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아주머니가 떠나신지도 어언 열흘. 게다가 모유수유를 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나는, 요즘 그야말로 식신이 강림한 듯한 허기진 상태에 쩔어 지내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스터를 맞아 맛난 고기를 사주겠다며 언젠가 회식을 했다던 뉴포트비치에 있는 '이조갈비'라는 곳을 향하여 자신있게 운전대를 잡은 울 남편. 그러나 네비에 주소를 찍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헤매이더니 결국 '베니하나'라는 일본식 철판볶음밥 집 근방에 이르러 우와좌왕하신다. 

그래서 내가 그럼 이조갈비는 나중에 가구, 우선은 이 철판볶음밥집에나 들어가자고 제안해서 들어가게 된 베니하나. 내가 자신있게 들어가자고 했던 이유는 언젠가 한국의 압구정동에 이 분점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우선 건물의 위용이 제법 멋지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간 우리 가족은 가운데 철판이 부착되어 있는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하은이는 베니하나라고 써 있는 쉐프 모자를 쓰고는 좋아라 하고 있다.



우리 테이블 앞에 와서 정중히 인사하는 일본인 주방장 아저씨. 그리고 드디어 주방장 아저씨의 철판볶음밥 요리가 시작되었다. 주방장 아저씨는 나름 성실하고 친절한 태도로 이런저런 묘기들을 선보이며 음식을 먹는 내내 우리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점심 메뉴 중 스테이크 요리와 새우 요리를 주문했는데 1인당 약 13불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샐러드와 볶음밥, 그리고 고기 등을 먹을 수 있서 참 좋았다.



뉴포트 비치까지 온김에 우리는 차로 10여분 정도 더 달려 내가 늘 가고 싶어했던 발보아 아인랜드에 도착했다. 지난 10여일동안 하은이 유치원 라이드 해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집 밖 출입을 거의 하지 못한 나를 위하여 남편은 흔쾌히 차를 몰아 주었다.  



하지만 이스터가 낀 토요일이라 그런지, 발보아 아일랜드는 차량과 사람으로 무진장 붐벼댔다. 웬만한 인근 파킹랏은 대만원이어서 차를 대려면 적어도 30분 이상은 걸릴 듯 했다.



그래서 파킹랏에 차를 대고 주은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하은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려던 계획은 잠시 접어둔 채, 남편의 제안대로 나만 차에서 내려서 상점들을 잠깐 둘러 보고, 그동안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차로 섬을 빙빙 돌고 있다가 나를 픽업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은이가 갑자기 울어 제낄지도 모르는데 남편이 이 붐비는 섬 안을 빙빙 돌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도 예쁜 상점들이 많았지만 나는 어느 가게에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아쉽게도 상점 밖에서 윈도우 쇼핑을 하는데에만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끄응~ 조만간 다시 와서 그 땐 반드시 상점 안을 구석구석 훑어볼테야... 흑흑



그래도 오늘은 발보아 아일랜드의 명물이라는 '초컬릿 바나나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먹고 가야지.



급속냉동시킨 바나나를 초컬릿에 퐁당 담그고 그 위에 고객이 선택하는 토핑을 발라주는 별 것 아닌 생과일 아이스크림이지만 그 가격은 무려 3달러~ 그래도 난 궁금해서 이런 건 무조건 다 먹어봐야해^^

맛은 소문대로 역시나 좋았더랬다 ㅋㅋ(하지만 그보다는 나도 드디어 먹어봤다는 일종의 군중심리에 기반한 만족감이... ㅋㅋ)



우리 부부의 이스터 전날 토요일은 베니하나에서 철판볶음밥을 먹고 잠시 동안 바닷 바람을 쐰 채, 이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또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겨 주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첫째 아이 키울 때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요즘은 남는 모유를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비닐팩에 담아서 냉동보관해 놓는다는 것. 사실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되었을 때에는 모유의 양은 많은 반면, 아이는 아직 그리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늘 남는 모유가 처치곤란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메델라 펌프 앤 세이브'를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여분의 모유를 냉동보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냉동실 하나 가득 들어찬 냉동 모유를 볼때마다 괜시리 부자가 된 느낌이다 ㅋㅋ



불쌍한 윤영란, 한방울의 모유라도 긁어 모아 분유값 아껴 때부자 되려나 ㅋ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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