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이렇게 4년 이상이나 살다 가는데 평소 와이너리 한 곳 쯤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4년을 죽자 살자 아이를 키워봐도 이제야 겨우 세 살,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나같은 처지에게 '나파 밸리'나 '소노마'는 그동안 너무도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래도 얼바인에서 약 1시간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미큘라라는 도시에 나파 밸리까지는 아니어도 꽤 괜찮은 와이너리들이 여럿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들어왔던 터라,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맞이하여 우리 가족은 테미큘라 와이너리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테미큘라 역사 이야기를 좀 하자면, 테미큘라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에 속한 신도시 중 하나인데 원래 '랜초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도시였으나 지난 1989년 도시 이름을 '테미큘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 1980년에는 인구가 불과 2000명 수준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으나, 1980년 이후 10년간 1400%라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이루었을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붐을 이루던 2000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구가 늘어, 지금은 2010년 인구 센서스를 기준으로 약 1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되었단다.  

 

어쨌든 우리 가족, 드디어 테미큘라 시티 입장!  생뚱맞게도 테미큘라시의 자매 도시(sister city) 두 곳 중 한 곳이 일본의 '나까야마'라는 글씨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가넹 ㅋㅋ

 

그리고 그곳은 정말 와이너리를 끼고 있는 도시답게 포도밭과 집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인상 깊은 동네였다. 

 

이곳 테미큘라에는 와이너리들이 줄잡아 열 개도 훨씬 넘게 있지만, 그 중 여러 지인들의 리뷰에 따라 우리가 택한 곳은 '월슨 크릭 와이너리'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되시겠다.

먼저 월슨 크릭 와이너리부터!

이곳은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에 비해 비록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그만큼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좋다는 추천을 들었던 곳이었다.

 

가까이 가니 작은 연못과 브리지, 그리고 이렇게 우리 같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까지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와이너리 입구에 있는 대형 와인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은이.

 

이 큰 와인병을 지나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저 뒤로 넓은 포도밭이 보이고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와이너리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예쁜 와이너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그저 기쁠 뿐이다.

 

멋드러진 중앙 분수는 물론,

 

정원 한 켠에는 대형 가즈보(gazebo) 안에 와인통을 이용한 귀여운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와인 숙성통(배럴)은 포토존 뿐 아니라 이렇게 쓰레기통으로도 쓰이기도^^(배럴이 쓰레기통으로 쓰인 줄도 모르고 옆에서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ㅋㅋ) 

 

으흠... 닌 디즈니 크루즈만 다녀 왔는데 이렇게 와인 크루즈란 것도 있구나. 타이티와 다뉴브란 곳으로 간다는데 나도 나중에 하은이, 주은이 다 시집 보내고 남편과 둘이서 이런 와인 크루즈나 한 번 다녀 와야겠다(하하... 어느 세월에^^).

 

와인 저장 공간(barrel room) 역시 그 자체로도 제법 분위기 있다.

 

드디어 와인 테이스팅에 들어간 우리 부부. 15달러를 내면 5가지의 와인 맛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엄마,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을 홀짝 홀짝 마시며 헤롱헤롱해져 가는 동안, 아이들은 천진하게 기프트 샵을 뛰어 다니며 놀구 있다. 

 

이제 점심 먹을 시간이다. 와이너리 안에 위치한 레스토랑답게 레스토랑 입구에 와인 조형물은 물론  

 

한쪽 벽면 장식 역시 와인통을 이용하여 예쁘게 꾸몄다. 하지만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다. 내가 음식을 맛없는 것으로 골랐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식사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점심을 먹은 우리는 다음으로 태미큘라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

여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매우 볼만한 파머스 마켓이 선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휴일을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왔으니 파머스 마켓을 놓친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블로거 분들은 테미큘라까지 오는 김에 파머스 마켓까지 즐기시려거든 토요일에 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와~ 여기 올드 타운 느낌 아주 지대로인걸? 뭐 미국이야 웬만한 도시마다 크든 적든 간에 올드 타운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올드 타운처럼 old feel 지대로인 곳은 별로 못 본 것 같다. 

올드 타운이 규모도 제법 큰데다 예쁜 상점도 많았고 칠드런스 뮤지엄이나 커뮤니티 띠어터 등도 있어서 자세히 둘러 보면 더욱 좋았을텐데, 이날은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싸돌아 다닐 수도 없었고 게다가 휴일이어서 문을 닫은 상점이나 기관들도 꽤나 있어서 우리는 또 윤요사의 주특기인 '대~충 훑어보기'식으로 올드 타운 투어를 마감했다 ㅋㅋ  

 

 

여긴 테미큘라 시청(City Hall)의 모습. 내가 그동안 봤던 시티 홀 중, 베벌리 힐즈 시티 홀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예쁘게 생긴 곳이었다 ㅋㅋ

 

다음으로 우리는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차를 몰았다. 사실 나는 테미큘라 하면 제일 유명하다는 열기구(Hot Balloon)를 타보려고 했지만 준비 미숙으로 여차여차해서 그건 실패하고, 그냥 여기까지 온 김에 다른 와이너리나 한 곳 더 들르자는 마음에서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는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달리, 리조트와 스파까지 끼고 있는 꽤나 큰 규모의 와이너리였다.  

 

건물 입구에는 '캘리포니아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됬다는 간판도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참! 와이너리에선 이런 리무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취하기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어 외국인들은 아예 이렇게 단체 리무진을 이용하여 와이너리를 돌아다니곤 한단다(이 사람들은 절대로 차가 없어서 단체로 봉고 버스나 빌려타고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 ㅋㅋ). 

 

이제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가 보자. 그 규모가 아까 들렀던 윌슨 크릭 와이너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다.  

 

울 남편은 같이 놀러간 회사 동료분과 나무 그늘 아래서 담소를 나누는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건물 내부는 물론, 와인 시음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기프트샵도 둘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와이너리 투어를 두 곳이나 마쳤으니 이젠 테미큘라에서 와이너리 다음으로 꼭 가봐야 할 곳인 페창가(Pechanga) 카지노 호텔에 한 번 가봐야겠다.

이 카지노 호텔은 인근의 인디언 보호 구역의 운영을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뭐 카지노에서 갬블링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고, 바로 대게(King Crab)로 유명한 페창가 호텔의 뷔페를 먹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나 할까?

 

여기다! 그 유명하다는 페창가 뷔페 식당!

 

역시 첨에는 이것 저것 다 골고루 시켜서 먹어 봤지만

 

나중에는 우리도 오직 킹크랩 한 놈만 콕 찝어서 집중적으로 공략 들어가 주신다 ㅋㅋ 이 날 우리가 먹고 버린 게 껍질이 산을 이루었다는 ㅎㅎ

 

끝으로 윌슨 크릭 와이너리에서 여러 번의 시음 끝에 결정한 와인 두 병과 사우스 코스트 와이너리 기프트샵에서 구입한 치즈 플레이트를 공개한다. 이번에 귀국 이사짐에 넣어져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실 귀한 몸들이시다 ㅋㅋ 

 

이렇게 얼바인에서 1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근사한 와이너리는 물론, 훌륭한 골프장과 카지노 호텔, 그리고 뷔페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관광도시 테미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난 왜 그동안 간과했던 것일까... 

그래도 어쨌든 우리의 윤요사, 결국 귀국을 3주 정도 앞두고 테미큘라를 찍고 가긴 가는구나 ㅋ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귀국 이전 마지막 휴일인 2014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를 알차게 보내고, 바로 다음 날부터 미씨 USA에 살림 내다 팔기 및 짐싸기에 미친듯이 돌입하기 시작했다 ㅎㅎ

 

 

Posted by 모델윤
,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내게 될 12월... 그래서 사실 난 11월부터 우리 가족만의 '멋진 12월'을 기획하기에 바빴더랬다. 이전에 포스팅 한대로 크리스마스는 '미션 인 호텔'에서 보내기로 진즉에 결정했지만, 사실 12월은 크리스마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마침 동부에서 LA로 장기 공연을 왔다는 '라이언 킹 뮤지컬'과, 인근 도시 애너하임에 위치한 혼다 센터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 쇼'를 관람함과 동시에,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시즌 축제라고 말 할 수 있는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에 갈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놈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보트 퍼레이드야 사람이 좀 많이 몰리는 것이 흠일 뿐 따로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공연들을 보자면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 때문에 추억을 희생할 순 없는 법! 나는 늘 그랬듯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하지만 이 모든 추억을 지대로 즐겨보자고 맘 먹었다. 

 

우선, 디즈니 온 아이스!

이건 제일 앞쪽 줄에서 관람하는 비용이 1인당 약 70달러 정도했는데, 나와 하은이는 제일 싼 22.50달러 짜리 좌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이스 쇼는 개별 스케이팅 선수들의 개인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스 링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썅! 구차한 변명은... 사실 모든 공연은 무조건 앞에서 볼수록 더욱 실감난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ㅋㅋ)

여긴 오늘의 아이스 쇼가 펼쳐질 혼다 센터.

 

건물 외벽에 이렇게 디즈니 아이스 쇼(부제 : Rockin' ever after)를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곳에선 12월 17일에서 22일까지 딱 6일만 공연된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 보니, 저~편에서 웬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참! 여긴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이지... 디즈니랜드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여기서도 보이는구낭...^^(이것으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도 본 셈 치련다 ㅋ)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디즈니사의 상술이 마구 마구 돋보이는 이런 부스들이 열 개도 넘게 차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하은이에게 눈요기는 다 시켜 주면서도 작은 수첩 하나 사주지 않았으니..(이런 잔인한 엄마 같으니... 쯧쯧). 하지만 요즘 초절약 모드인 우리의 윤요사, 이런데 절대 1달러도 쓸 수 없다 ㅎㅎ 

 

드디어 아이스 쇼가 시작되었다.

'리틀 멀메이드'를 시작으로(나중에 인어 공주가 천정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갑자기 공중 곡예를 펼치는데 순간 넘 감동 받아서 깜놀했다는 ㅋ).

 

'브레이브(Brave)'- 이것 역시 나중에 화살로 과녁이 부서지는 모습을 완전 실감나게 재현해서 또 한 번 깜놀^^ ,

 

그리고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얼나마 연습했는지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점프 실수도 없이 고난이도 기술을 화려하게 펼쳤고,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더 예쁘게 변형된 무대 의상과, 각 스토리에 맞게 적절하게 꾸며진 멋드러진 무대 장식까지 삼박자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잘 어우러져 나와 하은이는 보는 내내 연신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게다가 쇼 말미에는 미키, 미니를 비롯하여, 오늘 등장한 모든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화려한 피날레 쇼까지 보여주어 마치 환상 속에 있는 듯 했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다음은 뮤지컬 '라이언 킹' 이야기다.

우리 하은이는 작년에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졸업하면서 졸업 퍼포먼스로 라이언 킹 주제곡들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라이언 킹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좋아라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여름, 뉴욕 여행을 갔을때 하은이에게 라이언 킹 뮤지컬을 꼭 보여 주고 싶었었는데 그룹투어로 가는 바람에 자유시간이 없어서 그 기회를 놓쳤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더랬다. 하지만 이번에 마침 라이언 킹 공연팀이 LA로 장기 순회 공연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하은이에게 이 뮤지컬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내가 처음 인터넷으로 가격표를 확인한 순간부터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나는 장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왕 라이브 쇼를 볼거면 최대한 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하은이에게 배우들의 숨소리와 얼굴 주름까지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표들은 1인당 250달러에서 300달러 이상을 호가하니 내가 아무리 하은이의 문화지수 함양에 관심이 있다 한들 평범한 월급쟁이 아빠를 둔 가정에서 그게 과연 될법이나 한 소리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은이를 케어한다는 목적으로 눈물을 머금고 빠져 주시고(사실 나도 엄청 보고 싶었다 T.T), 남편은 LA까지 운전하고 가야 하니깐 뺄 순 없고, 결국 남편이랑 하은이 둘이서만 보는 것으로 하고, 자리도 약간 중간 쪽으로 후퇴해서 1인당 180(수수료 포함)달러, 그러니까 하은이와 남편 자리를 합쳐 총 360달러 정도 지출하는 선에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내가 뭐 무식하게 연극이나 뮤지컬의 관람료가 영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 자리 정도도 1인당 20만원 가량이나 내야 한다면 어떤 서민이 기꺼이 라이브 공연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겠냔 말이다~~~(흐흑)

 

어쨌든 여기는 라이언 킹 공연이 열리는 할리우드 펜테이지스(Pantages) 띠어터.

하은이가 스타 사인이 그려진 보도에서 그녀의 페이버릿인 소피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긴 펜테이지스 극장 내부 모습.

이 사진을 찍어 온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하은이는 두 시간도 넘는 공연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어로 주요 노래들을 연신 따라 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간 민폐가 아니었다는 ㅋㅋ 

 

이건 하은이가 가져다 준 연극 브로셔 되시겠다. 난 연극 광고 안내문을 영어로 playbill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오늘 첨 알았다. 윤요사, 요즘 무식이 아주 쩔었다^^

 

끝으로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 이야기.

올해로 105회째를 맞는 뉴포트비치의 크리스마스 보트 퍼레이드가 12월 18일에서 22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는데, 뉴포트 비치 상공회의소 주최로 벌써 100년도 넘게 치러진 이 행사는, 남가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매우 유명한 행사라고들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는 뉴포트 비치에 자리잡은 발보아 아일랜드의 부티나는(?)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기가 소유한 요트나 보트를 스스로 꾸며서 바다에 띄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가 열린 발보아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다리의 입구 모습. 뒷차가 따라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상태에서 찍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물론 이 다리는 날이 어두워지면 이렇게 멋진 불빛으로 곱게 단장한다.

 

그리고 그 다리 너머로 이따 6시가 되면 화려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매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다는 초인기 이벤트답게 우리 가족은 오후 4시 반쯤 도착해서 벌써 1시간 가량이나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도 여전히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섬 안은 1년에 딱 몇 일 열리는 이 이벤트를 보려고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섬 안을 빙빙 돌고 있을테니, 나라도 발보아 섬 곳곳을 돌아 다니며 구경하라고 배려를 해 주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토끼처럼 깡총 차에서 뛰어 내려 물만난 고기처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워낙 잘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수준이 우리 동네와는 격이 다르다 ㅋㅋ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점점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전부 무슨 쇼핑몰이나 대로변에 있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히 자기 동네에서 자기가 사는 집을 치장한 수준이라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역시 돈이 있어야 마음도 여유로워지나 보다. 나 같으면 이렇게 제 돈 들여 라이트나 소품을 사다가 아기자기하게 집을 장식하기는 커녕, 남들이 거져 준 라이트라 할지라도 아마 전기세가 아까워 못 켤 것 같은데 ㅋㅋ 

어찌됐든 울 남편은 무수한 차량의 행렬 속에 끝까지 차 댈 곳을 찾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 6시, 막 보트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직전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아쉽게도 그냥 섬을 빠져 나올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2013년 12월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느덧 1월의 끝자락이다. 그리고 내일 모레면 벌써 2월이다. 받아 놓은 날짜는 빨리도 다가 온다는 말, 요즘들어 정말 실감난다. 다가오는 2월 14일, 그러니까 둘째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발렌타인 데이 날, 우린 50개월의 미국 생활을 접고 드디어 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난 오히려 그 날이 기다려진다. 마치 50개월 전 직장과 학업을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맨몸으로 태평양을 건너올 때 설레였던 그 때처럼 말이다. 

비록 얼바인에서 보낼 시간이 채 스무 날도 남지 않았지만 그 하루 하루들 역시 최선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2월 14일, 이곳을 떠나는 내 발걸음이 더욱 가뿐하도록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

지난 3년간 우리 가족은 매년12월이면 한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월이면 곧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것이기에 우리 가족은 간만에 미국에서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물론 울 남편은 여전히! 맨날! 아무 생각 엄따^^) 미국에서 보내는 이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그리고 최대한 추억에 남도록 보낼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하다 지난 11월, 드디어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 호텔 앤 스파' 에 가기로 결심하고 예약을 완료했더랬다.

 

내가 오랜 기간의 무한 인터넷 서치 끝에 고른 '미션 인(Mission Inn) 호텔 앤 스파'는 1902년에 지어진 스패니시 양식 건축물로서, 예전에는 말그대로 미션이었지만 오늘날은 4개의 탑 티어 레스토랑과 239개의 객실을 갖춘 명성있는 호텔로 리모텔링되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미국 국립사적지(U.S.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그래서 정식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일 뿐 아니라,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허니문을 즐긴 곳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부가 이곳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실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션 인 호텔 부근에서는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 'Riverside Festival of Lights' 이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이 축제는 인근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연례 행사로 손꼽히곤 한다. 매년 12월, 수 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축제가 열리면, 무려 400만개가 넘는 오색 전구로 미션인 애비뉴 선상이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우리의 윤요사! 어찌 이것을 놓칠소냐~ ^^ 

 

어쨌든, 우리 가족이 얼바인에서 차로 약 45분 가량을 달려 시티 오브 리버사이드에 도착한 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경이었다. 나는 미션 인에 도착하자마자, 미션 인 주변의 풍경을 해가 지기 전 모습과 야경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고자, 호텔 체크인을 먼저 하지 않고 짐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아이들과 함께 미션 인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넓은 호텔 외벽을 빙 돌아 걸어가며 호텔 외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다. 사진기를 들이댈 때마다 하얏트, 메리어트, 리츠 칼튼 등 천편일률적인 초현대식 호텔 체인들과는 달리, 비록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런 미션 인 만의 분위기가 확~ 느껴져서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이제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이 미션 인 호텔의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호텔 곳곳의 데코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냥~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요건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 참말로 멋져 부린다. 이런 데서 밥 먹으면 월매나 분위기있고 또 맛날꼬~ ^^(내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여기서 식사를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오늘 눈으로만 그리고 feel로만 여기서 식사한 셈 치련다^^)

 

호텔 레스토랑 뿐 아니라, 건물 내 로비와 원형 계단의 모습까지도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이제 호텔 밖으로 좀 멀리 걸어가 볼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첨으로 리버사이드라는 도시에 왔는데 어떻게 꼴랑 호텔 주변만 헤맬 수 있겠는가. 다리 힘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열심히 싸돌아 댕겨 봐야지^^

마침 거리 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대충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여긴 무슨 차이니즈 공원이라는 곳이고,

 

요건 성당,

 

그리고 여긴 리버사이드 오디토리움(Auditorium)이란다.

 

리버사이드 박물관과

 

리버사이드 컨벤션 센터는 물론,

 

색색깔의 종이 장식이 인상적인 리버사이드 아트 뮤지엄(Riverside Art Museum)의 모습까지 참말로 귀엽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미션 인 호텔 건너편 광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도 아기자기한 아이스 링크도 있고 예쁜 조각상과 분수대까지 오밀조밀하게 구경할 게 많구나.

 

이렇게 노닥거리는 동안 드디어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온 호텔과 거리가 조명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저 분위기있고 고풍스러워 보였던 호텔 건물이 조명을 입고 나니 이렇게나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야경 감상 및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금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근데.... 저녁을 먹는다면서 왜 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들어가구, 이렇게 밖으로 나오느냐구??? 

음... 그건 바로... 돈.... 아끼려구...

그렇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는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바로 미션 인 호텔 옆 광장의 푸드코트였던 것이다T.T

그래도 루돌프 머리띠를 한 주은이와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하은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푸드 코트의 한 테이블에 앉아 연신 웃음과 수다를 쏟아 낸다. 쯧쯧... 철없는 것들 ㅋㅋ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 메뉴. 통틀어 18달러 들었다. 배만 채우면 됬지 굳이 비싼 거 먹어서 무엇하리...(사실 난 레스토랑에서 비싼 거 먹고 싶었다. 근데 울 남편이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자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T.T)  

그래! 이렇게 돈 아끼면 결국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거지 남편에게만 좋은 건 아니니깐, 오늘은 나도 흔쾌히 수긍하련다! ^^

 

그렇게 푸드코트에서 맛난(?)저녁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렇게 맘씨 좋은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싼타 복장을 하고 나와서 공짜로 하은이와 주은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셨고

 

호텔 옆 광장에 설치된 루돌프 레인 디어를 연상시키는 사슴 우리에서 아이들과 루돌프 사슴 코 노래를 부르며 사슴 뿔을 만져 보기도 했다.

 

그 뿐인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신데렐라 마차도 여러 대 봤다!

한 번 타는데 40달러라는데 눈 딱 감고 애들을 태워줄까도 고민했으나 저녁을 18달러짜리로 먹은 마당에 그건 말도 안되는 사치이기에, 내가 그냥 하은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건 겉으로 볼 때는 이쁘지만 막상 타면 별로 안재밌다고 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하은이가 속아서 고개를 끄덕일때는 어찌나 내 맘이 쨘하던지 ㅎㅎ)

 

벌써 밤이 깊어간다. 이제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 방은 꼴랑 침대 하나가 있는 작은 방이었는데, 침대 두 개 짜리 방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700달러나 줘야 한다길래 지난 11월,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냥 침대 하나 짜리 방으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도 270달러나 줬으니 결코 싼 건 아니다.

오늘 밤 남편은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잘 것이고(그래서 내가 미리 침낭도 다 빌려 왔지롱^^) 나는 두 아이들을 끌어 안고 좁은 침대에서 불편하게나마 하루 밤을 견뎌 볼 생각이다.

 

 

그래도 3층에 자리잡은 우리 방은 뷰가 참 좋았다. 창문을 열면 바로 이런 뷰가 펼쳐졌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불편했던 호텔에서의 밤이 지나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다며 난리가 났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아이들이 잠든 후, 몰래 주차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 숨겨 놓았던 아이들의 선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 머리 맡에 살짝 놔주었는데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어느 경로를 통해 방으로 들어왔는지 추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면 나와 남편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아이들의 추리에 슬쩍 추임새를 넣어줘 본다.

하은이는 늘 갖고 싶어했던 소피아 캐슬을, 주은이는 산타 내복과 소피아 드레스를 받았다.

 

아이들은 알까? 엄마 아빠가 없는 돈에도 저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비록 침대 하나 짜리 작은 방을 고르고 저녁식사도 싸구려 푸드 코트에서 때우면서도, 50달러 짜리 캐슬에 30달러 짜리 내복, 그리고 20달러 짜리 드레스로 선물을 준비한 사실을.

그뿐인가? 하은이와 주은이가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갖고 싶다고 하자, 제 아빠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도 종이로 직접 이렇게 예쁜 리스까지 뚝딱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다시피 추억은 돈 한 푼 안쓰고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는다고 해서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이 필요함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반면 추억을 만든답시고 자꾸 돈을 써버리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지난 4년간 나의 미국 생활은 '추억 만들기'와 '돈 모으기'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좋은 방에서 편하게 자고,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있는 크리스마스 다인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마차까지 태워주었다면 더더욱 좋은 크리스마스 여행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도 우리 가족에겐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리고 특별히 여행은 조금 부족할 때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