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열흘 가까이 끌어오던 남편의 감기가 엊그제 겨우 회복세를 보였다. 남편도 감기를 앓느라 힘들었을 테지만 아이와 나 역시 감기에 옮지 않으려고 한 집에서나마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추구하느라 나도 대단히 예민해져있었다. 그래서 토요일 오늘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샌디에고에 놀러가서 씨월드도 보고 그 곳에 사시는 교회 김집사님 식구들과 함깨 맛있는 음식도 먹기로 했다. 

벌써 씨월드엔 한 대여섯번쯤 온 것 같다. 그래도 아래의 Sea Harber라 불리우는 곳은 이번에 처음 온 것이었는데 이곳은 수중생물이 아니라 바다와 관련있는 육지동물들을 모아 놓은 작은 동물원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하은이가 여기 동물들을 너무 무서워할 뿐 아니라 또 생소해해서 우리 부부도 좀 당황스러웠다 ㅋㅋ



Wild Arctic 역시 이번에 처음 들어가 본 곳이었는데 여기는 어린이들의 키가 일정 이상이 되지 않으면 입장이 되지 않아서 지난 번에도 그냥 스킵한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 잘 살펴보니 일정 이상의 키를 요구하는 곳은 Wild Arctic 중에서도 놀이기구를 타는 파트였고 또 다른 파트, 즉 고래나 백곰 등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는 시설은 하은이 같이 아주 어린애들도 입장이 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오늘, 우리 가족은 씨월드 도전 다섯번만에 벨루가 고래와 백곰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지난 번에 이어 다시 찾은 펭귄 하우스!
하은이는 요즘 들어 펭귄이 너무 귀엽다면서 퓅귄 인형도 사달라 조르고 펭귄 노래도 부르고 퓅귄 흉내도 내곤 한다. 그런 우리 하은이, 오늘 씨월드에서 펭귄떼에 아주 폭 빠져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끝으로 우리 가족은 지난 번에 이어 돌고래와 인간의 서커스쇼인 Blue Horizon쇼를 관람하였다. 하은이는 돌고래가 위로 솟구칠 때마다 그리고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묘기를 부릴 때마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그럼 나랑 우리 남편은?  음... 솔직히 이젠 씨월드의 모든 것이 지겹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아준다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 아닌듯 하다 ㅋㅋ 



낮 12시에 서둘러서 씨월드를 나온 우리는 곧바로 샌디에고 다운타운(씨월드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유명한 디저트 카페인 extraordinary desserts로 향했다. 미국 전체를 통틀어 오직 샌디에고에만 두 곳이 있다길래 과연 어떤 곳인가 매우 궁금했는데, 과연 들어가 보니 청담동 카페 필이 충만한 것이 내 맘에 쏙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1시에 김집사님 가족과 점심 약속이 있던 우리는 한가하게 앉아서 분위기를 감상할 시간이 없어 그냥 가장 맛있어 보이는 조각 케익 6개를 to go 해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흑흑... 언젠간 꼭 다시 올꺼야...



우리가 김집사님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곳은 역시 미국 전역 중 샌디에고 부근에만 4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브런치 전문 레스토랑인 broken yolk였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위치와 메뉴 등을 검색해 봤던 나는 이 곳이야말로 나름 저렴한 가격에(브런치 개당 가격이 9.99달러니깐 텍스와 팁을 포함해도 13~4달러 정도 밖에 안하니 나름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하고도 훌륭한 브런치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클럽 샌드위치와 햄버거, 그리고 각종 오믈렛 등을 다양하게 시켜서 서로 쉐어해서 먹어 보았는데 다들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여기서 '괜찮다' 는 표현의 의미는 입에서는 맛있는데 속에서는 자꾸 느끼해져서 콜라로 느끼함을 눌러주지 않으면 음식을 끝까지 먹기가 좀 힘든 그런 상태랄까? ㅋㅋ  



음식을 다 먹고 난 우리는 김집사님께서 본인 집에서 좀 쉬면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가자고 제안하셔서 
또 자리를 옮겨 김집사님 댁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우연히 하은이를 위한 가장 작은 사이즈의 중고 바이올린을 구하고 싶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흔쾌히 집사님댁 아들들이 쓰던 가장 작은 바이올린이 있으니 그냥 가져가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뜨앗~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당분간 하은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칠 계획은 전혀 없지만 하은이가 어디서 봤는지 집에서 자꾸 바이올린 흉내를 내길래 장난감 바이올린은 소리가 진짜랑 많이 다르니까 그냥 진짜 바이올린 중 가장 구린 중고품을 하나 구해주려 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은이도 좋은지 나름 그럴싸한 폼을 내며 아빠는 기타를 치고 자기는 바이올린을 켤테니 엄마인 나보고는 노래를 부르란다 ㅋㅋ 




어쨌든 오늘 하은이는 좋아하는 바다동물들도 보고, 또 자기가 젤로 좋아하는 김집사님댁 아들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나랑 남편도 오랜만에 얼바인을 떠나 바깥 바람을 쐬면서 맛난 음식도 사먹고 지인들과 즐거운 대화도 나누어서 기분이 참 좋았더랬다.

이제 둘째 아기를 낳을 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아마도 샌디에고는 이번 여행을 끝으로 당분간은 오기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하고도 기분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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