워야 하는 고생을 제외하면^^), 한국에 두고 온 직장 동료들이나 학교 친구들, 그리고 교회 친구들을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그들이 너무 그립다. 

그래서인지 나는 요즘에도 그들과 함께 노는 꿈을 자주 꾸곤 하는데, 꿈에서는 행복하고 좋지만 막상 깨고 나서 그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무의식 중에서도 이들을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괜시리 서글퍼지곤 한다.

하지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욱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한국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참 좋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내년 이맘때에는 더 신나게 잘 살고 있을 그들과,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많이도 생겨났을 서울의 맛집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만발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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