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일상

반가운 비도 3일간 내리니... 춥다, 마 고만 와라(10.5. 2010)

모델윤 2010. 10. 7. 01:21
올초 1~2월경 며칠 연속해서 비가 내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6개월간 이곳 얼바인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아침에 조금 흐려 있어서 오늘은 비가 오려나... 예측해 봐도, 낮이 되면 어김없이 캘리포니안 썬샤인이 바로 작렬해 주시었다.

최근 나는 하도 뜨거운 햇살 때문에 이젠 좀 비가 왔으면 좋겠다... 이노무 날씨는 어째 6개월 동안 매일 똑같애... 요런 바램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로 거짓말처럼 며칠 전부터 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너무도 간사하여 3일 내내 비가 내리니 이젠 좀 고만 왔으면 좋겠다. 왜냐구? 일단 기온이 너무 내려가서 나는 벌써 목감기 기운이 있다. 밤에는 두꺼운 이불을 덮었는데도 얼굴 부분이 시리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히터를 켜는 건 절대 안된다. 우리 집은 2층인고로 한 번 히터를 틀면 선택의 여지 없이 1, 2층을 다 데워야 하는데 그러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나는 진짜 추운 12월이 되어야만 겨우 난방을 시작할 예정이다. 흑흑...   

아래 사진은 비가 와서 텅 빈 하은이 프리스쿨 놀이터의 모습이다.  우리 하은이는 우산을 매우 좋아하는데 며칠 전, 처음으로 우산을 들고 당당히 등교했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맨날 반 팔 내복같은 것만 입혀 보내다가 날씨가 추워져서 나도 올만에 하은이에게 니트 겉옷을 입혀서 보내봤다.




비가 온 첫 날은 웬지 매콤한 비빔국수가 생각났다. 그래서 난생 첨으로 열무김치국수에 도전해 봤다.

먼저 인터넷 레서피를 찾은 후, 일단 고추 양념장(고추장,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설탕, 매실엑기스 적당히 혼합)을 만들었다. 그 다음엔 양파, 파프리카, 오이, 당근, 호박을 채썰고 그 중 양파, 당근, 호박은 기름에 살짝 볶아 주었으며, 계란으로 지단까지 부쳐 주었다. 그리고 소면을 삶은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고추 양념장과 비비고 그 위에 각종 야채와 지단, 그리고 김을 쫑쫑 썰어 올린 후, 마지막으로 한 가운데 열무김치를 얹어 주었다. 



이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비록 나는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씽크대 앞에 서서 고생한 후라서 식욕도 이미 사라진 후였지만 정말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이래서 주부들이 음식을 하는 기쁨을 느끼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도 비가 오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뜨거운 멸치국물에 담긴 잔치국수와 부침개가 먹고 싶어졌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누가 만들어 주나(한국에 있었으면 울엄마가 만들어 줬을텐데. 흑흑)... 또 내가 다 만들어야지... 

결국 나는 정성껏 멸치국물부터 우리기 시작했다. 일단 똥과 내장을 깨끗이 깐 멸치(이것도 다 직접했다... 흑흑)에, 무우와 다시마, 그리고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국물을 팔팔 끓였다. 그리고 그 물에 어슷하게 썬 파를 넣고 국간장과 후추, 맛소금으로 약간 간을 해서 다시 한 번 끓였다.  



그 다음엔 야채 고명들을 준비할 시간이다. 역시 3총사인 양파와 호박과 당근을 썰어서 기름에 살짝 볶아주었다. 마지막으로 김치 쫑쫑 썬 것과 계란 지단, 그리고 김을 쫑쫑 썰어서 국물과 소면 위에 예쁘게 얹어 준다.

그리고 김치 부침개까지 부쳐서 퇴근하고 돌아 온 남편 앞에 떡 얹어주니 남편은 정말 게눈감추듯이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자기도 사람인지라 입덧 중인 아내가 열성적(?)으로 저녁을 준비해 준 것이 미안했던지 간만에 하은이 목욕도 시켜주고 내가 좋아하는 '뮤직뱅크'와 '영화가 좋다'도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TV로 보여 주었다.



그리고 비가 온 지 세째 날.
오늘은 남편이 평소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만들어 보았다. 색깔을 예쁘게 만들려고 당근과 양파 이외에 녹색 피망과 노란색 파프리카를 사서 각각 채썰고 기름에 살짝 볶은 후 밥에 섞어서 식초와 설탕으로 새콤달콤하게 적당히 간을 한 후 미리 사 놓은 유부피에 예쁘게 넣어 보았다. 요것도 내가 만들었지만 왜케 맛있는거지? ㅋㅋ



남편은 답례(?)로 이번 주에 하은이가 프리스쿨에서 배우고 있는 래쿤(raccoon, 너구리)을 종이로 만들어 주었다. 하은이가 프리스쿨에서 배우는 모든 내용은 월초에 이미 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의 형태로 전해진다. 그러면 나는 그걸 미리 읽고 하은이가 아직 모르는 주제, 예를 들면 래쿤이나 bat(박쥐) 같은 것들이 나오면 집에서 미리 그림책이나 사진을 보여 주곤 한다.



예전엔 집에서 요리를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든 것들이 나는 정말 싫었다. 밥은 나가서 사먹는 것이 더 맛있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보다는 내 전공서적이나 심지어 여성잡지를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직장 동료들이랑 치킨뱅이에 가서 생맥주에 골뱅이, 양념 치킨을 뜯거나 나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여성잡지를 읽는 것이 나의 유일한 기쁨이었는데, 요즘엔 이국 땅에 나와사니 친한 친구들도 없고 일할 직장도 없고 둘째 임신해서 컨디션도 안좋고 하니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어(그리고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박사 논문 생각은 자체적으로 아예 접었다 ㅋㅋ)  요리와 육아의 재미에 뒤늦게 빠져들고 있는 듯 하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님 불쌍하다고 해야 하는지...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