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 한 켠에 위치한 타나카 스트로베리 팜.
한 1년쯤 전, 하은이가 다니던 드림랜드 프리스쿨에서 필드트립으로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하은이는 어찌나 이곳을 맘에 들어했는지 그 날 이후부터 맨날 다시 가보고 싶다며 지금껏 노래를 불러댔다. 하지만 똑같은 곳을 다시 가기 싫어하는 나의 성격과, 그 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둘째 주은이를 케어하느라 지쳐 버린 나는, 하은이의 이런 순수한 바램을 다시 들어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은이가 9개월째 다니고 있는 얼바인 몬테소리 프리스쿨의 같은 반 엄마들로부터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타나카 스트로베리 팜에 같이 놀러가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그녀들과 어울리는 것이 영 거북했지만, 이 한 몸 잠시 희생해서 우리 하은이 소원 한 번 들어줘야겠다는 웬 모성애가 갑자기 불타올라(ㅋㅋ) 5월 5일 토요일, 우리 가족은 스트로베리 팜을 두번째로 방문하게 되었다.
아래 간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 이곳은 골프장으로 유명한데, 넓은 대지의 다른 쪽에는 커다란 U-Pick 형 농장이 같이 자리잡고 있다.
타나카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하은이, 입구에서 키를 한 번 재 본다. (걱정 마라, 하은아. 니 엄마와 아빠가 큰 편이라 넌 당삼 170 이상일꼬얏 ㅎㅎ)
오늘 함께 모이기로 한 엄마들만도 총 13명. 한 반이 24명쯤 되니깐 거의 절반이나 되는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오늘의 모임에 참여한거다.
우리는 각각 돈을 걷어서 농장 측에서 트랙터를 운전하면서 직원이 직접 설명을 해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
농장 투어가 시작되기 전, 대기 장소에서 하은이네 반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투어를 기다리고 있다.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싶다고 애원하던 울 남편도 결국엔 영어 울렁증이 심한 나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본 투어에 참여해 주시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도 뭐 썩 영어를 잘하진 않는다^^ 기냥 백짓장도 맞들면 나은 수준이랄까 ㅋㅋ
오늘 너무 신난 우리 하은이, 아니 애슐리. 뭐냐... 이 구린 표정은 ㅎㅎ
프리스쿨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어울려 사진도 찍고... 하은아, 좋으냐?
드디어 농장 투어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밀짚 모자를 쓴 아자씨의 쏼라쏼라도 시작되었다. 우리의 윤요사, 두 번째 듣는 것인데도 뭔 말인지 잘 모른다 ㅋㅋ
농장 참 넓다.
평소 당근을 젤로 좋아하는 하은이, 아저씨가 나눠 준 당근을 먹으며 행복해한다.
하지만 하은이가 젤로 좋아했던 건, 역시나 딸기 따는 순서였다.
다시 트랙터에 오른 하은이와 친구들. 딸기를 먹느라 여념이 없다.
센스쟁이 운전사 아저씨가 가족사진을 찍어 주셔서, 이 날 유일하게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장 얻을 수 있게 됐다.
돌아오는 길, 막내 주은이도 덜덜 거리는 트랙터 난간을 붙잡고 뭔가 골똘히 생각 중이다. 혹시 "엄마! 여긴 또 어디여요... 맨날 땡볕에 나 데리고 싸돌아다니기만 하고... 저도 피곤해요..."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ㅋㅋ
나는 그동안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놀아주는게 천하에 젤로 쉬운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미국 땅에서 아이를 낳고 또 키우다 보니, 공주 그림 한 장만 그려 달라거나 놀이터에 나가서 같이 놀아 달라는 큰 아이의 부탁을 언제나 귀찮다거나 혹은 피곤하다며 거절하고 있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스트로베리 팜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하은이가 "엄마! 주은이 보느라 피곤한데도 오늘 나 때문에 스트로베리 팜에 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하고 어른스럽게 인사를 했다. 내 마음이 갑자기 짠해졌다.
나는 그동안 내가 샤워할때나 배큠 돌릴때마다 작은 방에 하은이와 동생을 몰아 넣고 하은이에게 절대로 문 열고 나오면 안된다고 엄마가 다시 문 열때까지 동생 잘 돌보고 있으라고 눈을 부라리며 나오곤 했는데, 아무리 내가 힘들어도 이젠 정말 그런 감금 수준의 나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나에게 내 삶이 그토록 소중하듯이, 앞으로 자라날 내 아이들의 삶 역시 소중하기에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늘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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