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카멜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카멜 미션으로 가보자. 여담이지만 이 카멜 미션은 내가 그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개 미션 중, San Juan Capistrano 미션과 Santa Barbara 미션 다음으로, 3번째 방문하는 미션 되시겠다. 

내가 이러한 스패니시 미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미션들이 고풍스럽고 아늑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러한 미션들이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나같은 외국인이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자유스럽고 마냥 평화로웠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렇게 미션을 둘러 보다 보면 그렇게 보이는 캘리포니아도 예전에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8세기 후반 이곳을 점령했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이러한 미션들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혹은 착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21개의 미션이 세워진 것이고, 오늘날 랜치(ranch)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바로 이 미션시대였다고 한다.

아... 또 이노무 역사 이야기! 나는 행정학도지 역사학도는 아닌데 ㅋㅋ 다시 본론이다.

카멜 미션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였던 '운영 시간 간판'과, 너무도 수수하여 다른 근사한 출입구가 따로 또 있을거라고 착각했던 소박한 입구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길은 이렇게 작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이상하게 미션의 정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인가 보다 ㅋ 

 

그리고 정원 뒤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묘지(graveyard)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십자 푯대와 뭐라고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그레한 작은 돌들을 바라 보니, 훗날 쏜살같이 세월이 흐른 후에 나 또한 저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래... 이젠 더이상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고 철없는 불평만 해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 주신 동안 그리고 축복 주신 동안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분께 영광 돌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미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련다. 하도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건물의 외벽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데도 내 눈에는 그것도 마치 일부러 멋스럽게 보이려고 의도한 것처럼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예배당의 모습. 아치형 천정과 샹들리에,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톤 다운된 에메랄드 빛깔 벽면이,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

이 예배당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으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코 끝이 찡하다.

 

건물의 다른 쪽 입구로 나오니 이렇게 널찍한 중앙 광장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치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카멜 미션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하은이와 또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앞에 서본다.   

 

이 미션 건물은 설립자인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실제로 사립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웬만한 종교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수준 높은 기프트 샵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카멜 미션을 떠나, 그 유명한 PCH 1번 도로를 타고 얼바인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카멜에서 이 도로를 타고 30분 가량 내려오면 빅 서(Big Sur)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 앞은 절벽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로스 패드리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 곳.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는 절벽에 걸쳐진 길이 100미터의 다리이자, 자동차 CF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빅스바이 브리지(Bixby Bridge)를 꼽을 수 있다. 참! 마을 북쪽에 있는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등대도 인기 있는 명소란다.

 

빅스바이 브리지 옆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라 본 해안의 모습도 참말 멋졌다.  

 

그리고 빅 서에 오면 이 주립공원에 꼭 들러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늘 안으로 우리는 얼바인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그냥 이곳을 지나치련다. 

입구까지 왔으면 들어가 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제멋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막상 들어가 봤자 별 볼일 없었을 거라고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까지 들어가 주시면 아쉬운 마음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뀐다 ㅋㅋ

 

아! 그리고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건물이 보이는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NEPENTHE 레스토랑이다(내가 아래 아래 사진 오른쪽 구석탱이에 간판까지도 친절히 찍어 놓았다. 우리의 윤요사, 레스토랑 건물과 간판 사진을 한 샷에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ㅋㅋ).

빅 서의 해안 절경을 즐기려면 반드시 저 레스토랑에 가봐야 한다는데, 카멜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리 레스토랑 예약을 안해놔서(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하루 전 예약이 필수란다^^)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스킵! (와우~ 안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나름 맘이 쫌 편한걸? ㅋㅋ)

하지만 이렇게 굳이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들까지 블로그에 소개하는 이유는, 비록 나는 못가봤지만 내 블로그 손님들은 꼭 가보시라는 애틋한 마음에서랄까? ^^ 

 

빅 서에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면 이젠 '샌 시메온(San Semeon)'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유가 있어서 스킵한다! 왜냐구? 허스트 캐슬은 내가 2년 전에 이미 싹~ 훏고 갔으니깐~ (샌 시메온 일대와 허스트 캐슬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제 블로그 2011년 11월 6일자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1시간 이상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캘리포니아 중부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했다. 해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서 있는 모로 락(Morro Rock)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여행 서적을 찾아 보니, 높이 576 피트의 모로 락은 원래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 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높이로 낮아졌고, 이 모로 락은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것인데 이 부근 총 9개의 분화구 지형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닷가에 솟은 모로 락 한 군데 뿐이란다. 참, 모로 베이 일대는 조류 보호지역으로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텃새들이 산란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래 사진의 오른 쪽에 혼자 솟은 저 바위! 난 이렇게 멀리서도 저게 그 모로 락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여보야! 저기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가 모로 락인가보다.' 나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또 아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울 남편은 심드렁하게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라고 대꾸한다. 이렇게 우리가 차 안에서 옥신각신 하던 때, 바로 우리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한 간판이 보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캬아~ 이 사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도 나왔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절묘하게 보인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차 안에서 5년 전에 산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순식간에 이 장면을 담아낸 우리의 윤요사... 정말 장하다. 흑흑...

어이~ 남편! 앞으론 제발 표지판 찍을 땐 차 좀 세워 줘. 맨날 뒷 차 따라와서 사고 위험 있다면서 그대로 달리지 좀 말구~ ㅋ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모로 듄(morro dune)이란다. 여기서는 듄 버기(dune buggy) 한 번 타줘야 되는데...

 

어린 애들 있는 처지에 '듄 버기'까지 타는 건 좀 오버구, 나는 그저 푹푹 빠지는 모래 사이를 걸으며 모로 락을 향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서 찍은 모로 락과 이국적인 모래 사구들의 모습.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T.T

 

그래도 이대로 모로 베이를 떠나는 것은 좀 아쉬워서, 모로 베이에 있는 알버슨 내 스타벅스에서 나의 페이버릿인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잔 사고, 인증샷으로 매장 안에 걸려 있던 모로 베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나! 모로베이에서 스타벅스 마신 뇨자야 !ㅎㅎ

 

모로 베이에서 다시 얼바인으로 출발하려는데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우리가 2시 즈음에 카멜에서 출발했는데 내륙의 쭉 뻗은 프리웨이를 포기하고(이건 어제 얼바인에서 카멜로 올라갈때 타봤는데 빠르긴 해도 진짜 볼 건 엄떠라^^)  바다 경치를 본다며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택한 것도 모자라, 빅 서와 모로 베이까지 들러서 오는 바람에 얼바인 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오늘, 차 안에서 거의 10시간 정도는 보냈나 보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 코스는 1박 2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무리인 코스였다. 물론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1박 2일로 여행 스케줄을 짠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2박 3일로 잡으면 호텔비와 밥 값도 많이 추가되고, 무엇보다도 집 떠나서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리는 건 내가 딱 질색인지라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다녀와 봤다.  

  

내년 2월 중순, 나는 이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몬테레이-카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즐기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잘 다녀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대~충 이번 땡스기빙 여행 포스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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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에서 돌아오니 카멜은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다가 여긴 북가주이기 때문에 오후 5시면 이렇게 거리가 온통 어두워진다. 

카멜(Carmel)은 몬테레이 반도 남쪽에 형성된 자연도시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세련되고 유니크한 도시 미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카멜은 작가와 음악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할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멜의 중심가 이름은 오션 애비뉴(Ocean Ave)이다. 오션 애비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카멜의 메인 스트릿으로 멕시코풍 건물, 유럽풍 건물, 그리고 컨트리풍 건물은 물론, 그 건물들마다 들어선 고급스러운 500여개의 점포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풀경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이 오션 애비뉴의 끝으로 걸어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카멜 비치'를 만나게 된다.

또한 오션 애비뉴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가면,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미션이자 가장 완벽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San Carlos Borromeo del Rio Carmel Mission(1771년 스페인 전도사 Junipero Serra 신부가 건설했다고 함)도 볼 수 있다(이 카멜 미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카멜의 지리와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윤요사 여행 이야기로 돌아간다.

몬테레이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나... 그래! 카멜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옐프 평점이 좋다는 바로 이곳! 다메트라 카페(Dametra Cafe)에서 먹어야겠군!

 

근데 어랏? 아직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식당의 모든 예약이 꽉 찼다구? 아차차... 오늘 같은 땡스기빙 연휴에는 미리 미리 예약을 때렸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윤요사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탓이로구만... 쯧쯧

아니나 다를까 울 남편, 여행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나에게 가재미 눈을 해댄다(그러나 정작 울 남편은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ㅋ) 

하지만 나도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오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게다가 간식거리까지 다 싸서 얼바인에서 출발한 게 새벽 5시거덩? 그리고 차 안에서 잠깬 아이들 수발을 들어가며 6시간을 차로 쉬지 달려서 카멜에 도착한 게 아침 11시거덩? 그리고 다시 몬테레이로 건너가서 초스피드로 구경 때리고 17마일 드라이브 타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예약은 했어야 했다는 거 맘속으론 인정 T.T)

어쨌든 후회는 짧게! 어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봐야 겠다. 옐프 평점은 약간 낮으면서도 아직까지 자리가 남아 있을 법한 외진 곳으로 말이지...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되시겠다. 하지만 맛은 기냥 평범했으므로 레스토랑 이름까지 적진 않겠다 ㅋㅋ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호텔로 들어가 볼까?

내가 한 달도 훨~씬 전에 미리 예약했던(여행 준비를 미리 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의 숙소는 쨔잔~ 바로 '퀘일 랏지 앤 골프 클럽' 이다. 미리 여기서 묵었던 친구가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숙박 가격은 택스 포함 167달러였는데 리조트 전경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어찌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다른 블로거 분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왔다고 이렇게 자기네 리조트 상징인 퀘일(Quail) 인형도 두 개나 선물로 주었다. 하은이, 주은이는 새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여행 내내 꼭 껴안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밤 체크 인 할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골프 리조트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골프라도 좀 칠 줄 알았다면 더 좋았으련만^^

 

더구나 아침 식사를 공짜로 준단다. 꼴랑 167달러 밖에 안냈는데 그 착한 가격에 아침 식사(비록 전형적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이긴 하지만^^)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야홋! 짱이야요! 

 

참! 여긴 어제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잠시 카멜에 들러 먹었던 '포타 벨라'라는 레스토랑이다.

 

6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가!^^ 역시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다져져서 이제 차로 6시간쯤 이동하는 건 우습지?^^

아 참! 윤요사가 레스토랑 이름을 친절하게 공개한 걸 보면 미리 짐작했겠지만 여긴 맛도 꽤 좋았다. 나는 형편에 걸맞지 않게(?) 여기서 젤로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랍스터 스파게티를 시키는 호기를 부린 후, 나중에 계산서 보고 바로 뒷골 잡았다는 ㅋㅋ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카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오션 애비뉴를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유관으로 직접 보는 오션 애비뉴의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거리 자체가 너무 넓어서 도저히 한 카메라 앵글로는 제대로 조망할 수 없어서, 파워 블로거(우웩우웩)로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션 애비뉴를 걷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 양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세련된 샵 안을 살펴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했다. 하지만 특색있는 샵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종목을 정하지 않으면 며칠을 둘러 봐도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나는 주로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집중하여 발품을 팔아 보았다.

 

그렇게 또 점심이 되었다. 집념의 윤요사, 어제 밤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지 못했전 다메트라 카페에 오전 11시 오픈시간도 되기 전에 줄을 선 결과, 드디어 오늘 점심은 다메트라 카페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ㅋㅋ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노래 동아리 후배인 상영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가 대학시절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단대부고-서초고 연합 노래 동아리 뮤즈(muse)의 후배였던 상영이가 얼마전 Sandiego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카멜 인근 산호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이제는 상아줌마가 된 동아리 선배가 카멜까지 올라왔다고 바쁜 땡스기빙 휴가 중에도 이렇게 카멜까지 왕림해 준 상영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카멜 미션을 구경한 후,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PCH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빅 서(Big Sur)와 모로 베이(Morro Bay)에도 잠시 들를 예정이다.

도로 사정이, 날씨가,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지길 바라며, 이만 카멜 여행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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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보낼 마지막 땡스기빙 휴가 여행지로 드디어!!! 카멜(Carmel)과 몬테레이(Monterey)가 간택(?)되었다. 

카멜과 몬테레이.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기도 하지만 혹자들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기에 몇 자 적어 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테레이 반도'에는 유명한 2개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천연의 미항으로 알려진 '몬테레이'와 자연경관과 예술적 감각의 거리가 조화를 이루는 '카멜'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1)몬테레이와 (2)카멜, 그리고 (3)빅서 및 모로베이 등 3개로 나누어 포스팅할 예정이므로, 일단 카멜 관련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포스팅은 몬테레이에 관한 이야기만 풀어 놓기로 하겠다.

먼저 몬테레이는 역사적 건물이 많은 다운타운과 그 서쪽 끝에 위치한 피셔맨스 워프, 그리고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과 캐너리 로우(cannery row) 등이 유명하다. 이곳 몬테레이는 16세기에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19세기 후반에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산업이 왕성했던 도시였다고 한다. 또한 지금은 리조트 타운이자 미국의 국민작가 존 스타인 벡의 연고지(이곳의 캐너리 로우는 존 스타인 벡의 소설 배경이다)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나는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답게(!)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을 구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정했는데, 1984년에 오픈한 몬테레이 베이 수족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책자에서서 이 수족관은 '23개의 전시장과 83개나 되는 작은 물탱크가 있고, 테라스에서는 멀리 태평양을 조망할 수도 있으며 해저를 볼 수 있는 높이 9미터의 거대한 수족관이 특히 인기'라는 정보를 입수한 나는, 드디어 부푼 마음으로 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무슨 가건물 판자집처럼 생긴 것이 세계적 명성의 수족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어설픈 부자들이나 겉모양에 신경을 쓰지 진짜 부자들은 원래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법이니께 내 다 이해하련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부자란 말인가?ㅋㅋ) 

 

입장료 역시 별로 착하지 않다. 어른 1인당 거의 4만원, 아이도 거의 2만 5천원이나 한다. 주은이는 아직 어리니 그나마 무료라 다행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핑계로 아쿠아리움 입장료로만 10만원 이상을 써댔다. 남편! 돈 벌기는 우라지게 힘든데, 돈쓰기 참말로 쉽지요... 잉?^^ 

 

하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일단 들어가보니, 내가 지난 1년간 멤버십을 유지했었던 롱비치에 있는 '퍼시픽 아쿠아리움'보다 훨씬 강렬한(?) 포스가 풍겨 나온다^^ 

 

사실 이렇게 대개 보통의 아쿠아리움이라면 으례히 갖추고 있는 수중 동식물들을 완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닐 게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바에 의하면 이 아쿠아리움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들을 곳곳에 세심하게 배려해 놓았다는 거다.

하은이는 아쿠아리움 곳곳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각종 해양 동식물들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은 물론, 이곳 스태프들로부터 친절하고 성실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하은이가 아무리 말도 안되는 수준의 유치한 질문들을 던져대도 그들은 항상 웃으면서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는 모습이 내게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또한 둘째 주은이 같이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충실하게 마련해 놓았다는 점도 칭찬할 만했다.

대개의 부모들은 큰 아이들에게 구경을 시켜 주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정작 두서너 살짜리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올 경우 둘째를 데리고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세심히 배려하여 공간을 할애한 점이 참 좋았다.  

 

끝으로 아쿠아리움 건물 밖의 테라스로 나가 보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천혜의 인근 자연경관을 단지 배경으로만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도 신선해 보였다.   

 

게다가 세계적 아쿠아리움의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기념품샵이 잘 꾸며져 있는데도, 입장료에 이미 큰 돈을 써버린 우리의 윤요사, 그냥 쓰윽~ 한 번 둘러 보고는 아무 미련도 없이 바로 빠져 나와 주신다 ㅋㅋ 

 

아이구~ 다리 아프다! 이제 온가족이 촌스런 인증샷이나 한 장씩 찍고 나가야겠다^^

 

인증샷을 찍고 난 우리는, 이제 몬테레이 항구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하여 아쿠아리움을 뒤로 하고 반대편 방향을 향해 걸아가 보았다.

 

도로 양 옆으로 서있는 건물들이 웬지 모를 정겨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니고, 그리 옛스런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왜 이렇게 이곳이 맘에 드는 걸까... (싸구려 B급 감성의 윤요사, 대문호 존 스타인백의 영혼이 갑자기 빙의라도 됐나 보다. 우하하~ )

 

지금이 땡스기빙 시즌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까지 겨냥하여 거리도 건물들도 일찌감치 꽃단장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래서 그럴까...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다들 들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걸으면서 몬테레이 다운타운을 둘러본 우리는, 몬테레이 쪽의 Pacific Grove Gate로 들어가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페블 비치의 전경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긴 후 Carmel Gate로 나와 바로 Carmel에 도착하는 루트를 택하기로 했다.

마침 저녁 5시가 다 되어 곧 해가 질 무렵이라, 우리는 운이 좋으면 페블비치에서 아름다운 Sunset을 볼 수도 있겠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평범하게 나는 새도, 무심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페블 비치란다... 이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란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모든 게 특별해 보인다.

 

차를 타고 한 10여분 정도 드라이브를 했을까... 갑자기 막 해가 지려 한다.

선셋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하여 남편과 나는 재빨리 턴아웃 존에 차를 세워 본다.

하지만 3년 전에 산 구식 아이폰으로 일몰을 제대로 찍는다는 건 역시 무리인가 보다(하긴 그건 태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ㅋㅋ)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뭐여... 나 이방원이여?^^). 싸구려 아이폰에 의지하여 찍든, 겁나게 비싼 DSLR 카메라로 찍든, 이미 내 두 눈이 똑똑히 그 장면을 접수해 버렸는걸 ㅋㅋ (이렇게라도 위로해야 쫀심이 덜 상한다 ㅋ)

 

그렇게 우리 가족은 페블비치에 서서 말없이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해는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수평선 밑으로 금방 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우리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마일 드라이브를 타고 다시 카멜로 돌아왔다. 어둠에 묻힌 카멜의 거리가 피곤에 쩔은(?) 우리 가족을 조용히 맞아 주었다...  

                                                                                                      ----- 카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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