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을 뒤로 하고 우리는 걸음을, 아니 자동차를 재촉하여 우리의 마지막 행선지인 뉴욕을 향하여 고고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욕으로 가기 전, 우리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인 로드 아일랜드에 잠시 들르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19세기 미 부호들의 별장이 밀집해 있는 그 유명한 뉴포트(Newport)에서 맨션 투어(Mansion Tour)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최고의 휴양지이자 '세계 제일의 요트 천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피츠제럴드의 소설과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부호였던 밴더빌트가의 맨션(대저택)과 함께 뉴포트 별장지대의 맨션들은 뉴포트 역사 보존협회에 기부되어 현재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이중 밴더빌트가의 브레이커스와 엘름즈, 헌터 하우스, 킹스코트, 아이작 벨 하우스 등은 국립유적지로 지정되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우리가 볼 곳은 '브레이커스' 라는 맨션으로 뉴포트 별장 중 가장 큰 저택으로 꼽히는 곳이다. 코모도어 코넬리우스 밴더빌트가 1895년에 지은 이 맨션은, 방이 70개에 이르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실내장식과 테라스로 나가면 들어오는 바다경치가 백미라고 알려져 있다.

우와~ 대문도 짱 화려하다.

 

대문에서 바라 본 저택의 모습. 국립유적지로 보존되어 있어서 대저택 안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공중 화장실도 만들지 않았단다(덕분에 나도 저 대문 옆에 있는 냄새나는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는^^). 

 

하지만 나는 간이화장실만 이용하고는 결국 맨션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순전히 비싼 입장료 때문이었는데, 입장료가 예상 외로 1인당 30달러 가까이나 하는 것이었다. 뜨앗~ 

주은이를 제외하고라도 시엄니, 남편, 나, 하은이 이렇게 4명이 구경을 하게 되면 120달러, 즉 15만원 가량이나 내야 하는데, 이깟 대저택 투어에 15만원이 웬말이냐고요~~~ 나는 잠시 동안 과연 이 대저택을 꼭 봐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런 호화저택들은 작년에 갔던 '허스트 캐슬'에서도 실컷 봤었는데, 차라리 15만원을 다른 곳에 내실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나는 과감히 이 저택 투어를 스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거기서 한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함께 음료수나 마시고 한가로이 모래 장난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덕분에 하은이와 주은이도 모래성을 쌓으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변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로드 아일랜드를 빠져 나와,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맨하탄에 들어 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은 '타임스퀘어'의 모습은 나에겐 마치 친숙했던 서울의 강남역 사거리 혹은 테헤란로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도 놀랐던 건 맨하탄의 무시무시한 교통 체증이었다. 지난 4년여 동안 얼바인에서만 살아오던 나는 미국 사람들은 정말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며 언제나 감탄하곤 했는데, 뉴욕은 그런 통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완전한 무법지대였다. 맨하탄은 내가 이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그 어느 곳보다도 무작정 자동차 앞머리 들이밀기와 신호둥 바뀌기 직전 꼬리물기가 엄청 심한 곳이었다고나 할까?  

 

자! 교통체증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갈 차례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911 테러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8년간 관광객의 관람을 중지했다가 지난 2009년에 재오픈했다고 한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아일랜드로 가기 위해 페리호를 기다리는 동안 선착장인 배터리 파크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

 

 

드디어 페리호 탑승! 나부끼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페리호 직원인 흑인 아저씨가 찍어 준 사진이다.

 

배 안에서 바라 본 뉴욕의 풍경은 내가 평소 꿈꾸던 것처럼 참으로 멋졌다. 맨하탄 마천루들의 기막힌 스카이라인을 보니, 얼바인에서 맨날 2층 건물들만 보고 살던 나의 안구가 급정화됨을 느꼈다^^ 

 

건물들을 감상하고 있는데 감자기 선상의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뭐지?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보는구나, 자유의 여신상! 

맨날 사진으로만 봐서 이렇게 큰 줄은 몰랐는데, 아래 쪽에 있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보이는 걸 보니 정말 크긴 크구나~

 

별로 아름답진 않지만, 남편이 자유의 여신상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진이라며 절묘하게 한 컷 찍어준다^^

 

이 사진은 페리호 측에서 배 타기 전에 일률적으로 찍어 주는 사진. 남편은 돈 아깝다고 사지 말라는 걸, 내가 평생 추억으로 간직할 거라며 빡빡 우겨서 25달러 내고 한 장 샀다(ZEPHYR 는 우리가 탔던 배의 이름이다).

 

이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가볼 차례다.

Empire State Building 은 뉴욕 맨하튼에 있는 102층 높이(86층의 콘크리트 건물과 16층 높이의 철탑)의 건물로 1931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나서 다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단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1인당 비용도 상당했고, 게다가 기다리는 줄이 얼마나 길던지 우리는 2시간 동안을 꼬박 줄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뉴욕까지 와서 이곳을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2시간 동안 얼라들 데리고 기다리느라 나는 다리 아파 죽을뻔했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결국 입성한 전망대는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데다 쇠창살로 촘촘히 막아 놔서 사진 찍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뉴욕의 풍경은 참으로 멋졌다.

저 많은 건물, 저 높은 건물에서 이 많은 사람들은 다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보고 또 느끼기 위해 이곳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왔을까... 이제 나는 남은 날들을 어떻게 의미있게 살아갈까... 나는 늘 그렇듯이 이런 상념에 잠겼다. 

나는 어떤 종류의 전망대에 올라 가건, 눈에 보이는 것은 도시나 자연의 풍경인데, 머릿 속으로는 늘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나의 인생을 생각하곤 한다^^  그건 대학 다닐때 처음 갔었던 남산타워나, 대학을 졸업하고 갔었던 파리 에펠탑에서나, 얼마전 갔었던 씨애틀의 스페이스 니들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개똥철학은 그만 하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록펠러 센터' 되시겠다.

록펠러 센터는 맨하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48번가와 51번가에 세워진 20여개의 상업용 건물군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건물들의 저층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반지하 플라자에는 만국의 국기와 프로메테우스의 황금 동상이 서 있고 여름에는 카페 테라스,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로 사용된다. 특히 12월이 되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뉴욕 여행은 누가 봐도 월 스트리트도, 5번가(Fifth Avenue)도, 유엔 본부도, 브로드 웨이도,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센트럴 파크조차도 가보지 못한 반쪽 짜리 여행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록펠러 센터를 둘러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자부한다.

끝으로 자기들이 어디에 다니는지도 모른채, 그저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달라고 떼쓰거나 아이패드로 만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때를 맞춰가며 먹이고 재우고 또 화장실을 데려가면서 이 정도라도 여행을 소화해낸 나의 인내심과 체력에 스스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

혹시라도 다음 번에 나에게 다시 미동부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정말이지 여행의 의미를 쫌 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과 함께, 이상 윤요사의 좌충우돌 수박 겉핥기식 동부 여행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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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미동부여행에 있어서 보스턴 관광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아가라와 워싱턴 D.C, 그리고 뉴욕만 돌아 보는 5박 6일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기에 보스턴을 추가하는 6박 7일 코스를 선택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다시 미동부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동부에 온김에 아이비리그 대학들까지 한 번 둘러보면 나중에 주변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간다고 난리칠때 괜시리 들뜨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하버드? 나 거기 가봤어. 막상 가보니 별거 아니더라구' 하고 말이다 ^^

어찌보면 대학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은 별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다. 진짜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수업을 청강해 볼 수도 없고 학교측에서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이나 교수들과 이야기 한 번 나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사 가이드 한 분과 함께 이제 킨더를 다니는 큰 아이, 그리고 기저귀도 떼지 않은 둘째 아이를 데리고, 그저 겉에서 건물 껍데기 바라 보기, 아님 캠퍼스 잔디밭 밟아 보기, 그것도 아님 모두에게 개방되는 도서관 정도에나 들어가 보는 이런 여행에 애초부터 나는 그닥 큰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동부여행 온김에, 그리고 앞으로 평생 하은이, 주은이에게 '이 엄마는 너희들 다섯 살, 두 살때 하버드, 예일, MIT 를 섭렵시킨 열혈 엄마'라고 생색을 내기 위해(ㅋㅋ), 나는 오늘도 이 무더운 날씨에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에 나섰다^^     

 

오늘의 첫번째 방문지는 코네티컷(Connecticut) 주, 뉴헤이븐(New Haven)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예일대학교이다.

큰맘먹고 방문한 예일대학교는 아쉽게도 방학을 맞이하여 캠퍼스 이곳 저곳이 공사중이었다. 학기 중에 갔더라면 이런 공사 현장을 피해서 건물 안에도 들어가 보고, 학생들이 생동감있게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텐데, 좀 아쉽긴 했다.

 

요건 매년 예일대에 입학하는 여학생들의 숫자가 쓰여진 편평한 돌판 분수란다. 돌판에 새겨진 수치들을 보니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남학생들만 다녔다는 이 학교에 여학생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고 있구나... 하은아, 주은아! 나중에 너희들도 이 숫자안에 꼭 카운트되길 바란다 ㅋㅋ

 

이곳은 예일대의 도서관 중 하나인 '바이넥 희귀 장서 도서관(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이다. 건물의 외관도 특이한데다 관광객들도 자유로이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우리는 유일하게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커다란 돌판을 이어서 만든 이 건물은, 아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햇빛이 자연스럽게 돌판을 뚫고 실내로 들어오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도서관은 특히 오래된 고서들만을 따로 모아서 보관하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저 유리곽 안에 있는 책들이 다 전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분류된 도서들이고

 

이건 뭐 쿠텐베르크 활자로 찍힌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성경이라나? 영어로 뭐라고 설명이 씌여져 있었는데, 여행으로 피곤하고 애들보느라 요즘 난독증(^^)에 걸려 버린 나는 기냥 사진만 찰칵 찍고 설명 따윈 읽어 보지도 않았다 ㅋ

 

그리고 이곳은 예일대 안에 있는 수많은 학생식당들 중 한 곳이라는데, 뭐라고 쓰여 있는지도 모르는 무슨 돌판 앞에서 주은이랑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 주시고^^(참 영혼없는 캠퍼스 투어가 아닐 수 없다 ㅋㅋ)

 

학생식당 내부로 한 번 들어가보니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식당에 이런 하이 실링과 고풍스런 앤틱풍 가구라니...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법학교 촬영장으로 쓰여도 좋을 듯 하다 ㅋㅋ

 

 

이제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으로 가보자. 보스턴의 서쪽에 위치한 '케임브리지'라는 도시는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스 공과 대학이 자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 도시인데, 이곳에 1636년 하버드 대학교가 설립됐고, 케임브리지라는 지명은 영국의 학술 도시인 케임브리지의 이름을 따라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하버드 캠퍼스 바로 앞에 있는 '하버드 스퀘어'이다. 지하철역 중 하버드 스퀘어 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곳으로 나오게 된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둥근 지붕의 작은 건물이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이다. 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간단한 정보를 얻거나 지도를 구입할 수도 있고, 하버드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 역시 이곳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무식한 윤요사, 여기가 하버드 캠퍼스의 무슨 문인지도 모르면서 제법 멋지게 생긴 문 앞에서 포즈도 한 번 취해 주시공^^  

 

그 유명한 존 하버드의 동상(John Harvard Statue)을 찾기 위하여 이 넓은 잔디밭도 기꺼이 헤매 주신다.

 

하긴 뭐 헤매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엄따. 사람들이 젤로 웅성거리면서 모여 있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면, 하버드 동상의 왼쪽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합격한다는 전설 때문에 왼쪽 발이 하얗게 변해 버린 이 동상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동상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결코 손쉽게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이 동상 앞에 줄을 서 있는지, 꽤 오래동안 기다려서 나도 간신히 하은이와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하은아! 이 엄마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동상의 왼쪽 발 따위에는 절대 손대지 않았단다. 너도 알다시피 이 엄마는 그런 미신 따위는 절대 믿지 않아!!! 다만 너의 가능성을 믿을 뿐이지!(더 무섭지?^)  엄마가 조만간 이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네 방 벽에 붙여 줄테니 앞으로 이 사진을 보면서 미친듯이 공부하는거야... 오케이? ㅋㅋ(쯧쯧, 불쌍한 우리 하은이...^^) 

 

이곳은 30개가 넘는 하버드 도서관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는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Library)이다. 미국 국회 도서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도서관이라는데, 우리가 광고나 영화 등에서 하버드대생들이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벗어 던질때면 꼭 나오던 계단이 바로 이 와이드너 도서관의 계단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졸업생이었던 아들이 타이태닉 호의 침몰과 함께 생을 마감하자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리기 위해 평생 수집한 책을 기증함은 물론, 도서관을 짓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기부해서 만들어진 도서관이란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도서관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도서관을 배경으로 애꿎게 사진만 또 한 장 찍어본다. 도대체 이런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이냐 ㅋㅋ

 

여기는 우리가 잠깐 들렀던 하버드 기념품샵. 하버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나 노트, 컵 등이 무지 탐났지만 다 너무 비싸서 요즘 초절약모드에 들어간 우리의 윤여사, 모든 물욕을 버리고 그냥 눈으로만 초정밀 스캔에 들어간다~~~

그래... 여기서 하버드 기념품 몇 개 사서 뭐하겠냐, 그럴 돈 아껴서 애들 영어학원비에 보태련다 ㅋㅋ 

 

 

마지막으로 하버드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는 MIT까지 둘러 봤다.

하버드와 MIT는 마치 신촌의 연대와 이대처럼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고 있었는데(걸어서 한 10분정도?), MIT에서도 하버드에서처럼 이쁘게 생긴 게이트 앞에서 사진이나 한 컷 찍으려고 정문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가이드 아저씨 왈, MIT에는 딱히 게이트랄게 없고, 저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이 사람 키 정도되는 나무 bush 사이가 잘려져 있는 조~기가 바로 학교 입구란다^^  이런 소박한 문을 봤나 ㅋㅋ

 

그래서 이번엔 가장 웅장한 건물 앞에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우리의 윤요사, 해마다 졸업식이 열린다는 넓직한 잔디밭 위에서 웅장한 학교 건물(건물 위쪽을 자세히 보면 '매사추세츠 인스티튜트 오브 페크놀로지'라고 쓰여 있다)을 배경으로 아이들과 함께 또다시 기념 사진 한 장 찍어 주신다.

 

그 밖에 학교 운동장에도 가보고 특이하게 생긴 여러 건물들도 찍어 봤지만 대학교 캠퍼스들이 다 그렇듯이 그닥 포스팅할만한 꺼리는 없었당^^

 

이상 완전 수박 겉핥기식으로 본 아이비리그 투어를 마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하버드, MIT 투어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뉴욕에서 너무 먼게 흠이다. 편도 거리만도 4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그건 서울에서 부산 거리나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동부라고 다 같은 동부가 아닌데, 그저 미국 지도만 보고 뉴욕과 보스턴, 워싱턴 D.C간의 실제 거리를 우습게 본게 실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스턴'이라는 도시에 와본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단순히 하버드, MIT를 보러 보스턴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보스턴이라는 도시 자체를 보러 온다면 아마도 그건 정말 훌륭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배낭을 메고 걸어서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를 해본다거나, 170년 전통을 자랑하는 퀸시 마켓에 들러 소박하면서도 생동감있는 식사를 한 끼 해볼 수도 있겠고, 보스턴의 랜드마크인 푸르덴셜 타워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면서 와인 한 잔을 즐겨도 좋겠다. 이른 아침에는 보스턴 커먼 옆에 위치한 멋진 퍼블릭 가든에서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을 것 같고, 찰스 강 위로 난 다리를 따라 조깅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나같은 행정학도는 황금 돔이 인상적이었던 주의사당에 들어가 셀프투어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푸르덴셜 타워)

 

 (황금 돔의 주의사당)

 

 (퀸시 마켓)

 

이상은 내가 보스턴으로 가기 전, 집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보스턴에 관한 여행책자를 읽으며 준비한 내 나름대로의 여행 코스였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그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스치듯이 보거나 아주 잠깐 내려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는 보스턴에 꼭 다시 오고 싶다. 보스턴은 이제껏 내가 미국에서 가본 대도시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올 수 없다면  매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생중계라도 꼭 볼 예정이다. 화면이 마라토너를 비추면서 도시 곳곳도 보여줄 테니까 말이다. 어떤가?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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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그토록 기대하던 '나이아가라의 날'이다. 그동안 만 36년을 살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맨날 나이아가라, 나이아가라 말만 들어왔지 그게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생겨난 폭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하면서 모처럼 맘잡고 정독한 여행 책자와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에 의해 대충 아래와 같은 지식 정도는 알게 됐다.

먼저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 뉴욕주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국경을 이루는 나이아가라 강에 위치한 폭포로서, 이리 호에서 흘러나온 나이아가라 강이 온타리오 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호수 간에 서로 다른 높이로 인해 형성되었단다. 

또한 나이아가라 폭포는 두개의 대형 폭포와 하나의 소형 폭포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염소 섬(Goat Island)을 기준으로 캐나다령인 캐나다 폭포(말발굽 폭포, Horseshoe Falls)와 미국령인 미국 폭포(American Falls)로 구별되며, 소형 폭포인 브라이달 베일 폭포(Bridal Veil Falls) 역시 미국 영토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위치한 도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도시는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의 다리가 바로 그 레인보우 브릿지 되시겠다.  이 다리 주변으로 이렇게 무지개가 자주 떠서 교각 이름이 레인보우 브릿지라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사전 공부를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나이아가라 속으로 고고씽 해 볼까나?^^

우리는 미국 측에서 먼저 나이아가라를 즐긴 뒤,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건너가는 루트를 택했다. 고로 미국 측에 있는 나이아가라 폴스 스테이트 파크에 먼저 가보자.

 

이곳에는 우리 같이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보다는 가족 단위로 자기 차를 끌고 와서 요런 버스를 타고 나이아가라를 둘러 보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듯 했다. 

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여행을 더 선호하고 또 그런 여행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지만 난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고 단체여행을 이용한다고 해서 쪽팔리지도 않는다. 왜냐구? 난 지금은 이렇게 애 둘 데리고 가이드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여행조차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글구 나도 영어 능통하고 얼라들 쫌만 더 컸으면 너희처럼 폼나게 다녔을껴! 하지만 워쪄냐? 영어도 짧은데다 여행을 준비해야 할 시간도 없고, 애들 컨디션 운운하며 자유여행을 고집하다간 하루에 몇 곳도 제대로 돌아다니지 못할게 뻔한데... 차라리 내 처지를 쿨하게 인정하고 단체여행을 활용할 수 밖에 ㅋㅋ(이상은 폼안나는 단체여행만 이용하는 윤요사의 구차한 변명이었음^^)

 

참! 이 공원에 와서 이상했던 점 하나! 그것은 바로 이곳에 생뚱맞게 전기 관련 발명가인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이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테슬라는 토마스 에디슨이 직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활동하던 시절, 교류 전기 시스템을 발명한 사람이 아니던가?(지금은 뭐 테슬라 회사의 전기차가 훨씬 유명하지만^^)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나이아가라 폭포를 이용한 수력발전소와 테슬라가 무슨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아님 말구! ㅋㅋ (우리의 불친절한 윤요사는 인터넷을 서치에서 이런 걸 굳이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왜냐구? 안그래도 무지 바쁘기 때문이다 ㅎㅎ) 

 

자, 다시 본론이다! 우리는 원래 '바람의 동굴(Cave of the Winds)'을 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아! 이름이 요렇다고 해서 진짜 동굴은 아니다. 처음에는 나이아가라 밑으로 동굴을 파려고 하다가 무너져서 실패했는데 그래도 이름을 그냥 쓰기로 했다나?   

 

어쨌든 우리는 여기서 미국 측 염소섬에서 폭포 계단을 통하여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로 눈앞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입장료에는 1회용 슬리퍼와 노오란 우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 착용하지 않으면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온몸을 적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워낙 가까이에서 튀기는 폭포의 물보라 때문에 제대로 나온 것이 없어 여기 올리지 못했다. 어쨌든 초등학교 졸업 후 얼마나 오랜만에 입어 보는 노란 우비인지 온가족이 노란 우비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니 나도 괜히 동심으로 돌아간듯 하다.

 

바람의 동굴을 본 후, 우리는 월풀 젯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젯보트 투어란 온타리오 호수가 시작되는 지역에서 출발하여 월풀 협곡으로 들어가는 코스로 약 1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레프팅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는 1인당 120달러나 내야만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은 40달러 정도면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가 간 여행사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1인당 120달러라는 말도 안되는 폭리를 취한 것이었다. 미동부 여행, 그중에도 특히 나이아가라 여행은 5월에서 9월 정도까지만 이루어지는 한철 장사라 그런지, 연중으로 운영되는 다른 미국의 관광코스들에 비해서 한인 관광회사들이 아무래도 바가지를 많이 씌우는 것 같았다. 

그래도 레프팅 자체는 대단히 재밌었는데 다행히 시엄니가 아이들을 봐주셔서 나랑 남편만 두 손 꼭잡고 레프팅을 즐길 수 있었다^^ (참! 여기도 레프팅할때 배 안으로 물이 많이 튀어서 사진기를 가지고 배에 오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 사진기는 워낙 꼬져서 방수가 전혀 안되지 않나 ㅋ 하긴, 흔들리는 배 속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기도 바빠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기도 했다) 

 

아래 사진은 레프팅의 종착점이었던 월풀(Whirlpool) 계곡을 전망대에서 조망한 모습. 자세히 보면 케이블카 선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오픈 스타일의 앤티크 케이블카를 타고 월풀 계곡을 왕복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선택관광으로 나이아가라를 헬리콥터를 타고 볼 수 있는 '헬기투어'도 있었는데, 몸이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울 시엄니는 가이드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어 야심차게 이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꼴랑 20여분 타는데 150달러나 내버렸다며 나중에 어찌나 속상해 하시던지...  (어머니는 나중에 스카이론 타워에 올라가 보시고는 차라리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다 보는 게 훨싼 낫다면서 바가지를 썼다고 못내 아쉬워하셨다^^)

 

이제 캐나다 쪽으로 건너가 보자.

먼저 우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기에 딱 좋은 테이블 록 센터(Table Rock Center)로 향했다. 게다가 우리는 운좋게도 때마침 멋지게 뜬 무지개까지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이렇게 눈높이에서 바라 본 나이아가라도 좋았지만 사실 나이아가라는 높은 곳에서 조망해야 제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아가라의 유일한 전망대인 스카이론을 찾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가 보다. 우리도 절대 빠질 수 없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초만에 타워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아까 테이블 록 센터에서는 부분적으로만 보였던 나이아가라의 장엄한 풍광이 드디어 한눈에 들어 온다. 

 

감격스럽던 (스카이론에서 내려다 보는 나이아가라의 모습이 어찌나 숨막히게 멋있던지 20달러의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스카이론 타워에서 내려온 우리는 자리를 옮겨 내친 김에 나이아가라 관련 아이맥스 영화까지 관람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맥스 영화들을 하도 많이 봐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보면 후회할 뻔 했더라는.

영화의 내용은 역사 속에서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서 폭포를 타고 밑으로 내려 오려는 여러 사람들의 시도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웃기고도 눈물나는 시도들이 많았는지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인간의 모험심, 호기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대망의 '안개 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에 승선할 차례이다. 이 안개 속의 숙녀호는 나이아가라 폭포 투어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파란색 우비를 입고 배를 탄 채 폭포 가까이까지 다가가는 스릴 만점의 프로그램이다. 1850여년 경부터 운행이 시작되어 벌써 16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니 그 역사가 놀랍기도 하다.

이 프로스펙트 전망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면 승선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 역시 4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저 아래 승선장이 보인다.

 

이제 우리는 저 배를 타고 이렇게 물보라 충만한 폭포 속으로 돌진하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드디어 파란색 우비 착샷!

 

 

배 안에서 남편은 주은이를, 시엄니는 하은이를 각각 맡아서 케어하는 동안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신나게 배의 이쪽 저쪽을 돌아다니며 나이아가라의 모습을 찍어댈 수 있었다.

 

끝으로, 나이아가라 꽃시계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 한 컷까지!

 

이렇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나니, 아마도 나는 앞으로 웬만한 폭포를 봐서는 별로 감동을 받지 못할 것 같다(혹시모르지... 이과수 폭포라면^^). 그만큼 오늘 나에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다.

미국 쪽에서도 보기도 하고 캐나다 쪽에서도 바라보기도 하고... 코 앞까지 가서 보기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도 보기도 하고... 눈높이에서도 보기도 하고 또 높이 올라가서 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던지 간에 나이아가라는 참으로 멋진 천의 얼굴을 가진 폭포였다.

 

나는 오늘의 여행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한 것을 느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이아가라의 기운이 지친 내 마음을 충만하게 채우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한 달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이 포스팅을 쓰다 보니 그때의 흥분이 다시 전해진다.  

아... 동부여행! 어린 얼라들 데리고 시엄니까지 모시고 다니려니 진짜 힘들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 이동 거리도 열라 길다. 하지만 오기 정말 잘했다. 앞으로 다른 일정이 다 구릴지라도 오늘의 나이아가라 여행이 정말 좋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보스턴으로 내려가 하버드와 MIT 등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를 할 예정이란다.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 나에겐 너무 때늦은 경험이 될테고, 이제 다섯살과 두살인 두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이른 경험이 될 것이다(아니, 너무 이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억이 안날수도 있다 ㅋㅋ).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들 때문에 보스턴에 가는 건 아니다. 산이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는 말처럼, 내가 큰맘먹고 동부여행을 왔는데 보스턴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나는 내일 보스턴에 한 번 가보련다 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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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일주일 동안 주어지는 남편의 여름 휴가가 드디어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 휴가는 우리가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 휴가가 될 것이기에, 나는 이번 휴가를 이용하여 그동안 아끼고 아껴 왔던 히든카드(?)인 6박 7일간 동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미국에 온지 벌써 3년 반이 지났건만 나는 그동안 '동부'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작년에 디즈니 크루즈를 위해 다녀온 플로리다는 '남부'로 생각하련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집에서 애들이랑 지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나이아가라 폭포와 뉴욕, 워싱턴 D.C, 그리고 보스턴을 잇는 대장정을 어찌 감히 도전해 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와 내가 젤로 좋아하는 미드인 '가십걸'의 무대가 되었던 맨하탄을 비롯한 뉴욕,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르기까지, 미동부여행은 그동안 나의 로망이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섯살과 두살 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과연 이 힘든 여행을 소화해 낼수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야 이년아! 너 한국가서 평생 후회할테냐!'고 나를 다그치곤 했다ㅋㅋ 

 

7월 27일. 새벽 3시. 우리 가족은 아직 칠흙같은 어둠 속을 뚫고 얼바인 집을 떠나 약 4시경에 LAX 공항에 도착했다(여행 초반부터 우리 아이들의 컨디션이 어떠했을지는 가히 짐작할만 하다^^) 그리고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고 LAX를 출발하여 거의 6시간을 날아 미국 반대편에 있는 느왁(Newark)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 날은 그렇게 뉴욕의 한 공항에 도착한 후, 점심 겸 저녁의 애매한(?) 식사를 하고는, 다시 뉴저지에 있는 어느 호텔로 이동하여(뉴욕에 있는 호텔은 넘 비싸니깐^^) 여정을 풀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7월 28일 일요일 아침.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후 우리는 차를 타고 3시간 가량을 달려 드디어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 D.C에 도착함으로서 본격적인 동부관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 워싱턴 D.C.의 첫 관광 일정은 미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이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때 국회에서 인턴 및 정책비서 생활을 했었던(물론 그때의 기억은 그지같기 이를데 없다. 나는 그때 하도 험하고 드러운 꼴을 많이 봐서 지금도 국회의원 뉴스나 기사는 보지도 않는다^^) 우리의 윤요사, 미국회의사당이 여행 코스에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ㅋㅋ

하지만 순진한 윤요사, 여행일정에는 버젓이 '국회의사당 투어'라고 써있었지만, 그것은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기는 커녕, 밖에서 그냥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는 코스였음을 알게 된 후, 뜨앗~ 할수밖에...  아니! 적어도 안에 들어가서 셀프 가이디드 투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하긴 나를 제외한 50여명의 다른 단체관광객들 중 안으로 들어가서 투어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래서 우리의 윤요사는 급생각을 선회하기에 이른다... '그래, 여행일정표에 의하면 오늘 하루동안 국회의사당, 백악관, 자연사 박물관,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 링컨 메모리얼 파크 이렇게 6군데나 돌아야 하는데 어떻게 한가롭게 건물 안까지 누빌 수 있겠어? 한 곳만 깊게 둘러볼 바엔 차라리 대충 대충 돌아보면서 여러 군데를 뛰는게 나을 수도 있어' 라고 ㅋㅋ  

 

그리고 이것 봐! 아예 내리지도 않고 국회의사당 주변을 그저 덕보트(수륙양용차)나 더블 덱커를 타고 둘러보기만 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는걸 뭐 ㅋㅋ

 

다음 목적지는 워싱턴 D.C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이란다.

이 역시 스미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 그룹 중 하나인데, 요즘엔 아래 광고판에서도 볼 수 있듯이 Gem and Mineral 전시도 같이 하고 있나보다. 가이드 아저씨 왈, 영화 타이타닉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목에 걸고 나왔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전시되어 있다니, 어디 한 번 구경해 주실까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로툰다((Rotunda)에 이렇게 큰 코끼리가 전시되어 있다. LA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중앙홀에는 공룡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것만 빼고는 로툰다의 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네~

 

먼저 자연사 박물관 방문 본연의 취지를 살려, 공룡이나 동물들을 좀 감상해 주시고...

 

이제 원석 및 보석 전시 코너로 한 번 가볼까나?  한참 공주병에 빠져 있는 우리 하은이도 예쁜 목걸이와 귀걸이의 재료가 되는 원석을 보니 너무도 좋아라 한다. 

 

아니,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겨?  아하! 이게 바로 그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인가 보구나! 경비원들이 다이아몬드 주변을 삼엄하게 지키는데도, 다들 사진기와 아이폰을 들이 대고 찍느라고 관광객들이 아주 난리가 난걸 보면 이게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다음 코스는 오바마 오빠가 사는 백악관(The Whute House)!

우와~ 우리의 윤요사, 예전엔 회사 다닐 적에 울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어느 장애우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청와대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기 백악관은 청와대보다도 훨씬 넓고 화려하겠지? 주요 건물들이야 보안 때문에 들어갈 수 없을지라도, 운이 좋으면 미셸 오바마 여사가 키운다는 텃발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지 몰라... 라고 기대를 만빵하면서 버스에서 내린 것까진 좋았는데...

젠장! 이게 웬일인가? 청와대랑 비교해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가이드가 백악관 앞문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생뚱맞게 백악관 뒤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그냥 이렇게 밖에서, 그것도 백악관 정문 쪽도 아니고 뒤쪽을 배경으로 겨우 사진만 몇 장 찍는게 전부란다... 아~ 관광회사들의 상술이여! (그래서 나는 너무 실망한 나머지 사진에서도 썩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는 ㅋㅋ )

 

게다가 우리처럼 저 코딱지만한 백악관 건물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어찌나 사람들이 계속해서 몰려 들던지, 이 사진도 줄서서 찍어야만 했다 T.T

 

네번째 코스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무슨 그리스 신전 같이 생긴 요런 건물에 들어가면  

 

중앙에는 미국 독립선언서의 주요 저자였던 토마스 제퍼슨의 큰 동상이 서있고 이 동상을 둘러싼 둥그런 외벽에는 그가 쓴 글들이 발췌되어 적혀져 있었다.

 

제퍼슨 기념관의 계단에 앉으면 호수 건너편으로 백악관(사진 중앙에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바로 저 흰 건물! ㅋㅋ)과 워싱턴 마뉴먼트(Washington Monument)가 선명하게 보였다.

 

다섯번째로 우리가 찾은 곳은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Korean War Memorial)가 있는 곳이었다. 사실 처음에 여행 일정표에서 이 코스를 봤을때는 '에구~ 인기도 없는 코스일텐데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코스에 넣었나보다... ' 하고 생각했었는제 막상 들어가보니 절대 그렇지 않았다.

이 추모공원은 한국전에 참전한 150만명의 미군과 적십자사 소속 자원봉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데, 정작 전쟁 당사자국인 한국 사람들은 6.25에 대한 추모와 기억이 점점 식어가는데, 오히려 미국에서는 이렇게 수도 한복판에가다 이런 상징물을 만들고 지나간 전쟁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였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과 함께

 

공원을 아우르는 회색 돌판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죽은 병사들의 모습들이 특수 코팅되어 그려져 있었다.

 

바닥에 새겨져 있던 짧은 글귀와

 

완전 군장을 한 채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의 지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수십 개의 동상들을 보면서, 나는 당시 이름도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전쟁을 도와 주러 왔다가 목숨을 잃고 간 그들이, 그리고 그들을 잃은 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괜히 먹먹해졌다.

 

우리 나라의 수도에도 이런 추모의 공간이 없는데 오히려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는 이런 공간이 있다니...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둘러 보고 가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 저기서 투어 가이드를 신청하여 한국전의 의미와 그 영향 등을 주의깊게 듣는 모습을 보며 새삼 놀랍기도 했다.  이 여자분도 얼마나 열정적으로 설명하던지 그 열정이 지나가던 한국 사람인 나조차도 귀를 기울이게 할 정도였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링컨 메모리얼 파크 도착!  아까 갔었던 제퍼슨 기념관 보다도 훨씬 크고 멋지게 생겼다. 참! 이곳은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I have a dream 이라는 연설을 한 장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건물을 뒤로 하고 계단 앞에 서면 이렇게 맞은편에 연못 너머로 워싱턴 모뉴먼트가 그림처럼 보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네의 눈에도 익숙한 에이브라함 링컨의 웅장한 동상과 

 

벽면에 쫘악~ 적혀진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이 눈에 들어온다.

 

찌는 듯한 더위에, 어린 아이들을 업고 안은채 이 미친 일정을 단 6시간만에 소화해 낸 윤요사가 오늘의 소회를 간단히 말하자면... 사실 윤요사의 동부 입성에 대하여 뭔가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만 당연 그런 건 절라리 없고...

그냥  맨날 캘리포니아 한쪽 구석의 시골마을(?) 얼바인 근방에서만 지내다가 이렇게 미국의 수도에 와보니, 괜시리 들뜨고 신나는 것이 뭔가 시골 소녀가 서울에 상경해서 뭣모르고 헤벌레 좋아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우습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은 들어가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ㅋㅋ)

하긴 하은이는 또 어떻고! 내가 하은이에게 '하은아! 여기는 워싱턴 디씨라고 미국의 수도야. 너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 알지?' 하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우리 하은이 왈 '당연히 알지, 엄마! 워싱턴 대통령의 라스트 네임이 디씨 잖아' 뜨앗! 야 이년아, 그게 아니라 초대 대통령 이름은 조지 워싱턴이거덩? ㅋㅋㅋ  

어쨌든 내일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들어간단다. 아싸라비야! 아무래도 오늘 밤은 너무 설레서 잠이 안올테니 일찌감치 수면제 한 알 복용하고 약기운을 빌어 잠을 청해봐야겠다^^

                                                                                --- 이상 B급 감성 시골 아짐 윤요사의 서울 구경기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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