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발렌타인 데이에 주은이를 낳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주은이는 점점 커가고 있지만, 역으로 우리 가족이 4년 혹은 5년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이곳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아니, 누려야만 하는^^) 미국 여행의 기회는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우리의 윤요사, 이제 주은이가 넉 달을 막 넘기고 나니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좀 콧바람을 쐬고 싶은 생각이 강렬해졌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알아낸 것이 바로 얼바인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오래된 도시 San Juan Capistrano에 있다는 스페인 성당(Mission)이었다. 캘리포니아 해안가를 따라 건설된 21개의 스페인 성당(Mission)들을 다 둘러볼 순 없을지라도(물론 다 둘러볼 필요도 없지만^^) 그 중 가장 아름다워 미션의 보석으로 불리운다는 바로 그 곳! Mission San Juan Capistrano라도 꼭 발도장을 한 번 찍어봐야 속이 시원하겠다^^

지난 밤 내내 주은이와 수유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멍멍한 정신이었지만, 토요일 아침이 밝자 나는 남편과 하은이, 주은이를 데리고 시온마트에서 김밥 두 줄을 달랑 사 가지고는 싼 후안 카피스트라노를 향해 출발했다. 

먼저 성당 입구의 모습.



며칠 전 인터넷으로 결제한 (어른 1인당 10.5달러짜리)표를 내고 그 입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담하고도 근사한 정원이 펼쳐진다.



이상한 선인장 사이에 위치한 낡은 돌의자는 이미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되어 버렸다^^



ㅁ자 형태로 건물에 둘러싸여진 중앙 정원이 참 예쁘다.



그리고 토끼랑 도롱뇽 등이 그 중앙정원은 자기네 세상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오래된 스패니쉬 성당에 이런 야시꾸리한 포토존이?^^  하지만 나는 다소 유치한 이런 설정들을 좋아한당~  



아치형의 복도를 가진 ㅁ자형 건물들과 아름다운 중앙 정원은 서로 절묘하게 어울려 뭔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을 굳이 꼽으라면, 자외선을 피하고자 챙 넓은 농부 모자를 눌러 쓴 어떤 부부와 빽빽 울어대는 유모차 속의 어린 것, 그리고 공주님 흉내를 내며 잔디밭을 휘젓는 어린 소녀가 아닐까... ㅋㅋ



또 중앙정원 한 가운데는 운치있는 분수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연꽃과 잉어가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었다. 



아치형 복도 한 쪽으로 뚫린 작은 길에 들어서면 아담하면서도 화려한 예배당이 보인다. 그 옛날 스패니쉬 성당 예배실은 이러했구나... 라는 생각에 나는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본다.



예배당을 나와 중앙정원 반대편 쪽으로 나가다 보면 무슨 묘지와 종이 달려있는 외벽이 보였다. 각기 뭐라고 작은 팻말이 써 있었지만 우리 무식한(?) 윤요사, 그런 소소한 역사엔 관심없어! 하며 쓱 지나쳐 버린다^^ 



예배당 맞은 편에는 기념품 샵도 있었는데 카톨릭계 성당답게 여러 종류의 예쁜 카톨릭 종교 소품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미션 타일이 제일 예쁘더라~



이제 시간이 멈춰버려 속세와는 영원히 단절되어 있을것만 같던 중앙정원을 나오면, 지진으로 무너졌다는 성당 본 건물의 남은 일부가 그 웅장했던 위용을 짐작케 한다.

그리로 가는 길목의 바닥 돌엔 무슨 글씨가 깨알같이 쓰여져 있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부님이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동상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펼쳐지는 무너진 성당건물의 일부들.

예전에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 봤던 성당처럼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웅장함과 화려함은 없을지라도, 예전에 미국이 스페인 영토였을 시절에는 이런 미션들이 전략적으로 곳곳에 세워졌겠구나... 하는 생각과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잔해들을 보면서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 느껴졌다.

 


자연을 좋아하고 사람들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울 남편은 오늘의 여행을 매우 만족스러워 했지만, 인공적인 건물(... 백화점?^^)과 사람들로 북적대는 화려한 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늘 여행 점수를 한 70점 정도만 주련다. (역시 나는 뉴욕 맨하탄에 빨리 가야 한다니깐 ㅋㅋㅋ)

그나마 하은이가 좀 더 커서 미국의 역사나 종교 전파의 의미 등을 다소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이런 여행이 좀 더 의미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하은이에게 오늘 여행이 어떘냐고 물어 보니... "하은이는 가든을 좋아해"라고만 대답한다. 으이구~

아무래도 우리 가족은 미국에 너무 일찍 온 것 같다. 하은이는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아직도 헷갈려하고, 정작 여기서 태어난 주은이는 아직 정신이 없구 말이당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얼바인을 벗어나 관광지에 오니 기분만은 참 좋았던 하루였다.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