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빚 (10.28. 2010)

기타 2010. 10. 29. 06:04
성경에 보면 '사랑의 빚 이외에는 피차 아무 빚도 지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번 주에는 특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빚'을 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포스트를 올려 보고자 한다. 

이번 주는 남편이 5박 6일간 한국출장을 떠났던 주였다. 임신 20주째로 접어들면서 간헐적으로 이유없이 배가 심하게 아팠다가 또 서너시간 지나면 괜찮아지는 현상 때문에 이번 출장은 떠나는 남편에게도 남아있는 나에게도 실은 적잖은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남편이 출장 가 있는 동안에 교회 다락방 식구들부터 같이 영어배우는 언니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이 내가 외롭지 않도록 저녁때 놀러와주거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먼저, 콘코디아에서 같이 영어를 배우는 혜정언니는 월요일 수업이 끝난 후 피자집에서 맛있는 피자도 사주시고, 언니 딸이 예전에 입었다는 상태 좋은 한복과 티셔츠, 그리고 각종 장난감과 그 유명하다는 아메리칸 doll 인지 뭔지 하는 머리가 긴 인형도 가져다 주셨다. 


 


그리고 어덜트 스쿨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는 윤전언니는 costco에서 우족을 사다가 집에서 5시간 이상 정성껏 끓인 우족탕을 아침, 저녁으로 나에게 대접헤 주었다. 덕분에 하은이도 언니네 집에 놀러가서 좋아하는 피아노도 쳐보고 언니 아들래미인 제레미와 보드게임도 하는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런 우족탕 같은 음식은 우리 어머니 세대들이나 끓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이국 땅에서 그것도 나랑 두 살 차이 밖에 안나는 언니가 임신한 나를 위해서 직접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언니는 막 뽑은 자신의 Honda 새 차로 임부복을 사야 하는 나를 위해 '사우스 코스트 플라자'까지 직접 운전을 하러 가다가 차 뽑은지 하루 만에 남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까지 당해서, 나는 언니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사고를 당한 후에도 우리가 태연하게 쇼핑을 즐겼다는 사실 ㅋㅋ (아래 사진은 우리가 박은 남의 차 모습^^)



또 다른 날은 교회 다락방에서 나와 유일한 동갑내기인 현경씨가 집으로 와서 저녁 6시부터 무려 밤 10시 반까지 우리 집에서 놀다 가 주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그녀는 직접 만든 오징어채와 콩장, 그리고 한국에서 공수해 온 김과 양파즙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나를 감동시켰다.

아직 아이가 없는 현경씨는 이번에 연세대 교수 임용에 지원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나도 부족하나마 밤마다 그녀의 자녀와 임용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야 주어야겠다.



다음은 심심한 나와 하은이를 위하여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준 민이네 가족과 함께 한 저녁식사 사진이다.

비록 피곤하다는 핑계로(실은 게으른 것이다. 흑흑) 진수성찬을 대접하진 못했지만 나는 난생 처음 핫케익 가루와 우유, 계란, 그리고 코코아 파우더를 이용하여 즉석 카스테라를 한 번 만들어 보았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분명히 레서피대로 했는데 맛이 그닥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꾹 참고 먹어준 민이네 가족에게 감솨를~~ 그리구 저녁 식사 메뉴로 고작 한인 마트에서 사 온 꼴랑 김밥 4줄을 대접하였건만 싫은 기색없이 먹어주신 것도 또 한 번 더 감솨~~ 



나는 이 날 결국, 별 음식도 대접하지 못한 채 민이엄마와 함께 신나게 수다만 떨다가 결국 카메라를 어디 둔 지도 까먹어서 민이네 형제와 하은이가 즐겁게 노는 모습도 찍지 못했다... (블로거의 기본 자세가 안되있다... 흑흑) 그래서 결국 다음 날 아침, 지난 밤 민이네가 선물로 가져 온 초컬릿과 아이들이 놀고 간 흔적만을 황망하게 사진에 담아 보았다^^    



이렇게 나는 남편이 출장 간 5박 6일 동안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별로 외롭지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나에게 소중한 존재들인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소중한 존재이길 바란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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