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왔었던 LA의 대표적 쇼핑명소인 더 그로브 몰. 하지만 오늘 여행의 진정한 목적지는 그로브 몰이 아니라 바로 그 옆에 위치한 '파머스 마켓'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번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파머스 마켓을 미처 둘러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울 부모님은 그로브 몰이 처음이시기 때문에 파머스 마켓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잠깐 그로브 몰 쇼핑을 즐겨 보았다. 언제 와도 즐거운 이 곳은 운치있는 중앙 분수와 영화관, 백화점, 치즈케익팩토리, 그리고 각종 대형 의류 샵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 있어서 친구들과 몰려와 잠시 기분전환하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여기가 바로 파머스 마켓. 신선한 청과류와 함께 직접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파는 즉석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곳은 마치 우리 나라의 가락동 농수산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골목을 연상케 했다.

미국에는 이런 촌스런(아니 정겨운?) 시장이 없을 줄로 알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세련된 쇼핑몰인 더 그로브 몰의 바로 옆에 이런 흥미로운 곳이 있을 줄이야!^^ 



파머스 마켓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청과물이나 마른 견과류를 파는 상인들이 천막을 치고 농산물들을 팔고 있었고, 마켓 안으로 들어가보면 각 가게마다 상인들이 제각각 정육류와 과일, 채소, 견과류들을 먹음직스럽게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여느 시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호객행위가 전혀 없다는 것 정도랄까? 



이리 저리 둘러 보다가 배가 고파진 우리는 파머스 마켓 안에서 정겨운 한글 간판을 발견하고는 그 곳에서 전주비빔밥을 시켜 먹었다. 맛은 제법 그럴싸했지만 가격은 비빕밥 한 그릇에 만원이 좀 넘었으니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다. 



밥을 먹고 파머스마켓을 막 나서면서 나는 거리의 한 로드샵에서 마음에 딱 드는 신발을 하나 발견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사 달라고 막 졸라댔는데 다행히 남편은 선뜻 지갑을 열어 계산을 해 주었다. 원래 우리 남편은 충동구매를 젤로 싫어하지만 아마도 내가 며칠 전 둘째를 임신했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고생할 것이 안스러워 선뜻 사준게 아닐까 싶다(그렇다면 나는 이런 신발을 수 백개 쯤 받아도 모자란다ㅋㅋ).     



그로브 몰과 파머스마켓을 떠난 우리는 바로 인근에 위치한 비버리 힐즈와 로데오 거리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아름답기로 유명한 비버리힐즈 시청의 모습. 여행 책자에도 소개되어 있길래 차에서 내려서 좀 둘러볼까도 생각했지만 햇빛이 워낙 강렬하여 걍 스킵했다(쯧쯧... 나는 여행자의 기본 자세가 안되있당ㅋㅋ).



비버리힐즈와 거의 붙어 있는 '로데오 거리'는 아름다운 건물들과 활기찬 젊은이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이목을 끌었던 건 세계의 각종 명품 로드샵들이 거의 건물 하나씩을 차지한 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한 건물에 여러 브랜드가 몰려 있는 건 자신들의 고급스런 격조에 맞지 않는다는 양 말이다.

나는 마치 된장녀라도 된 양(실은 된장녀와는 절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ㅋ) 로데오 거리 한 복판에 있는 스타벅스에 잠깐 들러 모카 프라푸치노를 하나 샀다. 그리고 차마 구린 내 모습을 찍을 수는 없어서 아빠한테 들고 있으라고 시킨 뒤 인증샷도 한 장 찍어 보았다(그리고 푸라프치노 한 잔을 어른 넷이서 나눠 마셨다. 쯧쯧^^).



나는 뱅앤올룹슨(울 남편이 매우 좋아하는 브랜드. 그러나 여기 브랜드는 너무 비싸서 이어폰 한 개도 소장하고 있지 못함ㅋ)을 비롯하여 여러 매장에 직접 들어가 이것 저것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초라한 몰골과 되도 않는 영어 실력 땜시 오늘도 눈물을 삼키며 윈도우 쇼핑에 만족해야만 했다.



나는 한국에서 압구정 로데오 거리는 잘도 누비고 다녔건만 막상 미국의 진짜 로데오 거리에 와서는 심한 이질감을 느끼며 제대로 상점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걍 한 번 왔다 갔다고 자랑하려고 사진만 연신 찍어대고 말이다... 흑흑). 약간 싼티나지만 그래도 나는 압구정 로데오 거리가 훨씬 좋고 또 그립다.

그럼 비버리 힐즈는 어땠냐고? 집이 하도 넓어서 차로 골목골목을 누비며 그들의 집 창문이랑 정원, 대문만 실컷 구경했다고나 할까?^^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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