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년 전 쯤, 얼바인 인근 도시 중 하나인 San Juan Capistrano의 유명한 스페인 성당에 다녀온 바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 도시에 어린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페팅 주(Petting Zoo)가 있다는 거다. 그것도 차로 가는 것보다는 기차를 타고 가는 게 더욱 재밌단다.

천하의 윤요사, 무엇이 무서울소냐?(실은 17개월된 주은이 데리고 나다니는게 젤로 무서워... ㅋㅋ) 마음 먹은건 바로 실행에 옮기기 위하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터스틴 시의 기차역으로 고고씽~ 오늘 여행에는 영어가 좀 되는 친구, 정민과 3살박이 아들래미 이헌이가 동행해 주었다. 땡큐, 친구!

먼저 기차를 타려면 기차역에 가야겠지?(뭥미...) 내가 사는 웨스트팍은 얼바인이지만 얼바인 스테이션보다는 터스틴 스테이션이 더 가까워서 우리는 터스틴 역으로 향했다.

 

터스틴 역에서 얼바인, 라구나 니구엘 두 역을 더 가면 바로 세번째 역인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역이 나온다.

편도 소요 시간이 약 22분. 정말 갈 만하다. 기차 안은 열라 쾌적하고 사람은 거의 엄따. 어른 왕복 비용은 14달러이고 아이들은 3명까지 무료다.

 

이 사진의 제목은 "따로 또 같이" 되시겠다. 이헌아! 하은아! 좀 붙어라. 벌써 내외하냐?ㅎㅎ

하은이랑 주은이랑 나는 미국 와서 두 번째로 타보는 기차 놀이다. 아마 첫번째 기차 경험은 작년 11월에 허스트 캐슬 갈때였지?^^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나의 두 딸들.

하은아, 주은아! 잠자는 너희들을 바라보면 미치도록 행복하다가도, 이렇게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미치도록 힘들구나... 흑흑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역의 모습.

황량한 시멘트 건물이었던 터스틴 역과는 달리 붉은 벽돌과 담쟁이 넝쿨이 잘 어우러져 너무도 고풍스런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산 친구 정민이도 그 아름다운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는^^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렇게 예쁜 표지판들이 길을 가르쳐 준다. 자세히 보면 왼쪽 화살표에 Petting Zoo라고 써있다.

 

역 인근이 '히스토리컬 디스트릭'이라 하여 역사 보호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그렇게 잘 보존해 놔서 그런지 얼바인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쁜 곳들이 정말 많았다.

특색있는 작은 공원들과

 

요런 작은 뮤지엄도 있었고

 

하물며 '헤어 살롱'이라는 곳도 이렇게 이쁘게 생겼으니...^^

 

글구 이곳에는 가정집처럼 생긴 작고도 맛난 레스토랑과 커피집이 꽤나 많았다.

먼저 오늘 우리가 브런치를 먹으려고 계획했었던 입소문난 레스토랑인 더 라모스 하우스 카페.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매주 월요일인 쉰단다. 나는 왜 하필 월요일에 이곳에 왔단 말이냐!!! 흑흑. 하지만 할 수 엄따. 담번에 다시 와야겠다. 퉷퉷~

 

이건 역에서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 하지만 옐프 평점은 그냥 so-so.

 

맛은 어쩔지 모르지만, 레스토랑이나 커피 하우스들이 다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 그 자체로 훌륭한 배경이 된다.

 

이제 잡소리는 그만 하고... 본격적으로 페팅 주, 주마스 얘기로 돌아가자. 바로 여기! 입장료는 어른 8달러. 아이 7달러다.(언제나 돈에 민감한 윤요사 ㅋㅋ)

 

우리도 입구에서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3달러에 샀다.

 

웬 동물 앞에서 웃고 있는 윤요사. 하지만 펜스가 가운데 있건만 동물이 행여나 나를 햝아 먹지 않을까 사실은 떨고 있다 ㅋㅋ 그나저나 윤영란, 타향에서 애 둘 키우느라, 얼굴 무쟈게 상했다. 삼십대 중반에 저 촌스런 레스포삭 백팩은 또 뭔가...쯧쯧

사실 나는 정말이지 개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을 싫어한다. 하물며 우리 집 앞에 사는 귀여운 토끼도 싫다... 그래도 두 아이들의 동심을 돌보기 위하여 동물원에 온 모정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우웩우웩) 

 

엄마! 저도 힘들어요... 도대체 이 냄새 나는 곳은 어디인가요?^^ 시끄러! 넌 좀 자라, 자! ㅋㅋ

 

하은이와 이헌이가 토끼와 염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어린 아이들과 작은 동물들은 정말이지 궁합이 잘 맞는 피사체들이다. 이 귀여운 것들! 

 

그런데 큰 동물들도 배고프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바로 애처로운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하은이도 이런 큰 동물은 무섭단다^^

 

이 페팅 주에는 크고 작은 동물들 이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유치찬란하지만 인기는 많은 기차 놀이!

 

그리고 모래가 아니라 옥수수 낱알로 만든 놀이터. 하은이가 특히 여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야외에는 생일 파티를 위한 바베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바베큐 그릴과 냉장고가 완비되어 있는데다 햇빛 가리개도 확실하다^^

 

여긴 무슨 아이들 옛날 체험관이라나... 좀 허접하다만 아이들은 그래도 좋아할 듯.

 

이건 아이들을 위한 사금 채취 체험장.

 

또 페팅 주 한 가운데는 이렇게 생뚱맞게 공룡 조각상이 하나 서 있고, 그 뒤로는 미끄럼틀 놀이기구가 보인다.

 

이제 동물 냄새는 그만 맡고, 서서히 다운 타운으로 나가 볼까나? 먼저 지도를 봐 주시고...

 

잠깐! 배가 너무 고프잖아. 먼저 달라붙은 뱃가죽을 좀 떼고...^^  오늘 우리가 즉흥적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선드라이드 토마토 카페 되시겠다.

 

내부도 너무 깔끔하고...(드디어 고개 떨군 우리 주은이... 아침 댓바람부터 끌려나와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이 불쌍한 것!^^)

 

식전 빵부터 선택한 음식들까지 하나 같이 굿굿! 조아요~

 

이제 슬슬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활보해 볼까나?

걸으면 걸을수록 계획 도시인 얼바인과는 달리, 정말이지 고즈넉하고 예쁘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1년 전에 우리가 다녀갔던 스페인 미션도 이렇게 역 가까이에 있었구낭...

 

다시금 촐촐해진 아이들에게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 왔다.

 

 

아이 둘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힘들다. 기저귀며 음식이며 챙겨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어딘가를 잘 다녀 왔을 때, 느껴지는 희열 또한 매우 크다. 오늘은 나에게 그런 하루였다고나 할까?

요즘은 블로그를 하는 것이 버겁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써야지... 하고 다짐했건만, 집에서 고된 가사 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다. 나 씻을 시간도 없는데 하루에 100명도 안들어 오는 요런 블로그를 꼭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무슨 일이건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하는 거라고. 한 번 밀리면 끝도 없이 밀린다고. 그리고 되뇌인다. 윤요사, 넌 파워 블로거야! 라고 ㅋㅋ 그러면 옆에서 남편이 맨날 놀린다. 파워 블로거 다 죽었냐고. 켁켁. 나도 웃긴다. 요즘 내 생활이 이렇게 웃긴다. 쓴웃음도 웃음이라면 말이다. 헐!!!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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