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후면 주은이가 태어난지 꼭 4개월이 된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와 함께 지냈던 첫 두 달은 그나마 주은이를 잠시 맡기고 마트라도 다녀오곤 했으나, 지난 2개월 동안은 정말이지 언제나 주은이와 함께 지냈다. 왜 사람들이 농담으로나마 아이를 엄마의 "껌딱지"라고 부르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나는 최근에 교회 집사님의 소개로  믿을만한 베이비시터를 한 분 구했고, 바로 오늘 그분께 처음으로 3시간 동안 주은이를 맡기고 바람을 좀 쐬기로 결심했다. 시간당 10불이면 이곳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만, 한국에서 아기를 맡기는 비용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비싼 것이 사실이다. 고로 나는 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는 이 3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리라 맘먹으며...

... 인근에 위치한 남가주 최대 쇼핑몰이라는 South Coast Plaza로 미친듯이 차를 몰아댔다.(쯧쯧...^^)

쇼핑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는 하은이 프리스쿨 친구 엄마인 정원언니와 합류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간 곳은 하은이와 내가 동시에 젤로 좋아하는 "디즈니 스토어". 오늘 수영복이 최대 40% 세일이란다. 그리고 공주가 그려진 파자마 원피스도 단 돈 10불이구.

순간 내 뇌리에는 우리 하은이, 할머니가 사주셨던 수영복이 작아져서 이젠 못입을텐데... 맨날 잘 때마다 공주님 잠옷이 입고 싶다 했는데...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비싸지도 않으니 세일할 때 이 엄마가 다 사주마! ㅋ ㅋ    



두 번째로 간 곳은 고디바 초컬릿 부티크.

커피 없이는 살아도 초컬릿 없이는 못산다는 우리의 윤요사. 임신 기간에는 임신당뇨 땜시,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애기 때문에 여기 나올 시간이 없어서 맨날 꿈속에서만 만나보던 이 곳! 그래, 살쪄서 남편에게 무시당하더라도 먹고 싶던 초컬릿 오늘 여기서 다 먹고 말꺼야! ^^



세번째로 간 곳은 포터리 반 키즈 매장.

어릴 적 내 방은 언제나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 싸구려 가구들 몇 개로 채워져 있었기에, 나는 내 아이들만큼은 늘 머물고 싶은 기분이 드는 예쁜 방에서 키워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최근 아이들 방 인테리어 컨셉 및 가격 동향 정도는 쫘악 훑어 주셔야겠지? 어서 안으로 고고씽~^^



아... 가구들 뿐 아니라, 요런 서랍 손잡이나 퀼트, 예쁜  전등과 장난감 소품들까지 다 사주고 싶구낭...(갑자기 웬 뻗치는 모성애냐 ㅋㅋ) 그래, 하지만 이런 건 3년 후 귀국할 때 몽창 사가지고 들어가주마(요건 소심하게도 돈이 없어서 일단 스킵한다는 뜻^^). 

 


게다가 의류매장 J. CREW와 BANANA REPUBLIC까지 샅샅이 훑고 나니, 우리는 도저히 더 걸을 수 없을만큼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가 뻐근해져 왔다. 이 저질 체력들 ㅋㅋ

예전 같으면 쇼핑은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에서 하더라도 음식은 그나마 물가가 좀 싼 편인 얼바인으로 돌아와서 먹었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꼭 점심도 럭셔리하게 먹고 싶다며 나는 언니에게 쇼핑몰 1층 한복판에 자리한 요 레스토랑에 들어가자고 고집을 부렸다. 맨날 눈팅만 하면서 단단히 벼르다 들어간 곳이었는데 맛도 꽤 괜찮은 편이어서 내 기분은 더 좋아졌다. 



아... 벌써 2시간 40분이 홀딱 지나가 버렸넹. 빨리 가서 우리 주은이 쭈쭈 먹여줘야지... 나는 다시 빛의 속도를 차를 몰았고 주은이를 집으로 데려 오면서 3시간 동안의 꿈같은 자유를 마감할 수 있었다.

그럼 오늘 건진 아이템들을 방출해 볼까! 



그리고 제 엄마가 3시간 동안 어디에 다녀왔는지도 모르는 채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둘째 주은이. 근데 너는 왜 갈수록 아빠만 닮아간단 말이냣^^



어쨌든 나는 앞으로도 일주일에 하루, 몇 시간 정도는 장을 보든 외식을 하든 간에 오늘과 같이 나만의 시간을 좀 가져볼 생각이다.

주은아! 엄마도 사람이란다. 엄마도 네가 정말 좋지만, 너랑 너무 오랜시간을 붙어 있으니 솔직히 무언가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마음 속에 조금씩 쌓이는 것 같아. 일주일에 세시간 정도만 엄마를 좀 이해해 주려무나. 그럼 엄마가 앞으로 더 잘할께^^*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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