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하지만 우리 가족은 모하비로 가기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모하비 사막에 가면 현대기아자동차 주행성능시험장이 있는데 오늘은 거기서 현대기아차 현지 직원 및 일부 주재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Family fun Party가 있다고 한다.

외국 사람들과 함께 하는 파티, 그리고 한국인 주재원들과 그 가족들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모하비까지 두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지만 나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매우 들떠 있었다. 남편은 무척이나 설레여 하는 나를 보면서 별로 기대하지 말라고 계속 찬물을 끼얹어 댔지만 그래도 나는 가는 도중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무슨 선인장 같은 나무가 드문드문 보이는(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뭐 죠슈아 트리란다) 황량한 사막을 지나고 또 지나서 우리는 겨우 프리웨이 옆에 생뚱맞게 서있는 회사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행성능시험장 입구로 들어가니 나름 환영한다는 현수막도 붙여 있고 어린아이를 위해 미니카와 썬글라스 등을 인심좋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입구를 지나쳐 들어가 보니 드넓은 사막 한 가운데 자동차 주행을 위한 아스팔트 도로가 길게 깔려 있고 한 쪽 구석에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작은 건물이 하나 덩그러니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파티의 첫 코스는 셀프 가이드로 주행장 일대를 둘러보는 것이란다. 우리 가족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별 재미도 없는 황량한 주행장을 열심히 돌아보았다.



셀프투어가 끝나고 오늘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이 모두 지정된 야외 장소에 모여 들었다. 우리는 이 땡볕에 햇빛 가리는 천막도 없이 철제로 만들어진 간이 스탠드에 앉아 지인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며 정식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사회를 보는 외국인의 쏼라쏼라가 끝나자 현대차 미주법인장이시라는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생기신 전무님이 나오셔서 인사를 하시고 오늘 파티를 준비한 직원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노고를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곧 시작된 스턴트 카 쇼! 이름만 듣고는 내가 얼마나 설렜던가!

하지만 이 스턴트 쇼는 현대차가 개발한 각종 기술들을 장착했을 때와 장착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서 보여주고 빠른 회전과 아슬아슬 비껴가기 등을 보여주면서 어설프게 끝나버렸다.거기 모인 외국인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지만, 영 내스타일은 아니었다. 또한 묘기를 부리면서 차를 운전한 사람이 운전석에서 내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뛰어나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남편과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짐과 그 아내 파멜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네들은 나를 보면 무척 반가워하지만 나는 이네들을 보면 언제나 도망치기에 바쁘다. 도무지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이들과 함께 하루 10시간도 넘게 일하는 우리 남편이 어찌나 불쌍한지...쯧쯧 



드디어 점심 시간. 식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상에... 오늘 나온 음식은 샐러드와 햄버거, 그리고 소다 음료였다. 파티랍시고 멀리서 불러 놓고는 햄버거가 뭐람... 입이 대빨 나와 있는 나에게 남편은 웃으면서 "외국 파티가 다 그렇지, 난 애당초 기대도 안했다"며 또 그 특유의 어른스러운 말투로 나를 더 놀려댔다 ㅋㅋ 

회사측은 점심을 먹는 동안 아이들을 재밌게 놀게 하기 위해서 나름 야외에 놀이시설도 대여해 놓고, 각자 만들어 온 나무로 만든 미니카로 레이스를 즐기는 pine tree derby 게임도 설치해 놓긴 했지만, 나를 위한 오락거리는 아무데도 엄썼다. 흑흑... 그래서 나는 아이폰을 비롯하여 푸짐한 경품이 준비되어 있다는 주최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빠진 콜라처럼 풀이 죽은 채 남편에게 밥만 먹고 얼른 일어서자고 졸라 하은이를 데리고 걍 나와 버렸다.   



나는 그동안 남편이 얼바인으로 발령난 것에 대해서 사실 그렇게 감사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여기에 한 번 와보니, 이 곳 모하비 주행성능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나 여기로 발령받아 온 주재원과 그 가족들은 굉장히 외롭고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요즘 들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현대기아차가 소위 말하는 잘나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요즘 나는 거리를 달리는 현대기아차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괜한 자부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한국에 살 때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나도 여기 사는 동안 영어도 열심히 배우고 여행도 열심히 다니면서 견문을 최대한 넓혀서 한국에 돌아가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전보다 뭔가 보람된 일을 하며 살게되면 좋겠다^^ 
Posted by 모델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