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가 페어몬트 프라이빗 스쿨을 다닌지도 벌써 8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처음에는 집에서도 좀 먼데다(차로 한 15분쯤 걸린다), 프리스쿨부터 8학년까지 운영되는 학교라서 고작 킨더에 다니는 하은이가 언니 오빠들에게 치이지 않으려나 내심 걱정도 되었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하은이가 잘 적응해 주어서 많이 기뻤더랬다.

하지만 하은이는 우리가 2월 14일이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영원히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당연히 그동안 누누히 얘기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릿 속엔 이별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듯 했다^^) 곧 다가올 페어몬트 친구들과의 이별을 예감하지도 못한 채, 매일 매일 집에만 돌아 오면 그날 그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와 곧 있을 친구들의 생일 파티 이야기로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얼바인을 떠나기 전인 2월 초순, 하은이의 친구 3명이 한꺼번에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고 하은이는 마지막으로 그네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부터 Team OC, Build-a-bear in Downtown Disney, 그리고 Pretend City에서 열렸던 하은이와 그 친구들의 생일 파티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우선 얼바인 인근에서 제일 유명한 짐네지움(gymnasium)을 꼽으라면 아마도 터스틴에 있는 Wild Fire와 코스타 메사에 있는 Team OC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와일드 파이어는 예전에 한 번 가봤었는데 Team OC 는 오늘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라 내 마음도 아이처럼 설랬다.

사실 예전에 와일드 파이어에 처음 갔었을 때는,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에는 그닥 보편화되지 않은 운동이었던 기계체조(짐네스틱스) 전문 시설(?)이 외국에서는 이렇게 지대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다. 하은이네 반 남자 아이 코너(Connor)의 생일파티가 열릴 Team OC. 존웨인 공항 부근에 위치한 관계로 간판 뒤쪽으로 비행 시설이 보인다^^

 

얼핏 보면 내부 시설은 와일드 파이어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와일드 파이어는 체조관 특유의 락스 냄새가 많이 났었었는데(당시 난 솔직히 그 냄새가 많이 역했다^^) 이곳은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체조 시설도 이것 저것 복잡하게 많이 들여 놓지 않아 전반적으로 체육관이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초대된 아이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생일 프로그램에 따라 소속 체조 선생님들과 함께 가볍게 몸풀기를 한 후, 남녀로 나뉘어 연령대에 맞는 여러 가지 시설을 체험하며 즐겁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체육관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파티룸으로 자리를 옮겨, 맛있는 간식과 쿠키를 먹으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끝으로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생일 맞은 아이의 아빠가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 캔디와 학용품이 들어 있는 피나타(pinata)를 터트려 주자, 저마다 작은 비닐백에 캔디와 학욤품을 담기 바빴다.

이때가 되면 매사 굼뜬 우리 하은이도 눈에 쌍불을 켜고 자기가 좋아하는 캔디와 과자들을 정신없이 집어 담곤 한다. 하은아! 너 앞으로 그런 정신상태로만 공부한다면 아마 전교 1등은 문제 없을거야 ㅋㅋ 

 

다음은 애너하임의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열렸던 절친 로렌의 생일 이야기다.

다운타운 디즈니는 디즈니랜드 옆에 위치한 작은 문화 및 쇼핑 복합 공간인데,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는 돈을 내야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는 누구나 자유롭게 돌아 다니며 놀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디즈니랜드가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나는 그동안 비싼 입장료와 어린 주은이를 핑계로 이곳까지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로렌의 생일 잔치에 참석할 겸, 간만에 다운타운 디즈니에 와서 콧바람을 쐬니 오늘 역시 하은이보다 내가 더 신난 듯하다^^

 

이곳은 내가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젤로 좋아하는 대형 레고샵 되시겠다. 굳이 50분 거리의 레고랜드까지 차를 몰고 가지 않아도, 20분 거리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 레고샵에 오면 이렇게 귀여운 초대형 레고 작품들과 함께 실컷 사진 찍고 놀 수 있다. 

이 대형 조형물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레고조각과 인력이 동원되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숙연한 마음이 ㅋㅋ 

 

하지만 오늘 로렌의 생일파티 장소는 레고샵이 아니라 바로 이 곳, 빌드 어 베어 샵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생일 프로그램은 초대된 아이들이 직접 인형의 종류를 고른 후, 그 안에 솜을 채우고 바느질을 한 후, 털을 빗기고 옷과 악세사리를 골라 입혀 자신 만의 인형을 완성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친절한 로렌 엄마는 하은이가 곧 한국으로 돌아 가는데 로렌의 생일을 통해 인형을 선물해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잘됐다며 매우 좋아해 주었다.

나는 도대체 이런 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했는데 한 직원이 기본적으로 생일을 맞은 아이 측에서 1인당 30달러까지는 비용을 대지만, 초대받은 아이들이 비싼 옵션을 골라 30달러가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추가 비용은 아이들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귀뜸해 주었다.    

 

우선 건물 입구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로렌에게 먼저 생일 선물을 전달해 주시고...(오늘 로렌 엄마 머리 세팅이 너무 과하신듯 ^^)

 

인형을 만들기 전, 건물 앞에서 직원의 인솔 아래 친구들끼리 잠시 즐거운 게임 시간을 갖는다. 아마도 실내에서 인형만 만들면 너무 단조로우니까 이런 코너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아이들은 건물 안으로 입장한 후,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게 될지 간단한 설명을 듣게 된다.

 

우리 하은이는 트래디셔널한 베어보다는 요즘 한창 유행인 마이 리틀 포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속살이 없는 포니 인형 껍질을 먼저 고르면, 요 기계 안에서 즉석으로 뽑아져 나온 보송보송한 솜을 포니 인형 안으로 집어 넣게 된다. 솜이 나올 동안 직원들은 이 기계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 저런 스몰 토크를 나누다가 드디어 인형 안으로 솜이 다 주입되면,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바느질로 솜을 채운 인형에 대한 마감 처리를 한다(하지만 말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거지 사실 하은이 같이 어린 아이들은 직원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는 정도다 ㅋㅋ).  

 

이렇게 말이 own build 인형이지 아이들이 직접 한 건 거의 없지만서도(^^),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인형을 다 만든양 의기양양해 하면서 완성된 인형들을 예쁘게 빗질하고 털들을 정리해 주신다.

 

이제 완성된 인형에게 수많은 인형 옷과 악세서리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 치장을 해 줄 차례다. 하은이는 인형 자체가 25달러 짜리였기 때문에 악세서리를 조금만 과하게 해도 30달러가 넘어 내가 추가 비용을 부담할 처치여서, 나는 하은이에게 심플한 게 가장 예쁜 거라고 강력하게(?) 설득하여 결국 집에서 가져간 하은이 팔찌를 리틀 포니의 목에 걸어 주어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쾌거(?)를 이룩했다 ㅋㅋ

 

이제 각자 완성된 인형을 가진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으면서 생일 파티를 마감하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얼바인의 하나 뿐인 칠드런스 뮤지엄인 '프리텐드 시티'에서 열린 케이티의 생일 파티로 가보자.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앞니 빠진 하은이가 초코 쿠키를 들고 친구 앨런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오늘 케이티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엔터테이너는, 주문만 하면 그 자리에서 능숙하게 작품을 만들어 주는 벌룬 아티스트와(우리 하은이는 꽃을 주문했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 주는 아티스트(영어로 이런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ㅎ), 이렇게 두 명이었다. 하은이는 자신의 손바닥 그림으로 분홍빛 플라밍고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는데 작품이 제법 그럴싸하게 나왔다(지금 이 작품도 우리 짐에 당당히 포함되어 태평양 건너 유유히 오고 있다) ^^

 

게다가 오늘의 생일 케익은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로즌'을 테마로 만든 케익이었다. 프로즌 매니아인 하은이는 엘사와 아나 인형과 함께 눈사람 올라프가 장식된 케익을 보자마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룸맘(room mom)이기도 한 케이티 엄마는 사실 아이 넷의 엄마로서 눈코뜰새 없이 바쁠텐데도(게다가 오늘 6세를 맞이한 케이티가 제일 큰 아이이다. 뜨앗~)  이렇게 케이티의 생일 파티를 훌륭하게 준비한 것에 대해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겨우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맨날 힘들다 죽겠다 난리치며 넋두리가 장난 아닌데, 케이티 엄마는 아이 넷의 엄마 노릇도 모자라 룸맘까지 맡아서 학교 대소사 때마다 원더우먼처럼 나타날 뿐 아니라 아이 생일 파티도 이렇게 척척 준비해내니 내 어찌 기죽지 않을 소냐 T.T 

 

게다가 그녀는 구디백조차도 외부에서 주문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병에 코코아 가루를 담고 별모양 쿠키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서 나눠 주는 센스까지... 나도 이젠 애들 때문에 경력단절녀 됐다고 고만 좀 징징대고, 똑부러지게 살림이나 육아라도 지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참! 즐거웠던 파티가 끝나자 아이들은 모두 칠드런스 뮤지엄으로 뛰어 나가 또 이렇게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요즘 한국의 사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워 보니 이곳은 생일 파티가 단순히 주인공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전에 한국에서 내가 자랄 때에는 생일이 되면 엄마들은 음식을 대접하고 초대받은 아이들은 선물을 가져오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미국에서는 구디백이라 하여 생일 맞은 아이들 측에서도 초대된 아이들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선물을 반드시 마련한다. 그리고 생일 파티를 집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놀이터가 딸린 공원이나, 아님 이렇게 생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 시설을 이용하여 비단 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날 하루, 초대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즐거운 액티비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생일 파티에 아이들만 초대되기 보다는 그 아이들을 태워다 줘야 하니깐 당연히(?) 엄마들과 그 형제자매들도 같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생일 파티가 열리면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내 아이 친구의 언니가 누구인지 동생이 누구인지도 잘 알게 되어 가족끼리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미국식 생일 파티가 좋다. 최소한 2~3주 전에 누군가의 생일 파티가 있다는 인비테이션을 받게 되면 RSVP를 해준 후, 나도 달력에 크케 표시를 해놓고 마치 집안의 대소사가 있는 날처럼 그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간만에 엄마들끼리 만남의 장이 열리는 것은 물론, 아이들끼리도 서로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나이를 잊고 어우러져 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며칠 전인 3월 3일, 성남 정자 초등학교에서 하은이의 입학식이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겨우 2주 만에, 그리고 아직 미국에서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아서 2주전에 이민 가방에 들고 왔던 거지 같은 옷들과 세면도구를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며 생활하던 그 와중에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마음이 아팠던 건,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던 하은이가 그 친구들을 모두 미국에 남겨 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에 와서 쓸쓸히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입학식에 가보니 이곳에서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 혹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미리부터 알고 지낸 아이들과 스 엄마들은 저마다 아는 척하며 삼삼 오오 모여 앉았지만, 나와 하은이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입학식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입학식장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은이의 손을 붙잡고 힘주어 말했다. 하은아! 너도 곧 저 많은 친구들을 다 사귀게 될 거야. 그리고 비록 지금은 네가 한국말이 서툴러서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기죽지 말렴. 넌 금방 한국말을 배우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오히려 저 아이들에게 조만간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될거야...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애써 위로한들 무엇하랴. 지금 당장 지척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은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온갖 자원 봉사 신청서에 마구 예쓰 표시를 해대고 있다. 녹색 어머니회, 엄마 폴리스회, 학생 예절 도우미, 학교 급식 지키미 등 나에게는 이름도 역할도 생소한 것들 뿐이지만, 온갖 자원 봉사에 이 한 몸 희생하여 우리 하은이에게 친구 네트워크가 얼른 형성되기만 한다면야 무엇이 대수이겠는가 ㅋ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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