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옐로우스톤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 일정은 아침을 먹은 후 간단히 온천욕을 즐긴 뒤, 유타주로 이동하여 몰몬 사원을 투어하고, 유타 주청사를 방문한 후 비행기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조식 후 온천욕을 즐기기 위하여 도착한 곳은, 역시 첫날과 같은 라바 핫스프링스에 위치한 또 다른 소금 온천이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온천욕을(아니 대중욕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이번 옐로우스톤 여행에 온천욕이 두 번이나 껴있는게 싫었지만, 시엄니와 아이들이 워낙 물에 몸 담그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나도 그럭저럭 따라줄 수 밖에. 더구나 내가 직접 물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편과 시엄니가 애들을 다 데리고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볼멘소리를 해댈 처지도 아니긴 하다^^
요건 이날 하은이가 제일 좋아했던 워터 슬라이드. 아래 사진을 보면 남편이 하은이를 안고 초고속(?)으로 내려오고 있다.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온 하은이는 재미와 두려움으로 연신 울면서 웃는 묘한 행태를 연출했다는 후문이ㅋㅋ
그래... 너희들이 이글거리는 가이저나 연기나는 호수를 본들 무슨 감흥이 있겠니... 그저 이렇게 수영하는게 젤로 좋지...
온천욕을 끝낸 뒤 엄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있는 하은이와 주은이 모습. 사진만 보니 여기가 미국 옐로우 스톤이 아니라 마치 한국 시골 읍내의 무슨 구멍가게 앞 같다^^ 행여 지 엄마가 한입 달라고 할까봐 숨도 안쉬고 먹는 모습들이 넘 귀엽다 ㅎㅎ
온천욕을 마친 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의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금욕적 생활과 근면함으로 유명한 몰몬교도의 본산지답게, 무지하게 깔끔하고 차분해 보이는 솔트레이크의 전경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다음은 몰몬 사원 투어에 참여할 차례. 하지만 사원 어디에서도 몰몬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도 몰몬교의 정식 이름이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이기 때문인가보다.
그리고 이건 종교적 체험이 아니라 그저 문화 체험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투어에 참여하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투어 내내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던건 역시 기독교 모태신앙이라는 내 배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투어에 참여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사원 안에 들어가니 자칭 선교사라 부르는 사람들이 약 30분간 사원투어를 해 주었다. 우리는 한국인 관광객이라 울산에서 왔다는 한 여대생 선교사가 배정되어 우리를 위한 투어를 진행해 주었다. 사원내의 건물들의 겉모습은 이러했고
사원 내 정원의 한가운데에서 조셉 스미스라는 몰몬교의 창시자의 동상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투어 진행자는 이 동상 앞에서 조셉 스미스가 창시한 몰몬교를 믿은 초기 몰몬교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브리검 영의 지도 아래 긴 여행을 계속한 끝에 이곳 유타주에 정착했다는 유타 주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건 예배당 건물 안의 모습.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파이프 오르간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내가 4년간 채플 예배를 드리곤 했던 이대 대강당에도 요런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는데... 어쨌든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사원 투어가 끝나고 나니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유타주 청사(Capitol)로 향했다. 다른 관광객들은 이런 주청사에 와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투덜댔지만, 나는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가보는 주청사이기에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나는 세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청사에도 아직 못가봤다^^).
지난 10년간 행정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나는 백악관, 국회의사당, 주청사는 물론 하다 못해 시티홀까지 공공기관 건물은 무조건 다 좋아한다^^ (이러다 행정학도가 아니라 공공건물 건축학도가 될듯 ㅋㅋ)
빗속으로 드디어 웅장한 유타주청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유타주의 별명은 벌집(Beehive) 스테이트인데, 유타주의 근간인 몰몬교가 벌처럼 근면과 성실을 강조해서 그렇다고 한다. 이렇듯 주청사 1층 로비에 마련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보면서 우리는 유타주의 역사와 정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주청사들도 이렇게 호화로운지 잘 모르겠지만 유타주 청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멋있었는데, 천정에는 근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고 벽면 곳곳에도 멋진 조각상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더랬다.
이건 2층에 세워져 있었던 몰몬교 2대 교주이자 유타주 주지사였던 Brigham Young의 동상인데,
어쨌든 이번 여행을 통하여 나는 몰몬교가 조셉 스미스가 창시하고 브리검 영이 발전시킨 종교라는 것과, 그동안 상식 수준에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몰몬교와 유타주의 깊은 관계에 대하여 보다 깊게 알게 되었다.
여기서 옐로우스톤 여행기를 마친다. 경이로운 자연과 함께 보냈던 3일은 물론, 접근 공항이 유타주에 있는 관계로 약간의 솔트레이크 시티 시내 관광까지 곁들여진 이번 여행이 나는 참 좋았다.
신비로운 자연을 경험하면서 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고, 정교가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는 미국 내 다른 주나 도시와는 달리, 종교색이 짙은 유타주와 솔트레이크 시티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다.
목사님의 딸로 살면서 때론 버겁게 느껴졌던 나의 신앙적 무게와, 마음 속으로는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지만 웬만하면 내 삶 속에서는 잘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종교적 신념을, 이토록 자부심있게 드러내며 살고 있는 개인과 집단, 그리고 그들이 모여 이룬 도시의 삶을 보면서, 나는 깨닫는 바가 많았다.
이제 다시 일상이다. 집에 오니 산더미 같은 빨래와 쌓인 먼지들, 그리고 찍어 먹을 찬거리 하나 없이 텅빈 냉장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답은 간단하다. 누군가가 미친듯이 세탁기와 배큠을 돌려대고 바리바리 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면 된다. 썅! 이걸 누가 하겠는가? 당연히 전부 '내'가 해야지^^ 그래, 여행의 약빨이 다하기 전에 기분 좋게 내가 다 할란다.
이상, 윤요사가 제멋대로 쓴 옐로우스톤 여행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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