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첫날이다. 토요일이라서 오랜 만에 늦잠을 잔 나는 아침 8시경 신문(LA TIMES가 아닌 중앙일보^^) 을 가지러 우리 집 차고 쪽으로 나갔는데 우연히 옆의 옆집에서 그라지 세일을 하고 있는게 보였다.

미국 생활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었던 게 개인적으로 '그라지 세일'과 '바베큐 파티'였기에, 나는 서둘러 가족들에게 아침밥을 뚝딱 해 먹이고는 온 가족을 이끌고 옆의 옆 집으로 나가 보았다.

나가는 길 모퉁이에는 그 집 사람들이 붙여 놓았을 그라지 세일 광고(광고라고 하기엔 참 성의없게 갈겨쓴 ㅋㅋ)가 붙어 있었다.



그라지 세일을 연 이웃집에 가보니 그 집 주인은 인도계 사람이었다. 그릇이나 장식품은 물론이고 아이들 장난감과 책, 그리고 여러 번 입은 티가 역력한 헌 옷들이 정말이지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미국에 온 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보는 그라지 세일이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갔으나 정작 세일 품목들을 보고 적잖이 실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주인이 알아챌까봐 연신 흥미있어 하는 눈빛으로 이것 저것 살펴보는 척 했다.



그래도 아무 것도 안 사고 나오는 것은 이웃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서 무어라도 하나 건져볼까 하는 마음에 샅샅이 세일 품목들을 뒤진 결과, 나는 드디어 꽤나 상태가 좋은 아동용 동화책을 하나 발견해 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How much?"라고 주인에게 물었더니(이 날 유일한 나의 영어 한 마디 ㅋㅋ) 주인이 "25센트"라고 선뜻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전에 나는 남편에게 ' 이 책 괜찮은데 그래도 1달러 이상이면 안살꺼야' 라고 얘기했었는데 겨우 25센트라는 말에 나는 서둘러 돈을 내고 하은이 품에 책을 꼬옥 안겨 주었다. 


그동안 나는 그라지 세일이라면 아주 거창하지까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물건들만 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의 경험으로 그런 기대는 아주 무너져 버렸다^^

그래도 정말 바로 내 옆의 옆집에서 하는 그라지 세일을 경험해 보니 괜히 어린아이처럼 신기하고 또 재미있기도 했다. 하은이에게 어서 20센트 주고 산 동화책이나 읽어줘야겠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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