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은이가 태어난 지 벌써 열흘째다.

하루에 10번씩 아직 젖을 잘 빨지 못하는 주은이를 위해 유축을 하고 그걸 젖병에 담아 두세시간 간격으로 열심히 먹이다 보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나는 또 하은이가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전보다 더 열심히 놀아주는 등 여러 가지 배려를 해야 하고, 새로 맞이한 도우미 아주머니와도 생활패턴과 의견을 조율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또 밀려드는 회사일과 하은이 픽업, 도우미 아주머니와 장보기 등으로 남편 역시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 와중에서도 우리 주은이가 벌써 이만큼 컸다.



아직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들이 찾아오진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분들이 우리 집 대문 앞에 선물을 놓고 가셨다. 친지들의 도움 없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분명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반면 그만큼 한국보다는 더 따뜻한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

먼저 옆 아파트 민정언니가 두고 간 선물들. 내가 정말 꼭 필요했던, 그래서 조만간 사려고 했던 신생아용 침대(crib)에 어울리는 범퍼와 깔개를 언니에게 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마음이 통했는지 척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 역시 꼭 필요했던 스윙과 예쁜 분홍색 폴로 상하의도 같이 보내주셨다. 게다가 신생아용 욕조와 아기앨범까지도... 범퍼와 스윙과 욕조는 모두 언니 딸이 쓰던 것들이란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감사하다. 어쩜 새것같이 이렇게 깔끔하게 쓰셨을까...



다음은 교회에 같이 다니는 승민엄마가 보내준 선물. 젖이 잘 돌게 한다는 오가닉 허브티이다. 지금은 아이가 먹는 양이 적어서 아직 젖이 부족하진 않지만 조만간 아이가 크면 열심히 마시면서 모유수유에 전념해 보련다. 또한 승민엄마는 아기용 침대도 하나 구해서 승민아빠를 통해 직접 우리집까지 운반해 주셨는데, 그 침대는 울 남편이 바빠서 아직 조립하지 못한 관계로 일단 패쓰~ 이번 주말에 조립하고 나면 그 멋진 크립 사진을 꼭 올려주련다^^  



아래 사진은 '팩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동식 크립 되시겠다. 요건 우리 교회 다락방 정민자매가 자신이 쓰던 것을 빌려 주셨다. 앞으로 승민엄마가 빌려준 나무로 된 크립은 1층에 두고 정민자매가 빌려준 요 이동식 크립은 2층에 두고 써 볼 예정이다.  



아래 선물은 역시 옆 아파트에 사는 유진언니가 선물한 전기방석이다. 아기를 낳으면 엉덩이가 뜨뜻해야 한다며 어제 밤 언니 남편을 통해서 우리 집 대문 앞에 놓고 가셨다. 언니도 지난 12월에 둘째 아기를 낳은터라 요즘 정신이 없을텐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 주시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이건 좀 생뚱맞은 선물인데, 바로 울 남편이 아기 낳느라고 수고한 내게 준 선물이다^^*  몇달 전부터 장지갑을 갖고 싶다며 조르던 나는(지금 쓰고 있는 지갑은 5년 전에 남편이 연애할때 내게 선물한 것인데 이제 5년이나 쓰다보니 완전 싫증났음ㅋ) 주은이를 낳은 바로 다음 날, 병원에 누워서 인터넷을 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인 kate spade에서 대박세일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남편에게 이 지갑들이 사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 왈 '영란아! 내맘 변하기 전에 그냥 질러버려!" ㅋㅋ 그래서 바로 오더했다. 핫핑크색 지갑은 버클이 달린 정통 장지갑이고 겨자색 지갑은 디귿자형 지퍼가 달린 쿠폰 및 영수증 모음형 장지갑 되시겠다. 가격도 무지 착하다. 원래 가격은 개당 195불과 215불인데, 세일가로 각각 78불과 87불에 구입할 수 있었다.  



다음은 우리 하은이를 위한 선물이다. 프리스쿨에서 누가 가져온 걸 봤는지 몇 주일 전부터 백설공주 핑크 청소기를 사달라고 콕 집어 졸라댔던 하은이. 하나님께서 주은이를 세상에 보내시면서 하은언니 주라고 선물을 보내셨다면서 아마존닷컴에서 24달러에 구입한 이 청소기를 쓰윽~ 꺼냈더니 우리 하은이, 주은이에게 땡큐를 연발하며 뽀뽀하고 아주 난리가 났다^^



며칠 전, 비내린 오후 얼바인 하늘에 오랜만에 잠시 무지개가 떴다.

열흘째 사람구경도 못한채 아구같이 먹고 새우잠을 자고 끊임없이 모유를 짜는 매우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요즘은 내가 사람이 아니라 인간젖소(?)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 이 시기를 웃으며 얘기할 날이 오리라... 누군가가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고 말했던 것처럼...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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