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일찍 주은이를 데이케어에 맡기고, UCLA에서 강의하는 다락방 자매의 차를 얻어 타고, 평소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UCLA에 다녀왔다.
나는 평소 대학 캠퍼스 투어를 좋아하는 편인데, 울 남편은 아무 상관도 없는 남의 대학에 구경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다, 나는 도저히 혼자서 LA까지 운전할 실력은 못되기 때문에, UC계열 중에서 캠퍼스가 가장 아름답다는 UCLA 캠퍼스는 평생 구경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다락방 자매가 자기가 강의하러 가는 김에 왕복 라이드를 해주겠다길래 얼씨구나! 하고 따라나서게 된 것이다^^
다락방 자매와 조잘거리며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어느새 UCLA에 도착했다(그새 한 시간이나 떠들어단 얘기다 ㅋㅋ).
어쨌든 우리의 윤요사, 학교 입구의 주차관리 부스에서 얻은 UCLA 지도를 보며 오늘의 투어 코스를 미리 생각해 본다.
그런데 동행해 준 다락방 자매가 자기 강의 시작하기까지 30분 정도 남았다며 갑자기 커피를 사주겠단다. 그래서 들어가게 된 분위기 좋았던 한 카페. 카페 바깥에는 이렇게 실외 테이블들이 놓여져 있었고 저 뒤로 보이는 건물 1층에 카페가 있었다.
카페 안의 모습은 이렇게 멋졌다. 아~ 커피와 빵을 앞에 두고 공부하는 저 학생들의 모습. 그 자체로 미드의 한 장면이다 ㅋㅋ
한 손에는 자매가 사 준 아이스커피 한 잔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지도를 들고 캠퍼스를 본격적으로 누비기 시작한 우리의 늙은(?) 윤요사. 애 둘 딸린 늙은이 티 안내려고, 나름 아베크롬비 후드 티에 청바지, 그리고 백팩을 매고 형광색 스니커즈까지 신어주셨다ㅋㅋ
그래도 주욱 늘어선 각종 알림판과, 동아리 호객 행위나 캠페인 참여 독려 등을 위해 캠퍼스 중앙 도로에 마련된 테이블들을 보니, 십 수년전 내가 대학 다닐때의 향수가 아련히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십 수년 전,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서 동아리 회원모집이나 개강 혹은 방학 맞이 동문회를 알리는 색색깔의 각종 대자보들을 보며 눈길을 떼지 못했던 여대생 시절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이렇게 공식캠퍼스 투어도 진행되고 있었다. 재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십여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이리 저리 돌아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나도 같이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영어가 안되는 고로 그저 이렇게 어설픈 셀프 투어에 만족할 수 밖에^^
먼저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그 유명하다는 애커먼 유니언(Ackerman Union)이었다. 한국으로 말하면 학교 로고가 그려진 문구류 등을 파는 생활협동조합 쯤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앞에서 이렇게 특별 도서 할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도 괜히 학생인양 어색하게 이책 저책 들추어 봤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그 규모가 참 크다. 나도 대학 다닐때 생협에서 시간당 4000원을 받고 알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대학교의 생협하고는 비교가 안되게 크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당연히 서점은 기본이고
어른들 츄리닝부터 아이들 옷과 인형,
UCLA 로고와 상징 동물인 곰돌이(여기서는 BRUINS라고 부르는 듯)가 박힌 바인더 등 문구류 코너도 이렇게 예쁘게 구비되어 있었다. 사실 하나 사오고 싶었는데 사오면 괜히 남편에게 놀림 받을 것 같아서 걍 관뒀다 ㅋㅋ
게다가 헬로키티 문구류 코너와 발렌타인 데이 선물들까지... 역시 젊음은 유치하기에 아름답다^^
이제 애커먼 유니언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캠퍼스 투어를 시작해 볼까나?
나는 우선 지도에 Wilson Plaza라고 표시된 곳으로 가서 Janss Steps라 불리는 계단을 올려다 보았다. 바로 저 계단이다.
내가 서 있던 윌슨 플라자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이 건물은 Kaufman Hall이고
오른편에 위치한 이 건물은 Student Activities Center란다.
하지만 나는 이 두 건물의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향해 저벅저벅 올라갔다. 그리고는 계단 끝까지 올라가 반대로 내가 걸어왔던 윌슨 플라자를 내려다 보았다. 참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계단을 올라가자 마자 왼쪽으로 보이는 이 건물이 가장 유명한 건물이라는 로이스 홀(Royce Hall)이다.
로이스 홀 안으로 들어가 독특한 천장 문양을 사진에 담아 봤다. 한 마디로 말해 참 멋졌다. 근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더 멋진 게 좀 안타깝다.
이건 지성의 요람에서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포웰 도서관(Powell Library) 모습. 하지만 나는 조각공원을 둘러 보고 다시 돌아올 것이기에 일단은 스킵!
조각공원까지 가는 동안 둘러본 캠퍼스 곳곳에는 이렇게 오렌지색 벽돌모양으로 만들어진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모양의 건물들이 조화롭게 지어져 있었다.
내가 다녔던 대학은 회색 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서 캠퍼스를 떠올리면 전체적으로 우거진 녹음들과 회색빛 건물들이 떠오르는데, 앞으로는 이곳을 생각하면 조금씩 다른 빛깔의 고풍스런 오렌지색 벽돌이 만들어낸 건물들이 떠오를 것 같다.
건물 뿐 아니라, 넓은 잔디밭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늘에 모여 앉아 야외수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예 햇빝 아래 드러 누워서 일광욕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마다의 모습들이 모두 한가롭고 멋져 보였는데, 캠퍼스가 이렇게 넓다는 건 재학생들에겐 정말 축복이다.(비록 다락방 자매의 말로는 UCLA 캠퍼스는 미국에서는 별로 넓은 편이 아니라지만 ㅋㅋ)
드디어 캠퍼스 안쪽에 자리 잡은 머피 조각 공원(Murphy Sculpture Garden)에 도착했다.
이날 따라 조각공원에서는 무슨 촬영을 하는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조명판을 들고 있는 사람,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는 사람, 마이크를 잡고 뭐라고 말하는 사람 등, 그리 넓지 않은 조각공원 안은 수 십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각공원까지 둘러본 나는 다시금 도서관으로 향했다. 화장실도 이용하고(ㅋㅋ) 도서관 내부도 한 번 둘러볼겸 해서 말이다.
내부 서고의 모습은 한국의 대학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고 옆에 배치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작은 책상들도 그렇고.
그래도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이렇게 높은 천정과 큰 창문을 가진 로비와 열람실이 있다는 것 정도랄까?
이렇게 해서 내가 당초 계획했던 얼렁뚱땅(?) 투어가 대충 끝이 났다.
게다가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 새벽밥 차려 주고 도시락을 싸준 것은 물론, 두 아이들 아침 먹여서 라이드까지 하고 와서 캠퍼스를 두 시간 동안이나 싸돌아 다녔더니 시장기가 마구 몰려 온다.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막 강의를 마치고 나온 다락방 자매가 교수 식당에서 점심을 사준단다. 아싸라비야!
다락방 자매가 사준 오늘의 점심 식사는 새우와 스테이크 되시겠다. 그런데 스테이크 위에 새우가 놓여 있어서 오늘의 주인공인 스테이크가 잘 안보이네 ㅋㅋ 그래도 맛은 무지 좋았다~
오늘은 이렇게 공짜로 차 얻어타고 평소 보고 싶던 캠퍼스 투어도 하고 맛난 점심에 커피까지 얻어 먹은 즐거운 날이었다. 하지만 내 머릿 속은 다소 우울했던 날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는데 첫번째는 대학 다니던 시절의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마자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시고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바람에 집안 형편이 갑자기 많이 어려워졌었다. 나는 졸지에 성적장학금을 타기 위해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용돈을 벌기 위해 근로장학금을 타고자 4년 내내 학교 박물관, 우체국, 도서관 등을 전전하며 시간당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에 목을 매야 했다. 그뿐인가! 남들은 졸업앨범 찍는다고 메이크업에 헤어 손질까지 비싼 미용실에서 받았는데 나는 정장 한 벌 살 돈이 없어서 친구 정장을 빌려 입고 어설프게 내 손으로 화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었으니 할 말 다했다(그래서 졸업앨범을 보고도 마담뚜들에게 전화 한 통 안왔나부다ㅋㅋ).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오래동안 묻어둔 기억이었는데, 오늘 캠퍼스 투어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두번째 이유는 현실의 내 처지 때문이었다. 사실 오늘 나를 이렇게 극진히 대접해 준 자매는 내 대학 3년 후배인데 그녀는 지금 UCLA에서 강의를 하는 부러운 삶을 살고 있고(물론 그녀에게도 나름의 애환이 있겠지만^^), 나는 지금 그 캠퍼스에서 사진이나 찍고 있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T.T 나도 그동안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나는 언제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서 좀 벗어나 나의 커리어를 가꿀 수 있을 것이냔 말이닷!!!
음... 아줌마가 되고 보니 이노무 끝도 없는 넋두리에는 약도 없구나 ㅋㅋ
어쨌든 오늘은 그래도 즐거운 날이었구, 끝으로 오늘 이렇게 값진 추억을 나에게 안겨준 다락방 자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늘의 포스팅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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