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게티 센터를 구경한 우리는, 나의 튜터 앨릭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향했다.(게티 센터와 산타모니카 해변은 차로 10분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이다) 앨릭스 선생님은 산타모니카 부두도 아름답지만 그 인근에 자리잡은 third street promenade라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더욱 유명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곳은 마치 한국의 이대입구나 신사동 가로수길, 혹은 압구정 로데오 거리를 연상케 하는 레스토랑과 샵들의 천국이었다.  거리 중간에는 공룡 모양의 조경물과 분수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었고 거리 양쪽으로는 각종 의류 샵과 악세사리 가게, 그리고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하지만 거리가 싸구려 같이 느껴지지 않고 뭔가 격조있으면서도 젊은이들의 취향이 물씬 풍겨났다.



우리는 산타모니카 해변으로 슬슬 걸음을 옮겨 보았다.



산타모니카 부두 안쪽에는 '퍼시픽 공원'이라고, 다소 유치한 놀이기구들이 십 여개 정도 설치되어 있는 유원지도 있었다. 원래 하은이에게 작은 놀이기구라도 태워주려고 부두 안까지 들어간 것이었는데 이 날 햇빛이 너무 뜨거운데다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도저히 놀이기구의 차례를 기다리기 힘들어 걍 포기했다.

그래도 산타모니카 해변은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들로 북적였더랬다. 



낭만적인 산타모니카 해변과 패션과 맛집이 가득한 젊음의 거리... 사실 나는 이런 조합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처럼 어린 딸과 환갑을 넘기신 부모님을 동반한 가족 방문이 아니라, 맘에 맞는 여자 친구들 여러 명과 왔었더라면 차라리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미친듯이 수다를 떨면서 괜히 허황된 얘기들도 늘어 놓고 30대 초,중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스트레스도 풀면서 말이다^^

미국에 오니 모든 게 참 좋다. 하지만 아쉬운 건 부모님을 비롯하여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직장 동료들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맘만 먹으면 그들과 연락해서 강남역이든 신사동 가로수길이든 혹은 서래마을에서든 잠깐 만나서 회포를 풀 수 있었는데...

물론 나는 여기서도 조금씩 인간관계를 넓혀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만난지 십 수년 된 친구들과 비교할때 경험의 공유 정도가 같지는 않기에 그게 좀 아쉽다. 하긴 낯선 곳으로 오면 당연히 겪어야 할 일들이긴 하지만^^  괜한 넋두리 한 번 해본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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