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월은 내 삶에 있어서  매우 싱거운 한 달이었다. 8월 첫째 주가 남편의 여름 휴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디 제대로 여행을 가보지도 못했고, 더운 날씨로 인해 낮에는 어린 애들을 데리고 바깥 출입을 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어서 뭐 포스팅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도 엄썼다.

그러한 무료한 일상 속에서 요즘 나의 화두는, 바로 주은이의 이유식 문제이다. 매번 거버 이유식을 사먹이는 것도 미안해서 이번에는 생후 6개월이 된 주은이를 위해 집에서 호박죽을 한 번 만들어 보았다. 하긴 솔직히 내가 더 먹고 싶기도 했다만^^ (아마도 얼바인에 본죽같은 죽집이 생각다면 아마도 나는 맨날 거기 앉아있을 것이다. 호박죽, 단팥죽, 깨죽, 잣죽, 전복죽 다 좋다... 내가 무슨 노인네가 된 것 같다만 ㅎㅎ)

먼저 오늘 요리의 간단한 준비물을 소개한다. 단촐하게 기냥 쌀가루와 호박 한 개 되시겠다.



일단 호박을 잘라서 컬쿠리에 넣고 삶아 준다.



그리고 예전에 사 두었던 팥을 물에 넣고 인내심있게 아주 오랫동안, 물이 절반으로 졸아들을때까지 계속 끓여준다. 날도 더운데 이것 때문에 우리집 실내 온도 급상승해 주시었다^^



다음엔 쌀가루를 물에 풀어주고



삶은 호박의 껍질을 벗겨낸 후 속살만 발라서 믹서에 곱게 갈아준다.



거기에다 물에 푼 쌀가루를 넣고 푹푹 끓여주면 아기 이유식 끝!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어른 호박죽까지 만들려면, 삶은 팥까지 넣어 주고 간을 해 주면 된다.



그리구 삶은 팥의 양이 좀 많다면 쌀가루로 새알을 만들어서 이렇게 단팥죽을 끓여봐도 좋겠다.



아... 그러나 맛은 좋다만 워낙 손이 많이 가서 앞으로는 이런 이유식이나 죽은 집에서 절대 못해먹겠다. 에라! 내가 언제부터 애 키우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고... 다시 거버 이유식으로 과감히 회귀하련다 ㅋㅋ


다음은 7개월을 맞은 우리 주은이의 성장발달 인증샷.
사실 볼때마다 통통한 볼살을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뻐 죽겠다. 이래서 둘째를 낳아봐야 진짜 아기 이쁜 줄 안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닌듯 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어언 7개월... 이젠 가끔 아이의 사랑스런 미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해서 아이랑 잠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은 이기적인(당연한?) 마음이 용솟음친다. 




한편 우리 큰 딸 하은이는 미국 프리스쿨 전학을 앞두고 미국 와서 처음으로 지난 주에 치과에 가서 정기 체크업을 받아 봤다.

얼바인에서 아이들 치과로 나름 유명한 타이니 티쓰 모습.
선물로 받은 스티커를 손에 꼭 쥐고 의젓하게 진료를 받고 있는 하은이. 아직 충치가 하나도 없다고 선생님께 칭찬 받았다. 내가 매일 아이와 씨름하며 양치질을 빡빡 시켜준 보람이 있다^^

 


남편은 회사 일로 바쁜 중에도 요즘 토이스토리에 푹 빠진 하은이를 위해서 버즈 인형도 사주고 그것도 모자라 종이모형도 직접 만들어 주었다. 사실 내 눈에도 토이저러스에서 산 인형보다 울 남편이 직접 만든 페이퍼모델 버즈가 훨 예뻐 보인다. 



이번 주에는 나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새로운 노트북과 아이폰 4를 장만한 것!

몇 년동안 써오던 작은 화면의 노트북은 이젠 성능도 너무 뒤떨어지고 화면도 작아서 늘 불편했었다. 그래서 베스트 바이에 가서 도시바 꺼 대빵 화면 큰 노트북을 세일해서 900불 정도 주고 샀다.



또 맨날 2G폰만 써오다가 갑자기 이렇게 세상 물정에서 뒤떨어져서는 안되겠단 생각이 불끈 솟아올라, 충동적으로 아이폰 4도 질러버렸다.

그리고 저녁때 들어온 남편에게 아이폰 케이스를 뜯지도 않고 통째로 내밀면서 "여보! 내 기존 전화 벌써 끊겼어. 이거 빨리 완벽하게 세팅해줘"라고 말하곤 남편의 황당해하는 모습을 뒤로 하고 재빨리 내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ㅎㅎ



끝으로 나는 코스코에 가서 큰맘먹고 '카탈리나 아일랜드'에 갈 수 있는 익스프레스 할인티켓도 두 장 샀다. 차가 들어가는 큰 배를 타고 섬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 소용되는 비용을 포함한 100달러짜리 기프트 카드를 79.99에 팔고 있었다. 160달러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9월은 8월처럼 이렇게 무료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순 없지 않은가!



이제는 지난 7개월간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억눌러왔던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서서히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새로산 노트북과 아이폰으로, 그리고 카탈리나 아일랜드 여행 계획을 짜면서 지루했던 8월은 어서 역사 속으로 흘려보내야겠다. 다가오는 9월은, 제발 더 다이나믹하고 좀 더 흥미진진한 세계가 내 앞에 펼쳐졌음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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