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덧으로 인하여 좀체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나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 아침밥 차려 주고 도시락을 들려 회사를 보낸 다음, 하은이를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고 오전 9시부터 매일 두 시간 가량 영어를 배운 후, 점심은 굶거나 아님 지인들과 어울려 기분전환용으로 간단히 외식을 하고, 오후 한 두시경에 집에 들어와 두세시간씩 퍼질러져 잠을 잔다. 그리고 나면 주섬주섬 일어나 다시 하은이를 데리러 가고 또 다시 저녁을 준비한다. 정말 단조롭고도 나름 빡센(?) 일상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하은이를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던 나는(9월부터 프리스쿨비가 전격 인상되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데려다 주고 조금이라도 늦게 데려오는 것만이 시간당 비용을 절약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은이를 놀이터에 내려 주고 가방을 가져다 놓으러 하은이 교실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벽면에 지난 번에 내가 제출했던 우리 가족 사진과 하은이 사진 등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근데 맨 아랫 사진에 하은이 생일이 원래 07년 12월 11일인데 08년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었다. 내가 고생고생한 일 년을 후려치시다니^^)
영어 수업에 다녀온 후, 오늘은 HJ 언니랑 오랜만에 가든그로브에 진출(?)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늘의 행선지는 나름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항아리 칼국수집! 언니도 나도 모두 처음 가는 곳이었지만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니 왠지 제대로 찾았다는 느낌이... ㅋㅋ 하지만 솔직히 대표 메뉴인 항아리 칼국수의 맛은 좀 심심한 편이었다. 그러나 아줌마들이 직접 담갔다는 열무김치는 꽤나 맛있었으며, 오히려 찐만두는 완전 일품이었다.
만두와 칼국수만으로도 배가 무지 불렀는데 HJ언니가 후식을 먹자고 해서 또 들어간 곳은... 커피존이라는 한인 커피샵이었다. 맨날 스타벅스와 피츠 커피, 맥도날드 등에 질려 있던 나는 오랜만에 다방 분위기의 한글 메뉴가 가득한 커피샵에 들어가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벽면에는 전통차를 판다는 메뉴판도 붙어 있었으나 나랑 언니는 팥빙수를 먹기로 했다. 나의 뱃 속에는 더이상 음식이 들어갈 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는 신기하게도 팥빙수를 금방 먹어치워 버렸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아침에 영어를 배운 스트레스와 점심을 과다하게 먹은 복부 포만감으로 인하여 걍 쓰러져서 두시간이나 잠을 잤고, 잠에서 깬 후에는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 하은이를 데리러 프리스쿨로 향했다.
아직 남편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그때까지 하은이랑 또 뭘하면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나는 갑자기 지난 9개월간 돼지 저금통에 모아 둔 동전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여기 미국 은행에서는 동전을 모아서 그냥 가져가면 절대 지폐로 바꿔주지 않는다. 반드시 동전들을 본인이 종류별로 정리하여 정해진 종이에 잘 씌운 다음 가져가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귀찮다고 미루고 있던 동전 정리야말로 하은이랑 시간을 때울 수 있는(완전히 killing time 수준) 좋은 기회다! ^^
열심히 정리하면서도 도대체 이 돈이 모두 얼마나 될까...하고 기대 반 설렘 반이었는데, 쿼터 동전보다는 워낙 1센트 짜리 동전이 우세해서 그런지 다 합쳐도 겨우 28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에게! 고작 삼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라니... 쯧쯧. 그래도 원래 올 초에 처음으로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기 시작할 때부터 이 돈은 꼭 헌금하겠다고 작정하였으므로 비록 적은 돈이지만 이번 주에 헌금으로 드려야겠다^^
이제 남편이 오기 10분 전, 나는 열나게 부추 부친개를 준비하고 아까 가든그로브 가서 사온 김치 손만두를 쪄내어 또 그렇게 어슬픈 한 상을 차려낸다.
그러면 저녁을 뚝딱 해치운 남편은(물론 나는 입덧 때문에 하나도 안먹었다.흑흑) 하은이를 안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영어판을 시청해 주신다. 요즘 공주병에 제대로 걸려 있는 우리 하은이는(인어 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백설공주 등...) 하루에 30분 씩은 꼭 공주 애니메이션을 봐줘야 한다.
참! 사진 속에서 하은이가 손에 들고 있는 칼과 방패는 울 남편이 얼마 전 이면지를 가지고 대~충 만들어 준 졸작품이다. 그래도 하은이는 왕자님이 불을 뿜는 드래곤과 싸울때 사용하는 칼과 방패를 젤로 좋아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시청시 반드시 요 소품이 있어야만 한다 ㅋㅋ
이렇듯 밖에 한 번 제대로 못 나가고 영어학원과 집만 반복하는 나의 지루한 일상...(오늘은 그래도 가든그로브라도 나갔다만...흑흑) 이제 담주부터는 임신 13주, 즉 4개월차에 접어드는 만큼 몸이 좀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진즉부터 서치해 놓은 헌팅턴 라이브러리와 와일드 애니멀 팍을 조만간 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담번엔 정말 이런 구리구리한 글이 아니라 제발 여행 갔다 온 후기를 좀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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