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중 또 나를 기쁘게 했던 건 좋은 호텔이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은 이 호텔은 워싱턴주의 주도인 올림피아시에 있는 레드 라이언 호텔이었는데 어찌나 깨끗하고 운치있던지 내 마음에 딱 들었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접근성을 고려하여 프리웨이나 로컬 도로변에 위치하는게 일반적인데, 이 호텔은 호텔 뒤로 작은 강과 얕은 구릉(언덕배기)을 끼고 있어서 객실에서 바라보는 뷰가 참 좋았던데다 이렇게 제법 괜찮은 수영장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아침 일찍 출발하고 밤늦게 돌아오는 관계로 창문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뷰도 땅거미가 어스름히 깔릴때에만 볼 수 있었고 수영장도 저녁엔 추워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게 좀 흠이긴 하다. 이를테면 이 모든게 '그림의 떡'이었다고나 할끼?ㅋㅋ

 

어쨌든 오늘은 워싱턴주에 있는 올림픽 국립공원, 그 중에서도 솔덕 온천(Sol Duc Hot Springs)과 호 열대우림 숲길(Hoh river trail)을 둘러 볼 예정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은 193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데, 이곳이 바로 올림픽 내셔날 파크 요금징수소이다. 훗날 이 블로그를 보고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하여 친절한 윤요사,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요금표를 찰칵 찍어주는 센스!!! ^^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수록 자연의 모습과 소리, 그리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 온다.  

 

드디어 미네럴 온천과 광천수 풀장으로 유명하다는 솔덕 온천에 도착했다.  

 

사실 이런 류의 온천 풍경은 지난 번 옐로스톤에서도 워낙 많이 봐서 그닥 새롭진 않다.

 

이제부터는 하은이와 주은이를 위한 시간이다. 하은이와 주은이는 어딜 가나 온천이나 수영장만 있으면 사족을 못쓴다. 온천을 싫어하는 나는 오늘도 꿋꿋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대신 울 시엄니가 손녀 둘을 데리고 척척 들어가시니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 역시 영문도 모르는채 또 끌려와서(?), 차에서 자라면 자야 하고, 화장실에서 싸라면 싸야 하고, 끼니 때가 되면 싫어하는 음식도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하은이와 주은이. 그래도 물에만 들어가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엄마가 없어도 저희들끼리 잘도 논다. 이럴때면 아이를 둘 낳기 잘했다는 자부심이 밀려온다. 하긴 이런 자부심은 아주 잠깐이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두 배로 힘들다 ㅋㅋ  

 

게다가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 이번엔 한국에서 온 사촌언니까지 합세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어쨌든 이날 솔덕 온천은 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는 ㅎㅎ

 

이제는 온천욕을 마치고 트레킹을 하러 갈 차례이다. 앗! 그런데 온천을 할때도 멀쩡했던 날씨가 트레킹을 하려니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난감하다. 어느덧 굵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엘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워싱턴주의 별명은 '에버그린 스테이트'이다. 그만큼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숲과 나무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워싱턴주를 여행하면서 비를 한 번도 만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게다. 하지만 실내 투어가 아니라 간만에 트레킹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오니 참으로 아쉽긴 하다.

 

그래도 우리는 빗속 트레킹을 각오하고, 미국에서 오직 올림픽 반도에만 있다는 열대 우림(Rain Forest)인, Hoh Rain Forest에 도착했다. 비지터 센터에서부터 트레일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마치 원시 그대로를 간직한 듯한 신비로운 초록 숲을 만나게 된단다.  

 

그래서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잠시 비지터 센터에 들렀다가

 

그래도 비가 잦아들지 않자 그냥 과감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트레킹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이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텐데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하은이와 주은이는 시엄니가 맡아서 van 안에서 놀아 주신다길래, 나는 형님(남편의 누나)과 함께 둘이서 오붓히 트레킹 코스에 나설 수 있었다.

오~~~ 어머니! 감사합니다. 제가 이럴려고 꼭 어머니를 모시고 온 건 아니지만(뜨끔!^^), 어머니 안모시고 왔으면 제가 이 빗속에 아이들을 어디에 맡기고 트레킹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

 

어쨌거나 열대우림의 실체는 대단했다. 축축 늘어진 나무마다 신비로운 이끼들이 가득 덮여 있어 마치 Spooky Forest의 이미지를 연출해 냈다.

 

다음은 내 구린 사진 몇 장.

썅! 우산도 안가져 갔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츄리닝 모자를 뒤집어 쓴 것도 추해 죽겠는데, 오늘따라 왜 하필 꽉 끼는 바지를 입고 나왔단 말이냐! 

하긴 이런 상황이면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는게 아니라, 비가 와서 바지가 달라 붙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긴 하다(쯧쯧... 옆에서 남편이 코웃음을 치는구만 ㅋㅋ).

 

결국 우리 일행은 비가 많이 내리는 와중에도 1시간 가량의 트레킹을 완수해 냈다. 사실, 비가 오니 더 좋은 점도 있긴했다. 축축한 삼림에서 뻗어 나오는 묘한 나무 냄새와 자연의 기운이 코 끝을 향긋하게 하고 온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루비 비치(Ruby beach)'로 가보자.

캘리포니아에서 맨날 햇빛 쨍하니 내리쬐이는 반짝거리는 바다만 보다가, 이렇게 비가 오는 음산한 바다를 보니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무들이 해변가에 마구 쓰러진 풍경을 보니 매우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긴 시간의 차량 이동과 비맞으며 트레킹을 하느라 피곤해 죽겠는데 억지 웃음을 지으려는 나와는 달리, 조카 아이와 하은이는 자연스런 실리 페이스를 연출해 낸다. 이래서 아이들은 마냥 해맑고 그 자체로 즐거운 존재들인가보다.

 

이제 다시 올림피아에 있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벌써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다시금 차 안에서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본다. 

온천에서 신나게 놀던 내 아이들의 웃음 소리, 트레킹 코스에서 형님과 단둘이 나눈 즐거운 이야기들, 아이들을 봐주시며 나에게 더 좋은 여행을 만들어주시고자 했던 어머니의 노력, 지금도 얼바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남편의 모습, 그리고 숲속과 바다에서 나를 감싸던 차가운 빗줄기와 시원한 공기들까지...  

어제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화려한 시내 투어를 누렸다면, 오늘은 빗속에서 오롯히 자연 안으로만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긴 하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눈'이 즐거웠다기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즐거웠다.

가끔은 이렇게 내리는 비를 흠뻑 맞으며(얼바인에서는 충분히 내리는 비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나온 날들을 조용히 돌아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게다. 그래서 나는 오늘, 비록 흔들리는 차 안에서나마 메모지 몇 장을 나만의 생각들로 너끈히 채울 수 있었다.

지난 몇 년. 나는 아이들과 뒤엉켜 지내느라 일기 한 줄 제대로 쓸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만큼 생각해 보고 또 이만큼 글로 토해냈으니 제법 큰 정신적 호사를 누린 날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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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쉼'이란 이 한 장의 사진과도 같다. 즉 나에게 여행이란 쉬러 가는게 주목적이 아니란 뜻이다. 나에게 '쉼'이란, 비록 손바닥만한 거실이지만 집에서 뒹굴거리며 이렇게 퍼질러 있는 것이 가장 훌륭한 휴식이고, 나에게 있어 '여행'이란, 그런 일상이 싫어졌을때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배우러 그리고 느끼러 가는 일종의 전투적(?)인 일정인 것이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뒹굴거리며 신문을 보던 나는, 신생 여행사인 '넥스트 투어'라는 곳에서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연계한 3박 4일짜리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사실 평소 나는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말구, 그 위에 있는 태평양 북서부(Pacific Northwest), 즉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은 그룹 투어 상품이 전무하여 그동안 아예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제야 그 여행 상품을 발견한 것이다.  

그 다음은 남편 휴가가 문제인데... 사실 남편은 여름 정기 휴가를 다녀온 직후라 더이상 휴가를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나는 긴 고민 끝에 남편에게, 하은이와 주은이는 물론 시엄니와 얼마 전 놀러 오신 당신 누나와 조카까지 내가 다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테니, 그동안 당신은 혼자 회사 다니며 열심히 돈벌고 있을 수 있겠냐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남편은 예상외로 걱정말라며 나보고 잘 다녀오라하는 것이 아닌가?(아마도 자기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조카까지 데리고 간다니 그랬나보다 ㅋ)  어쨌든 남편, 미안해! 내가 당신 대신 다녀올께. 부부는 일심동체라잖아? ㅋㅋ 

 

그렇게 해서 나와 시엄니, 하은이, 주은이, 그리고 형님과 조카, 이렇게 우리 여섯 명은 8월 13일. 아침 일찍 얼바인 인근 존웨인 공항에서 씨애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2시간 좀 넘게 날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씨애틀의 '씨택 공항(Sea-Tac, Seattle-Tacoma Airport)'이었는데,

우린 거기서 우리를 마중 나오신 가이드분과 기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탈 차량은 벤츠에서 만든 이 최신형 밴이었는데, 어찌나 차량의 상태가 좋은지 그동안 내가 미국 와서 여러 그룹투어를 경험했지만 이 밴만큼 좋은 밴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ㅋㅋ 어쨌든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헤헤~  

 

가이드분은 오늘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씨애틀을 둘러 본 후, 워싱턴의 주도인 올림피아(Olympia)로 가서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여기서 일정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는 오늘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를 구경한 후, 수륙양용차인 '덕 보트'를 타고 씨애틀 곳곳을 둘러 보는 '덕 보트 투어'를 즐기고,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가 시애틀의 시내 경치를 바라보는 일정이다(항공사 보잉에서 세웠다는 '비행 박물관'은 맨 마지막 날 보기로 했다).

 

씨애틀은 모두 잘 알다시피, 영화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와서 유명해진 도시다. 미국 내에서도 영국 런던처럼 언제나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로 유명하기도 하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수차례나 씨애틀 여행을 계획했지만 9월부터 6월까지는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춥다기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서, 날씨가 가장 따뜻하고 비도 적게 온다는 7, 8월을 무지 기다렸는데, 다행히 오늘 날씨는 정말 굿~굿~굿~이다.

먼저 1907년부터 명성을 이어온 시애틀 최고의 재래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으로 가보자. 여기엔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단다. 나는 예전에 한국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 보곤 했는데 그때 씨애틀 편을 보면서 이곳 스타벅스 1호점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오늘 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스타벅스 1호점은 실제로 보니, 이처럼 생각보다 훨씬 소박하게, 아니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 생겼다.

 

사람들이 이렇게 나래비로 줄을 서있지 않으면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스타벅스 샵으로 오해할 것 같다.

 

매장 안도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많은 줄을 보고 여기서 커피 한 잔 사먹는 건 그냥 깔끔히 포기했다. 여기서 줄서서 커피 사먹을 시간에 빨리 씨애틀을 한 군데라도 더 둘러봐야 하니깐^^ 

 

이젠 재래시장으로 한 번 눈을 돌려 볼까? 먼저 시장 밖의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씨애틀이라서 그런지 재래시장의 겉모습도 참 이쁘다. 이처럼 파라솔과 행잉부케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으니 말이다. 이곳의 명물이라는 '레이첼'이라는 예쁜 이름의 청동 돼지상 사진도 한 컷! 

 

이젠 진짜 재래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가이드 아저씨 왈, 여기 물건들은 단순히 어디서 도매로 떼어와서 파는게 아니라 전부 상인들이 직접 키우거나 만든 것들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된 물건들에서 남다른 기운(?)이 뿜어나오는 듯 하다. 자기가 만든 물건들을 설명하는 상인들에게서도 마치 예술가와 같은 자부심이 느껴짐은 물론이다. 

 

여긴 예전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생선 가게. 생선을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손질하여 터프하게 던져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여기서 기념으로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씨애틀의 특산품이라는 요 초컬릿 체리를 샀다. 초컬릿 안에 여러 종류의 베리류들을 넣은 것인데 참 절묘하게 맛있었다.

나는 이곳에서만 이 상품을 파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씨애틀 국제 공항에도 이 상품이 들어가 있었다. 아마 씨애틀에서는 꽤 유명한 초컬릿인가보다.

 

다음은 덕보트를 타고 씨애틀 시내 투어를 해볼 차례다. 이 덕보트 투어는 사실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면 어디라도 있는 관광상품이지만, 특히 이 씨애틀에서는 더욱 유명한 필수 코스라고 한다.  

 

이 덕보트 투어는 나래이션을 하면서 운전도 하는 기사 아저씨의 원맨쇼에 상당 부분 재미가 좌우되므로 이 기사 어저씨를 잘 만나는 것이 우선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아였다. 우연히 승선한 이 덕보트의 캡틴, '보(Beau)' 아저씨는 다소 썰렁한 관객들의 리액션에도 불구하고 매우 노련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우리를 아주 재밌게 해주셨기 때문이다. 

 

캡틴 보 아저씨는 먼저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좌우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씨애틀의 명물들에 대하여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다. 얘기를 이끌어 가면서 농담도 던지고, 이렇게 귀여운 모자를 여러 번 갈아 쓰면서 몸개그 실력도 발휘해 주셨다.

 

이곳은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뮤지엄이란다. 빌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 소프트를 공동창업한 폴 앨런이라는 사람이 만든 박물관인데, 그는 요 현수막에 나와 있는 시애틀이 낳은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를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물론 무식한 윤요사는 절대 모르는 사람이다 ㅋㅋ).

어쨌든 EMP 박물관은 그 겉모습이 열라 아방가르드하게 생겼다. 기타를 형상화한 건축물이라는데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해안을 향해 언덕을 내려가면 52번 부두에서 70번 부두까지 다 만날 수 있다. 설명 상으로는 59번 부두가 가장 번화하다는데 내가 찍은 건 66번 부두 모습 되시겠다.

 

여긴 씨애틀 아트 뮤지엄이다. 정문 입구에 있는 대형 조형물인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망치를 든 손이 1분에 4번씩 움직이는 동작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표현한 작품이라는데,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앞에도 설치되어 있어 우리에게도 낯익은 작품이다.

 

그리고 요건 '씨애틀 매리너스'라는 야구팀의 retractable roof 스테디움. 나야 뭐 야구 문외한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깐 이 경기장도 씨애틀의 손꼽히는 명물 중 하나라고 한다.

 

또한 씨애틀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렇게 트램카 혹은 트롤리라 불리우는 rail vehicle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반인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씨애틀의 별명인 '에메랄드 시티'라고 쓰여 있는 개방형 트롤리는 관광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제 보 아저씨가 운전하는 우리의 덕보트가 강물로 들어갈 차례이다. 이 지점에 이르자 한 20분 정도 육지를 달리던 우리의 덕보트는 갑자기 바퀴를 집어 넣고 순식간에 배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강물에서 바라보는 씨애틀의 모습은 육지에서 본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 감격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데 배를 타고 바라본 모습이 더욱 운치있었다고 해야 할까? ^^ 

 

게다가 자세히 보니, 강물 주변에는 Floating Homes, Houseboat라고 불리우는 집처럼 생긴 배들이 많이 떠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부자들이 이 집처럼 생긴 배를 구입해서 별장처럼 활용하는 듯 했다.

 

이제 1962년 세계 박람회가 열렸던 '시애틀 센터'와 '스페이스 니들'로 가보자.

먼저 스페이스 니들은 605피트 높이의 첨탑인데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520피트 지점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의 시내 전경은 물론 눈덮인 레이니어 산의 장관까지 볼 수 있는 명실공히 씨애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서 주은이가 '엄마, 높이 올라오니 훨훨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아요~'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바라 본 시애틀의 풍경. 서부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가 있었구나... LA와는 비교도 안되게 깨끗하고 멋진 시내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말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 좋아! 내가 본 도시 중 동부는 보스턴, 서부는 씨애틀을 최고의 도시로 인정하노라~!!!

 

그리고 나는 스페이스 니들 1층에 자리잡은 멋진 기념품 샵에 들러, 아래의 장식용 접시를 한 개 샀다. 세금 포함해서 20달러쯤 주었는데 지금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내 책상 앞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내려온 우리는 바로 옆에 위치한, 1962년 세계박람회가 열렸었고 지금도 시애틀 문화의 심장이라는 씨애틀 센터에 잠깐 들러, 결국엔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씨애틀에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기어이 목구멍으로 넘겨 주시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굳이 스페이스 니들 전망대에 올라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저 멀리 마운트 레이니어가 선명하게 보였다. 가이드 아저씨 왈 씨애틀은 항상 비가 내리고 어두침침한 분위기인데 1년 중 이렇게 날씨가 맑아서 마운트 레이니어가 보이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란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시댁식구와 어린 애들을 데리고 먼길 달려온 이 얼바인 윤요사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렇게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나보다(끔보단 해몽 ㅋㅋ).

 

이래서 난 그룹투어 예찬론자다. 남편 없이도 그리고 내가 운전하지 않고도 하루 동안에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며 쉬며 아이들 컨디션 다 맞춰가며 여행 다니가단 몇 군데 못 돌아보기 일쑤다. 일단 돈을 내고 여행을 떠났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밟고 와서 본전을 뽑아야 한다(쯧쯧... 이런 무식한 표현이 있나 ㅋㅋ) 는 것이 나의 신조이다.

난 여행 전, 여행 책자를 적어도 두 세번 이상 정독하는 편인데, 책을 통해서 내가 가볼 곳의 역사와 특징을 최대한 미리 공부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는 늘 지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전체적인 위치와 모습을 확인한 후,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와서, 집에 와서는 이렇게 그 내용들을 블로그로 정리하면 생각보다 여행의 기억이 오래 남는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여행은 나에게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그룹투어라고 명명하기도 좀 민망한 10명의 사람들만 모여서 편안한 차량을 타고 내 맘에 꼭드는 일정대로 씨애틀을 둘러볼 수 있어서 말이다. 

내일 둘러볼 올림픽 내셔날 파크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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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음을, 아니 자동차를 재촉하여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인 뉴욕을 향하여 고고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기 전,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에 잠시 들르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19세기 미 부호들의 별장이 밀집해 있는 그 유명한 뉴포트(Newport)에서 맨션 투어(Mansion Tour)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최고의 휴양지이자 '세계 제일의 요트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피츠제럴드의 소설과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밴더빌트가의 맨션(대저택)과 함께 뉴포트 별장지대의 맨션들은 뉴포트 역사 보존협회에 기부되어 현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이중 밴더빌트가의 브레이커스와 엘름즈, 헌터 하우스, 킹스코트, 아이작 벨 하우스 등은 국립유적지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우리가 볼 곳은 '브레이커스' 라는 맨션으로 뉴포트 별장 중 가장 큰 저택으로 꼽히는 곳이다. 코모도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가 1895년에 지은 이 맨션은, 방이 70개에 이르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실내장식과 테라스로 나가면 들어오는 바다경치가 백미라고 알려져 있다.

우와~ 대문도 짱 화려하다.

 

대문에서 바라 본 저택의 모습. 국립유적지로 보존되어 있어서 대저택 안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중 화장실도 만들지 않았단다(덕분에 나도 저 대문 옆에 있는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는^^). 

 

하지만 나는 간이화장실만 이용하고는 결국 맨션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비싼 입장료 때문이었는데, 입장료가 예상 외로 1인당 30달러 가까이나 하는 것이었다. 뜨앗~ 

주은이를 제외하고라도 시엄니, 남편, 나, 하은이 이렇게 4명이 구경을 하게 되면 120달러, 즉 15만원 가량이나 내야 하는데, 이깟 대저택 투어에 15만원이 웬말이냐고요~~~ 나는 잠시 동안 과연 이 대저택을 꼭 봐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런 호화저택들은 작년에 갔던 '허스트 캐슬'에서도 실컷 봤었는데, 차라리 15만원을 다른 곳에 내실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나는 과감히 이 저택 투어를 스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음료수나 마시고 한가로이 모래 장난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덕분에 하은이와 주은이도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로드 아일랜드를 빠져 나와,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맨하탄에 들어 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타임스퀘어'의 모습은 나에겐 마치 친숙했던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 혹은 테헤란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맨하탄의 무시무시한 교통 체증이었다. 지난 4년여 동안 얼바인에서만 살아오던 나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며 언제나 감탄하곤 했는데, 뉴욕은 그런 통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한 무법지대였다. 맨하탄은 내가 이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그 어느 곳보다도 무작정 자동차 앞머리 들이밀기와 신호둥 바뀌기 직전 꼬리물기가 엄청 심한 곳이었다고나 할까?  

 

자! 교통체증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갈 차례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911 테러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8년간 관광객의 관람을 중지했다가 지난 2009년에 재오픈했다고 한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페리호를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인 배터리 파크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

 

 

드디어 페리호 탑승!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페리호 직원인 흑인 아저씨가 찍어 준 사진이다.

 

배 안에서 바라 본 뉴욕의 풍경은 내가 평소 꿈꾸던 것처럼 참으로 멋졌다. 맨하탄 마천루들의 기막힌 스카이라인을 보니, 얼바인에서 맨날 2층 건물들만 보고 살던 나의 안구가 급정화됨을 느꼈다^^ 

 

건물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감자기 선상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뭐지?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구나, 자유의 여신상! 

맨날 사진으로만 봐서 이렇게 큰 줄은 몰랐는데, 아래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크긴 크구나~

 

별로 아름답진 않지만, 남편이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진이라며 절묘하게 한 컷 찍어준다^^

 

이 사진은 페리호 측에서 배 타기 전에 일률적으로 찍어 주는 사진. 남편은 돈 아깝다고 사지 말라는 걸, 내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며 빡빡 우겨서 25달러 내고 한 장 샀다(ZEPHYR 는 우리가 탔던 배의 이름이다).

 

이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볼 차례다.

Empire State Building 은 뉴욕 맨하튼에 있는 102층 높이(86층의 콘크리트 건물과 16층 높이의 철탑)의 건물로 1931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나서 다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단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1인당 비용도 상당했고, 게다가 기다리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 우리는 2시간 동안을 꼬박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뉴욕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2시간 동안 얼라들 데리고 기다리느라 나는 다리 아파 죽을뻔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결국 입성한 전망대는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데다 쇠창살로 촘촘히 막아 놔서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뉴욕의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저 많은 건물, 저 높은 건물에서 이 많은 사람들은 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또 느끼기 위해 이곳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왔을까... 이제 나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갈까... 나는 늘 그렇듯이 이런 상념에 잠겼다. 

나는 어떤 종류의 전망대에 올라 가건, 눈에 보이는 것은 도시나 자연의 풍경인데, 머릿 속으로는 늘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을 생각하곤 한다^^  그건 대학 다닐때 처음 갔었던 남산타워나, 대학을 졸업하고 갔었던 파리 에펠탑에서나, 얼마전 갔었던 씨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개똥철학은 그만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록펠러 센터' 되시겠다.

록펠러 센터는 맨하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48번가와 51번가에 세워진 20여개의 상업용 건물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건물들의 저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반지하 플라자에는 만국의 국기와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이 서 있고 여름에는 카페 테라스,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로 사용된다. 특히 12월이 되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뉴욕 여행은 누가 봐도 월 스트리트도, 5번가(Fifth Avenue)도, 유엔 본부도, 브로드 웨이도,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센트럴 파크조차도 가보지 못한 반쪽 짜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록펠러 센터를 둘러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자기들이 어디에 다니는지도 모른채, 그저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달라고 떼쓰거나 아이패드로 만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때를 맞춰가며 먹이고 재우고 또 화장실을 데려가면서 이 정도라도 여행을 소화해낸 나의 인내심과 체력에 스스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

혹시라도 다음 번에 나에게 다시 미동부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정말이지 여행의 의미를 쫌 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과 함께, 이상 윤요사의 좌충우돌 수박 겉핥기식 동부 여행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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