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달 후면 태어날 둘째를 위하여 나는 정말 오랜만에 베이비저러스에 가 보았다. 예전에 한 번 스치듯 구경한 적은 있었지만 작심하고 들어와서 전체 매장을 둘러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같은 경우, 첫째는 정말로 맨몸으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모차부터 보행기, 하이체어까지 대부분의 육아용품은 거의 형님이 쓰시던 것을 물려받았던데다, 기타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도 거의 사지 않아서 그만큼 아기 키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무래도 장비가 좀 받쳐줘야 엄마의 노력이 그나마 덜 들어가는데 나는 특별히 돈을 아끼기 위한 신념이었다기보다는 사실 다양한 육아용품의 세계에 대해서 무심했기에 뭘 사야할지조차도 잘 몰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의 아이쇼핑은 이국땅에서나마 둘째아이를 그나마 편하게 키워보고 싶은 소망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매장 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건 바로 젖병을 말리는 rack이었다. 나는 하은이 키울때 이런 것도 있는 줄 몰라서 쟁반에다가 키친타올 깔아놓고 젖병을 말리곤 했다. 쯧쯧...



다음은 미국같은 2층집 생활에서 필수적인 계단 간이문 되시겠다. 아가들이 2층에서 기어다니다가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둘째가 어느 정도 기어다닐 때가 되면 반드시 요 게이트를 계단 입구에 설치하리라 맘 먹었다.



신생아 키울 때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목욕이다. 나는 하은이를 키울 때도 별도로 욕조를 사지 않고 산후조리원에서 나눠 준 정말 욕조 하나 땡그러니 있는 걸 사용했었는데(그래서 목도 못가누는 신생아를 일일이 껴안고 씻기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여기 와보니 욕조 안에 아기를 고정시키는 또 다른 별도의 bath seat을 다 파는게 아닌가!!!

이런 거 있는 줄 알았으면 나 혼자서도 거뜬히 아기를 목욕시킬 수 있었을텐데 한국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몰라서 맨날 남편 돌아오기를 눈빠지게 기다려 늦은 밤에 둘이 낑낑거리며 아기를 목욕시키곤 했다. 



요것도 여기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인데 (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Pack&play되시겠다^^) 운반할 때에는 접을 수 있도록 매우 작아지지만 남의 집이나 공원에 도착해서 쫙 펼치면 이렇게 훌륭한 침대겸 칸막이형 놀이터가 된다. 요것도 있으면 좋을 듯...



그리고 이것도 굉장히 재밌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는데 하나의 의자를 이용하여 4가지 서로 다른 조합, 그러니까 신생아용 의자, 스윙, 하이체어, 토들러용 의자 등으로 변신이 기능한 상품 되시겠다. 말그대로 '원소스 멀티유즈'가 아닐 수 없다^^



아래 상품은 아기 응가 전용 쓰레기통이란다. 한국에선 이런 거 듣도 보도 못했었는데(그저 아가 응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므로 최대한 비닐 봉지에 똘똘 말아다가 자주 내다 버리는게 상책이었다^^) 여기서는 이 상품이 매우 널리 쓰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듣자 하니 이 쓰레기통은 안에 씌우는 비닐 자체가 좀 특수하게 제작되어 있어서 응가 냄새가 전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했다. 이곳 얼바인은 날씨가 더운 편이라 요런게 있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반가운 상품이라 그냥 올려본다. 왜 반갑냐면 내가 한 달 전에 미리 구입한 스토케 하이체어가 더 비싼 값에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첫째 키울 때는 이런 브랜드를 들어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스토케는 유모차계의 벤츠라 불리우며 사실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많이 나 있던 제품이란다. 그런 스토케 브랜드 중 유모차 다음으로 유명한게 바로 이 트립트랩 하이체어이다.

나는 알뜰한 지인의 소개로 세금 포함 230달러에 샀는데(아기 하이체어가 26만원 정도 한다면 사실 최고 비싼 것이긴 하지만^^) 여긴 텍스 제외 240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내가 좀 더 싸게 샀군 ㅋㅋ  



끝으로 요건 아기들 분유탈 때 먹이는 아가 전용 water란다. 나는 하은이 키울 때 그냥 우리들이 먹는 정수기 물 사용해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가들 분유탈때 꼭 이런 아가 전용 물을 사용한다고 하니 첨에는 황당황당. 요즘 세상 많이 좋아졌다^^ 



다음은 우리 하은이를 위한 자상한 엄마되기 프로젝트 되시겠다. 사실 하은이 생일이 지난 12월에 있었는데 한국에 다녀오느라 프리스쿨에서 하은이 생일잔치를 준비해 주지 못했다. 하은이는 친구들의 생일잔치에는 다 참여해서 선물도 많이 받아놓고 정작 자기 생일잔치는 건너뛰어 버려서 나는 이렇게 늦게나마 프리스쿨에서 하은이 이름으로 파티를 하나 열어주기로 결정했다.

파티를 준비하려면 케익은 물론이고 조촐하게나마 친구들의 선물(여기서는 '구디백'이라 부름)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구디백에 넣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하여 오늘 이곳 Party city를 찾았다.



이렇게 많은 공주용품과 만화캐릭터 상품들 중에서 도대체 무얼 골라야 하나... 난생 처음으로 학부모가 되어 첫번째 구디백을 뭘로 채우나 고민하던 나는, 그동안 하은이가 받았던 선물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그러나 내가 보기엔 지극히 유치하고도 쓸모없는^^) 버블놀이와 호루라기, 메모지, 사탕 등을 몇 가지 골라 보았다.  



그리고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별로 내용물과 포장지를 약간씩 달리하여 캐릭터 봉투에 아이템들을 넣고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쓰고는 리본으로 묶어 포장을 완성하였다. 나는 포장하는 내내 이런 유치한 것들을 아이들이 과연 좋아할지 의문이 들었지만, 하은이는 엄마가 자기 친구들 15명의 선물을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빨리 나눠주고 싶다며 내내 신나했다.

비록 느지막히 여는 파티이지만, 그리고 둘째 출산비용 때문에 한 푼이 귀중한 요즘이지만 하은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끝으로 어제 하은이의 프리스쿨 단짝친구 준성이네 집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 몇 장을 방출해 본다. 준성 엄마는 아이 셋을 키우는 기러기 엄마로서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판국에 이렇게 우리 가족까지 초대해 주셔서 나는 마음 속으로나마 참으로 고마왔다. 덕분에 맛있는 스파게티와 마늘빵, 샐러드를 얻어먹으면서 호화스런 집구경도 겸할 수 있었던 기분좋은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기 와서 느끼는건데 이국 땅에서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손수 지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만큼 최고로 마음 따뜻해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한국보다 유난히 새로운 사람을 서로 경계하거나 굳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나같이 외향적인 사람이 그동안 친구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걸 보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고 누군가와 점차 가까워지게 되면 마음이 배로 더 기뻐지나보다. 나도 이제 둘째가 태어날 날이 딱 2개월 남았다. 그 2개월 동안이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대접하기를 즐거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그 이후엔? 알잖아... 다시 인간같지 않은 신생아 엄마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 흑흑)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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