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나이아가라의 날'이다. 그동안 만 36년을 살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맨날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말만 들어왔지 그게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난 폭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모처럼 맘잡고 정독한 여행 책자와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에 의해 대충 아래와 같은 지식 정도는 알게 됐다.
먼저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국경을 이루는 나이아가라 강에 위치한 폭포로서, 이리 호에서 흘러나온 나이아가라 강이 온타리오 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호수 간에 서로 다른 높이로 인해 형성되었단다.
또한 나이아가라 폭포는 두개의 대형 폭포와 하나의 소형 폭포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염소 섬(Goat Island)을 기준으로 캐나다령인 캐나다 폭포(말발굽 폭포, Horseshoe Falls)와 미국령인 미국 폭포(American Falls)로 구별되며, 소형 폭포인 브라이달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역시 미국 영토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위치한 도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도시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의 다리가 바로 그 레인보우 브릿지 되시겠다. 이 다리 주변으로 이렇게 무지개가 자주 떠서 교각 이름이 레인보우 브릿지라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사전 공부를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나이아가라 속으로 고고씽 해 볼까나?^^
우리는 미국 측에서 먼저 나이아가라를 즐긴 뒤,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건너가는 루트를 택했다. 고로 미국 측에 있는 나이아가라 폴스 스테이트 파크에 먼저 가보자.
이곳에는 우리 같이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보다는 가족 단위로 자기 차를 끌고 와서 요런 버스를 타고 나이아가라를 둘러 보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듯 했다.
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더 선호하고 또 그런 여행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만 난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고 단체여행을 이용한다고 해서 쪽팔리지도 않는다. 왜냐구? 난 지금은 이렇게 애 둘 데리고 가이드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여행조차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글구 나도 영어 능통하고 얼라들 쫌만 더 컸으면 너희처럼 폼나게 다녔을껴! 하지만 워쪄냐? 영어도 짧은데다 여행을 준비해야 할 시간도 없고, 애들 컨디션 운운하며 자유여행을 고집하다간 하루에 몇 곳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할게 뻔한데... 차라리 내 처지를 쿨하게 인정하고 단체여행을 활용할 수 밖에 ㅋㅋ(이상은 폼안나는 단체여행만 이용하는 윤요사의 구차한 변명이었음^^)
참! 이 공원에 와서 이상했던 점 하나! 그것은 바로 이곳에 생뚱맞게 전기 관련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이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테슬라는 토마스 에디슨이 직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활동하던 시절, 교류 전기 시스템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던가?(지금은 뭐 테슬라 회사의 전기차가 훨씬 유명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이용한 수력발전소와 테슬라가 무슨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아님 말구! ㅋㅋ (우리의 불친절한 윤요사는 인터넷을 서치에서 이런 걸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왜냐구? 안그래도 무지 바쁘기 때문이다 ㅎㅎ)
자, 다시 본론이다! 우리는 원래 '바람의 동굴(Cave of the Winds)'을 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아! 이름이 요렇다고 해서 진짜 동굴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이아가라 밑으로 동굴을 파려고 하다가 무너져서 실패했는데 그래도 이름을 그냥 쓰기로 했다나?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미국 측 염소섬에서 폭포 계단을 통하여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로 눈앞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입장료에는 1회용 슬리퍼와 노오란 우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 착용하지 않으면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온몸을 적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워낙 가까이에서 튀기는 폭포의 물보라 때문에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 여기 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초등학교 졸업 후 얼마나 오랜만에 입어 보는 노란 우비인지 온가족이 노란 우비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나도 괜히 동심으로 돌아간듯 하다.
바람의 동굴을 본 후, 우리는 월풀 젯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젯보트 투어란 온타리오 호수가 시작되는 지역에서 출발하여 월풀 협곡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레프팅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는 1인당 120달러나 내야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은 40달러 정도면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간 여행사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1인당 120달러라는 말도 안되는 폭리를 취한 것이었다. 미동부 여행, 그중에도 특히 나이아가라 여행은 5월에서 9월 정도까지만 이루어지는 한철 장사라 그런지, 연중으로 운영되는 다른 미국의 관광코스들에 비해서 한인 관광회사들이 아무래도 바가지를 많이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도 레프팅 자체는 대단히 재밌었는데 다행히 시엄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나랑 남편만 두 손 꼭잡고 레프팅을 즐길 수 있었다^^ (참! 여기도 레프팅할때 배 안으로 물이 많이 튀어서 사진기를 가지고 배에 오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 사진기는 워낙 꼬져서 방수가 전혀 안되지 않나 ㅋ 하긴, 흔들리는 배 속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기도 바빠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레프팅의 종착점이었던 월풀(Whirlpool) 계곡을 전망대에서 조망한 모습. 자세히 보면 케이블카 선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오픈 스타일의 앤티크 케이블카를 타고 월풀 계곡을 왕복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선택관광으로 나이아가라를 헬리콥터를 타고 볼 수 있는 '헬기투어'도 있었는데, 몸이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울 시엄니는 가이드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야심차게 이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꼴랑 20여분 타는데 150달러나 내버렸다며 나중에 어찌나 속상해 하시던지... (어머니는 나중에 스카이론 타워에 올라가 보시고는 차라리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다 보는 게 훨싼 낫다면서 바가지를 썼다고 못내 아쉬워하셨다^^)
이제 캐나다 쪽으로 건너가 보자.
먼저 우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기에 딱 좋은 테이블 록 센터(Table Rock Center)로 향했다. 게다가 우리는 운좋게도 때마침 멋지게 뜬 무지개까지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이렇게 눈높이에서 바라 본 나이아가라도 좋았지만 사실 나이아가라는 높은 곳에서 조망해야 제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아가라의 유일한 전망대인 스카이론을 찾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가 보다. 우리도 절대 빠질 수 없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초만에 타워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아까 테이블 록 센터에서는 부분적으로만 보였던 나이아가라의 장엄한 풍광이 드디어 한눈에 들어 온다.
감격스럽던 (스카이론에서 내려다 보는 나이아가라의 모습이 어찌나 숨막히게 멋있던지 20달러의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온 우리는 자리를 옮겨 내친 김에 나이아가라 관련 아이맥스 영화까지 관람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맥스 영화들을 하도 많이 봐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보면 후회할 뻔 했더라는.
영화의 내용은 역사 속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서 폭포를 타고 밑으로 내려 오려는 여러 사람들의 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웃기고도 눈물나는 시도들이 많았는지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인간의 모험심, 호기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대망의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에 승선할 차례이다. 이 안개 속의 숙녀호는 나이아가라 폭포 투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파란색 우비를 입고 배를 탄 채 폭포 가까이까지 다가가는 스릴 만점의 프로그램이다. 1850여년 경부터 운행이 시작되어 벌써 16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니 그 역사가 놀랍기도 하다.
이 프로스펙트 전망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승선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역시 4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저 아래 승선장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저 배를 타고 이렇게 물보라 충만한 폭포 속으로 돌진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드디어 파란색 우비 착샷!
배 안에서 남편은 주은이를, 시엄니는 하은이를 각각 맡아서 케어하는 동안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신나게 배의 이쪽 저쪽을 돌아다니며 나이아가라의 모습을 찍어댈 수 있었다.
끝으로, 나이아가라 꽃시계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 한 컷까지!
이렇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니, 아마도 나는 앞으로 웬만한 폭포를 봐서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할 것 같다(혹시모르지... 이과수 폭포라면^^). 그만큼 오늘 나에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 쪽에서도 보기도 하고 캐나다 쪽에서도 바라보기도 하고... 코 앞까지 가서 보기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도 보기도 하고... 눈높이에서도 보기도 하고 또 높이 올라가서 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던지 간에 나이아가라는 참으로 멋진 천의 얼굴을 가진 폭포였다.
나는 오늘의 여행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한 것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이아가라의 기운이 지친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한 달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이 포스팅을 쓰다 보니 그때의 흥분이 다시 전해진다.
아... 동부여행! 어린 얼라들 데리고 시엄니까지 모시고 다니려니 진짜 힘들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이동 거리도 열라 길다. 하지만 오기 정말 잘했다. 앞으로 다른 일정이 다 구릴지라도 오늘의 나이아가라 여행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보스턴으로 내려가 하버드와 MIT 등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할 예정이란다.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 나에겐 너무 때늦은 경험이 될테고, 이제 다섯살과 두살인 두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이른 경험이 될 것이다(아니, 너무 이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억이 안날수도 있다 ㅋㅋ).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들 때문에 보스턴에 가는 건 아니다.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처럼, 내가 큰맘먹고 동부여행을 왔는데 보스턴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나는 내일 보스턴에 한 번 가보련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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