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올라 온 나는 남편과 함께 며칠 동안 시댁에 머물다가 남편이 먼저 출국한 후부터는 늘 그랬듯이 아이들과 함께 서초동에 있는 친정에 빌붙어(?) 지냈다.

하지만 아이들을 친정 부모님께 맡기고 신나게 놀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최근에 눈길에 미끄러져 팔이 부러지신 엄마와 올해 칠순이 되시는 아빠에게 어린 아이들을 맡기고 나돌아 다닌다는 것은 강심장인 나로서도 그닥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주은이는 내가 코트만 입어도 어디 나가는 줄 미리 알고 엉엉 울어대는 통에 사실 나는 기존에 계획했던 지인들과의 만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 뱃속에 차곡차곡 넣어 온 음식들을 좀 소개하자면... 헤헤^^

먼저 얼바인에서 이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가 먼저 귀국한 지오엄마와의 만남부터 시작하련다. 이곳은 교대역 인근의 분위기 좋았던 한 월남 음식점(이름은... 아... 기억 또 안난다... 흑흑)인데, 나는 이곳의 맛난 쌀국수 한 그릇으로 갑작스런 한국의 혹한에 놀라 버린 몸과 마음을 단숨에 녹일 수 있었다^^ 

 

현재 매일경제 신문기자인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맛난 쌀국수를 사준 것도 모자라, 12월 31일에는 자신의 황금같은 휴가를 써가며 나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손수 이렇게 멋진 음식을 대접해 주는 지나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지오 엄마! 이날 너무나 감사했어요~ 

 

그리고 이건 그녀가 손수 만들어 준 쿠키들. 오~ 신이시여! 아이 키우고 직장 생활 하면서 이렇게 음식이랑 쿠키까지 잘 만들어도 되는 것입니까?

하나님 왈, '걱정 마라. 너는 아이가 둘이잖니 ㅋㅋ'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나를 위로해 봐도 여전히 그녀가 부러운 건 사실이다^^

 

다음은 서래마을에 위치한 키즈 카페 '리틀 오차드' 이야기다.

나는 이번에 예전에 얼바인 드림랜드 학부모회에서 만나 알게 된(알고 보니 나의 서초고 후배였음^^) 규리엄마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우리는 하은이와 주은이, 그리고 규리를 같이 놀게 해주자며 눈이 많이 왔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택시를 잡아 타고 키즈 카페에서 만나는 열의를 보였더랬다(이 열혈 엄마들 같으니^^).

 

덕분에 그동안 너무 추운 날씨 땜에 좁은 친정집 안에서만 지내던 하은이와 주은이도 이렇게 신이 났다. (얘들아! 근데 이거 다 돈인거 알지? 이 날 음식 몇 개 시켜 먹고 겨우 2시간 반 놀았는데 10만원이나 나와서 엄마가 몸져 누웠다는 거 아니냐 T.T)

 

나는 얼라들 둘을 데리고 고딩 동창 승은이네 집에도 놀러갔다.

승은이 딸래미 서영이와 하은이, 주은이가 거실 미끄럼틀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이 날 우리에게 비싼 청요리를 가득 시켜준 것도 모자라, 하은이 손에 용돈이라며 5만원이나 몰래 쥐어 준 나의 죽마고우에게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게다가 올 12월은 어찌나 춥고 눈도 자주 오던지, 덕분에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얼바인의 그림책에서나 보던 눈을 실컷 볼 수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친정집 앞 서원초등학교에서 이종 사촌(친정 오빠의 아이들)들과 함께 난생 처음으로 플라스틱 썰매를 타고 노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우리 집은 오빠도 딸만 둘, 나도 딸만 둘을 낳아서 진정한 딸부자집이다^^)

 

이 날, 바쁜 회사 업무에도 불구하고(울 오빠는 그 미친듯이 일 많이 시킨다는 삼성에서 벌써 10년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쯧쯧 아직까지 버티는 게 용하다^^) 직접 왕림하여 친히 아이들의 썰매를 끌어준 친정 오빠에게도 심심한 감사를!ㅋㅋ (오빠! 앞으론 나한테도 좀 잘해줘 T.T) 

 

다음은 내가 미국에서 한국 잡지를 보면서 꼭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강남역 GT타워의 브런치 가게 '더 플라잉 팬 레드' 이야기.

둘째 아이를 낳은지 이제 50일 밖에 안되었는데도 멀리 동탄에서부터 달려나와준 대학 동기 효진이는(사실 우리 대학이 동문애 끈끈하기로 유명하긴 하다 ㅋㅋ) 마치 독심술을 가진 양, '우리 어디서 만날까' 라는 나의 제안에 단번에 이곳을 추천했고(이래서 '이심전심'이란 말이 있나 보다^^) 화끈하게 계산까지 해 주었다ㅎㅎ

 

그래... '브런치'라면 이정도 비주얼에 이정도 달달함은 되어 줘야지(아마, 이 칼로리 다 빼려면 63빌딩 여러 번 오르락 내리락 해야할 듯)! ㅎㅎ

미국의 브런치는 뭐랄까... 하여튼 약해, 약해! 미국은 한국의 이런 청출어람을 역으로 배워야 한다니깐 ㅋㅋ

 

또한 나의 한국 맛집 투어에서 늘상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매드 포 갈릭'이다.

올해는 강남역 삼성타운에 위치한 매드 포 갈릭에서 나의 20년지기인 고딩, 대딩 동창 주연이를 만나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깔조네 피자와 홍합찜, 봉골레 마레 파스타는 언제나 나의 페이버릿이구, 참! 아래 사진에 깔조네 피자 왼쪽으로 짤린 녀석이 바로 랍스터&스테이크 되시겠다.

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이날 주연의 돈을 너무 많이 갉아 먹은 것 같군. 미안타. 근데 잘 나가는 교수 사모님은 평범한 회사원 마누라에게 원래 그 정도는 써도 돼. 그치? ㅋㅋ

 

그래두 특별히 파워블로거의 권한으로(우웩우웩!) 네 딸래미 사진 한 장 올려주마. 우리 하은이, 주은이 눈 크기를 다 합쳐도 아마 네 딸만은 못할꺼야... 너는 딸래미 한 번 이쁘게 잘 낳았당! (난 벌써부터 우리 애들 앞트임 쌍커풀비 저축중이야ㅋㅋ)

 

그리구 여긴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에 위치한 밀탑 팥빙수.

나는 그 어느 집도 감히 여기 팥맛을 흉내내지 못한다고 자부한다. 특히 여기 우유팥빙수 맛은 정말 킹왕짱인데... 그래서 내가 라이센스 받아서 얼바인에 오픈하고 싶은 유일한 가게가 있다면 바로 여기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난 떼돈 벌지 않을까?(쯧쯧... 생각하는 것 하고는)  

 

참! 옛 직장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로는 치킨집만한게 없다.

사진은 길팀장님과 함께 먹었던 교대역 '내림손 삼계탕' 집의 파닭이구... 아! 이런... 서팀장님과 같은 부서였던 동료들과 함께 갔었던 '치킨뱅이' 사진은 또 못 찍었네~ 하긴, 초저녁부터 생맥주에 마늘치킨을 그렇게 먹어댔으니... 내가 정신이 있었겠나... 그나 저나 오대리님! 담엔 그렇게 빨리 취하면 다신 안놀아줄꺼여욧ㅋㅋ 

 

여긴 강남역에 위치한 사월의 보리밥. 나는 이날 교회 친구였던 지연이가 사준 보리밥 정식과 더덕제육볶음을 먹었는데, 더덕제육볶음은 거의 10년 동안 먹어와도 어쩜 이렇게 계속 맛있는지^^

 

이제 가족 이야기를 좀 하자면

먼저 시댁식구들과는 나의 강력한 제안으로 교외의 호숫가 옆에 있는 오리고기집에 갔었더랬다.

누군가 나에게 미국에서 가장 먹고 싶은 한국요리를 묻는다면 아마 나는 서슴없이 '오리고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참고로 나는 한국 체인점인 놀부유황오리고기와(지영 언니가 여기서도 사줬었는데 수다에 워낙 집중하느라 사진을 못남겼다 T.T) 청계산 자락 혹은 백운호수 등지에 자리잡은 자연과 벗삼은 무명 오리고기집들을 좋아한다.(이건 거의 4,50대 아줌마 취향인데?^^)

 

오리고기는 역시 이렇게 양은그릇에 담아 먹는 잔치국수로 마무리를 해야 깔끔하다^^

 

여긴 산본 시엄니 댁.

나는 결혼하고부터 주욱~ 시엄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남편이 주재원으로 나오게 되면서 어머니와는 최근 3년간 본의 아니게 떨어져 살고 있다. 울 어머니, 요즘 맨날 외로우시다 말하지만, 전화만 드렸다 하면 자주 안받으시는 걸로 보아, 오히려 며느리살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즐기고 계신 것은 아닌지 ㅎㅎ 

 

친정 부모님, 그리고 오빠, 새언니와는 잠실에 있는 한식집 '청목'에서 한정식을 먹었는데,

언제나 자상하신 사랑하는 아빠와, 거의 20년째 당뇨로 고생 중이신데 게다가 이번에 오른팔까지 부러지셔서 내 맘을 아프게 한 울 엄마, 그리고 예전엔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요즘엔 얼마나 바쁜지 일년 내내 전화 한 통 없는 얄미운(?) 울 오빠까지...

모두들 많이 드시우! 오늘은 내가 쏩니다! (겨우 1인당 12000원짜리 싸구려 한정식 사면서 생색은ㅋㅋ)

 

끝으로 신재랑 원영이랑 세진 언니랑 선아 언니랑 지영 언니랑 은실이랑 장학재단 홍팀장님 등도 제각기 내가 먹고 싶다는 것들을 많이 사주었는데, 내가 만나자마자 정신줄 놓고 수다부터 떠느라 사진을 못 남겨 미안하고 또 안타깝다^^

 

이로써 지난 12월, 약 25일간 머물렀던 한국여행에 대한 포스팅을 마친다.

이제 1년 후면 영구귀국을 할 것이기에, 내 인생에 있어 다시 이런 한국 여행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도 추웠던 날씨, 거의 한 달 내내 온가족이 감기에 걸려 지냈고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자유롭게 나다니지도 못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벌써 내 마음 한 켠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추억을 잊어버릴까봐, 여기 그 소중한 흔적들을 남겨 본다. 오늘의 포스팅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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