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발렌타인 데이 날, 둘째 아이를 낳은 이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2주 후면 곧 한국으로 돌아가실 시엄니가 당신께서 열심히 도와줄테니 애 둘을 데리고 여행하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며 계속 부추기셔서(^^)  나는 드디어 "큰 맘 먹고" 허스트 캐슬  1박 2일 기차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삼호관광에 예약하니, 거기서 기차표랑 숙소랑 다 정해주고 가이드 아저씨와 차량까지 제공해 준단다. 여행 경비? 그리 비싸진 않았지만 그것도 울 시엄니가 다 대셨다^^ 나는 말그대로 그냥 "큰 맘만 먹고 떠나면" 되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ㅎㅎ 

토요일 오전 9시, 우리 가족은 암트랙을 타고 기차여행을 떠나기 위하여 LA의 역사적 기차역인 유니온 역에 도착했다. 미국 와서 난생 처음 와보는 기차역이었고 또 난생 처음 타 본 기차였더랬다^^



기차로 거의 5시간이나 달려서 가야 하는 여행이었는데, 삼호 관광에서 점심식사로 미리 김밥과 삶은 계란을 준비해 주었다.  



생후 8개월된 우리 주은이, 지가 뭘 안다고 옥스나드 기차역에 기차가 정착하자 창 밖을 바라 보며 상념에 잠긴다 ㅋ



우리가 탄 암트랙은 대부분 바닷가와 아주 가까운 거리의 철로를 달렸다. 통유리 밖으로 이렇게 멋진 바다가 쉴 새 없이 펼쳐졌다.  



기차칸 중에는 창 밖 풍경을 잘 감상하라고 이렇게 의자가 유리창을 향하여 나란히 배치된 칸도 있었더랬다. 여긴 다른 여행사에서 온 한국 아줌마들로 온통 점령당해서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잘 모를 정도였다.  



여긴 식당칸의 모습. 주은이가 조금만 더 컸어도 우아하게 여기서 식사 한 번 해보는 건데... ㅎㅎ



으앙~  엄마! 또 내 욕하는거야?  나 8개월만에 기차까지 타 본 베이비야~ 이거 왜 이래!!!^^
데려가는 사람은 힘들었지만, 우리 주은이는 아주 신이 났다.
야 이년아! 벌써부터 이런 살인미소를 짓다니, 나중에 남자 여러 명 홀리겠구나 ㅋㅋ 



드디어 5시간여만에 우리의 목적지인 San Luis Obispo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칼 폴리라는 유명한 대학도 있다는데 비록 처음 와본 곳이었지만 올드 타운도 그렇고 주변 경관도 그렇고 참 마음에 드는 도시였다.

처음 타 본 2층 기차야~ 아젠 안녕!!!



우리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 역에서, LA에서부터 15인승 봉고차를 몰고 달려온 가이드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 일행은 우리 가족을 제외하고 4명이 더 있었는데 아저씨는 이렇게 10명 정도 되는 여행이 참 좋다면서 역 부근의 작은 사과농장과 와이너리로 우리를 안내해 주셨다.

여긴 사과농장의 모습이다.
우리는 비료를 주지 않아 비록 작고 보잘것 없지만 맛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후지 사과 한 봉지와 그 사과로 즙을 내서 만든 사이다 1갤런 짜리 한 병을 샀다.



우리는 바로 그 옆에 위치한 패밀리가 운영하는 작은 와이너리에도 들렀는데,



캘리포니아만 해도 크고 근사한 와이너리가 많겠지만(물론 나는 그런데 가본 적도 없지만^^) 이런 쬐끄만 와이너리도 와 보니깐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참 좋았다.
나랑 울남편도 나중에 은퇴하면 시골에다 이런 작은 농장 같은 거 하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첨으로 들었으니깐^^



우리 가족은 5종류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그 중 4병을 골라왔다.마침 20%씩 세일까지 하고 있어서 울 남편 좀 과욕을 부려 주시었다^^ 

저 테이스팅하는 남편의 심각한(?) 모습을 좀 보라. 자기가 무슨 소믈리에 쯤 되는 줄로 아남 ㅋㅋ



그리고 인근 비치의 피어에 가서 여기 명물이라는 무슨 바다 사자를 보았는데, 어찌나 많은지 그저 징그럽단 생각 밖에는... ㅎㅎ



인근에서 일행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침내 들어온 숙소에서 주은이와 한 컷.
내가 그동안 미국 와서 삼호관광으로 캐나다 록키, 하와이,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등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만, 이렇게 구린(?) 숙소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1박 2일에 겨우 1인당 190 달러인 여행에 무얼 바라겠는가?

비록 옆 방에서 코고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허름한 Inn이었지만 나는 두 눈 질끈감고 아이를 껴안은채 잠을 청했다.

 


비록 회사에서 맡은 연구용역 진도도 밀려 있고 우리 교회 제자반 과제들도 많았건만, 시엄니의 권유로 떠밀려(?0 오게 된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지난 1년간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만큼 즐거운 하루였다. 

여행의 위력이란게 바로 이런건가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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