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일 가까이 지독한 감기를 앓았기에 나는 이번 주 주말은 정말 집에서 푹 쉬면서 보내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금요일판 미주 중앙일보 한 쪽 구석탱이에, 얼바인 리저널 팍에서 할로윈 맞이 펌킨 패치 레일로드를 한다는 기사를 읽고, 금요일 저녁 갑자기 역마살이 발동하여 토욜일엔 요기를 한 번 가봐야겠다고 결심해 버렸다.
아... 그러나 막상 토요일이 되자 하루 종일 매우 흐리고 추운 날씨가 연출되었으며, 이 날 따라 같은 장소에서 근방 고교대항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지라 공원 전용 주차장이 통제되는 바람에 우리는 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리는 곳의 무슨 칼리지 주차장을 이용해야만 했다. 오늘 소풍은 처음으로 옆 아파트에 사는 민이네 식구까지 꼬셔서 데려왔는데 이게 웬 망신살인고...흑흑.
아래 사진은 오늘의 메인 액티비티라 볼 수 있는 펌킨 패치 레일로드를 타기 위하여 기다리는 모습. 하은이보다 3개월 정도 빠른 강민이랑 이제 20개월이 된 그의 동생 강윤이랑 기념 사진 한 방!
지난 번 부활절 때는 기차 주변을 몽조리 이스터 바니로 도배를 해 놓더니, 이번엔 온통 할로윈을 의미하는 주황빛 늙은 호박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다.
기차에서 내리니 어느 덧 12시. 배꼽 시계가 작동한 우리는 먼저 도시락을 까먹기로 했다. 도시락이랬대봤자 인근 마켓에서 사온 김밥 6줄과 각자가 집에서 준비해 온 각종 과일 그리고 삶은 고구마가 전부이지만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먹는 점심 식사의 맛은 꿀맛이었다(나만 그랬나?^^).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우리는 공원 안에 있는 orange county zoo에 들어갔다. 이 곳은 입장료 2달러의 저렴하고도 아담한 동물원이라서, 무슨 대단한 맹수나 희귀한 동물들은 결코 찾아볼 수 없지만 오히려 요렇게 20~30개월 된 꼬마들을 데리고 오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하은이도 토끼, 닭, 염소, 양, 독수리, 곰, 사슴, 너구리 등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했다. 요즘 나는 하은이에게 뱀, 전갈, 박쥐 같은 약간 혐오스런 동물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오늘 이 곳에서 모두 실물들을 접할 수 있어서 나름 교육적 효과도 컸다고나 할까^^
사실 동물원을 빙 둘러 본 나는 몸이 많이 지쳤다. 뭐 뱃속의 둘째 때문이라기보다는, 요즘 그저 맨날 먹고자고를 반복하는 일상을 통하여 다져진 나의 저질체력 때문이리라.
하지만 민이네 가족은 family bike(이거 25달러나 했다. 우리 부부는 지난 번에 왔을때도 비싸서 타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엔조이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ㅋㅋ)까지 도전했고 감사하게도 우리 하은이까지 덤으로 태워주셨다. 그동안 나와 남편은 뭐했냐고? 한 시간 동안 공원 벤치에 앉아 오돌오돌 떨면서 걍 앉아 있었다 ㅋㅋ
뭐 우리 가족끼리 즐기는 것도 좋긴 하지만(하지만 그건 이미 너무 많이 했다...), 오늘은 민이네 가족이랑 같이 돌아 다녀서 특별히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날씨가 좀 더 따뜻하고 주차장도 통제가 안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앞으로 또 닷새간은 영어나 배우고 요리나 좀 하면서 집에서 푹 쉬어야겠다. 밀린 첨삭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푼돈도 좀 모으고... 그래야 10월말까지 내야하는 하와이 투어 잔여비 2300달러를 차질없이 지급할 수 있을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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