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대자연의 풍경과 인공미 넘치는 도시 중 어느 것을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도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만큼 나는 웅대한 산이나 광활한 들판, 드넓은 바다보다는 높은 고층 빌딩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번잡한 도시의 삶을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여행 위시리스트에서 옐로스톤, 요세미티, 레드우드, 세콰이야 등등 국립공원 명단은 진즉에 다 제껴 놓았었는데,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 미리 계획했던 씨애틀 도시 투어가 비행기표가 솔드 아웃되어 갑자기 무산되는 바람에, 급하게 차선책을 모색하던 중 나는 하는 수 없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에 한 번 가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예전 내가 20대 중반이었을 때, 당시 미국 버클리대에서 지질학을 공부하던 조인트 동아리 선배 오빠가(그는 그로부터 몇년 후 서울대 교수로 금의환향했다^^) 방학때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라고 쓰여진 작은 열쇠고리를 하나 선물해 주었는데, 그 오빠 왈, '영란아! 나중에 미국에 오게 되면 옐로스톤 국립공원 한 번 꼭 가보렴. 나도 10년 이상 지질학을 공부하고 있지만 거긴 진짜 신기하더라'고 추천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래, 준기오빠의 추천도 그렇고, 옐로스톤이 괜히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지는 않았을게야... 아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니까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정되었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재빠르게 여행계획을 통째로 수정하는 센스를 발휘해 주시었다(사실 뭐 센스랄 것두 엄따. 걍 관광회사에 다시 전화만 하면 된다 ㅋㅋ).

 

그렇게 해서 독립기념일 연휴 첫날인 목요일 새벽, 우리 가족은 며칠 전 미국으로 놀러 오신 시엄니와 함께 캘리포니아 롱비치 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약 2시간 가량을 날아 드디어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공항에 도착했다. 유타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몰몬교의 본산이라서 그런지, 솔트레이크 공항 여기 저기에는 몰몬 사원을 구경하라는 이런 광고판이 여러 개 붙어 있는 등 다른 공항과는 웬지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보수 기독교 종파 목사님의 딸인 우리의 윤요사, 요런 종교적 색채에 약간 거부감이 들법도 하지만 한편 10년 행정학도인 나로서는 유타라는 주 자체가 몰몬교와 그 뿌리를 같이 하기 때문에 학문적 호기심의 일환으로라도 몰몬 사원과 유타 주청사(Capitol)는 한 번 쯤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마지막 날 일정에 이 두 곳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바로 옐로우스톤 쪽으로 고고씽! ^^  

 

어쨌든 우리는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가이드 및 다른 그룹투어 손님들과 합류하여 50인승 버스를 타고, 우리의 첫번째 여행지인 온천지대 라바 핫스프링스로 향했다. 

 

이곳은 아담한 노천 온천 뒤로 귀여운 바위 봉우리가 보이는 산속 휴양 마을이었는데, 어른들은 주로 온천욕을 하고 젊은이들은 수영장에서 우리 나라의 캐러비안 베이에서나 볼 법한 고난이도 슬라이드를 즐기는 그런 휴양지인듯 했다.

 

다행히 주은이는 남편이 그리고 하은이는 시엄니가 각각 케어해 줘서, 온천욕(혹은 단체 욕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냥 다리만 살짝 걷어 올린 채 찰방거리며 사진 놀이나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 놀이를 하다보니 루틴한 일상에서 벗어난 두 아이들의 환한 미소가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사실 나는 수영장 특유의 락스냄새를 싫어해서 나도 수영을 안할 뿐더러, 내 아이들에게도 수영을 잘 시키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멀리까지 여행을 와서 젤로 좋아하는 물장난을 하는 것은 물론, 7개월만에 한국에서 놀러오신 할머니와, 그리고 이상하게(?) 낮에도 회사에 가지 않는 아빠와도 같이 놀게 되니 아이들이 얼마나 좋았겠는가?^^

 

예전에 디즈니 스토어에서 산 공주님 수영복을 입고 미스코리아 포즈를 취한 우리 하은이. 그래, 몸매는 훌륭하지만(?) 역시 눈은 좀 찝어줘야 겠구나. 걱정 마라, 딸아! 요즘 쌍수는 수술도 아니란다 ㅋㅋ

 

그렇게 온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아이다호(Idaho) 주에 있는 포카텔로(City of Pocatello)라는 곳으로 이동하여 여유롭게 저녁을 먹은 후, 역시 같은 도시에 있는 레드라이언 호텔이라는 곳에 여장을 풀고 잠을 청했다. 

첫날 일정은 이렇게 심플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유타 주 땅을 밟았다는 사실과, 옐로스톤 국립공원 부근까지 와서 그 지류에서나마 온천욕을 즐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가슴 설렜던 날이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느라 기저귀에 물티슈, 아이들 여벌 옷 등 짐은 하나 가득이었고, 게다가 아침 6시에 롱비치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얼바인 집에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온갖 준비를 하느라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하루였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또 다시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기뻐서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었다(결국 뒤늦게 수면제 한 알 복용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어설픈 잠을 청했던 밤이 지나고 드디어 아침 해가 밝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체여행이 그러하듯이 새벽 5시 반에 기상하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호텔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자마자, 우리는 또 다시 어제의 그 버스에 몸을 싣고 베어 월드(Yellowstone Bear World)라는 곳으로 향했는데, 여기는 우리 숙소에서 옐로우스톤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무슨 야생동물농장인 것 같았다.

 

이곳에 도착하면 베어 월드 관계자가 이렇게 투어 버스에 올라와서 곰과 늑대, 사슴 등 자기 농장에서 키우는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들려 주는 가이디드 투어를 해준다. 물론 이 여자 영어가 워찌나 빠른지 나는 거의 알아 듣기 힘들었다만 T.T

 

어쨌든 나는 친절한 가이드 아저씨의 배려로 어린 주은이를 안고 동물이 제일 잘 보인다는 버스 제일 앞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풀밭에서 한가로이 노닥거리는 사슴들은 물론,

 

그리즐리 베어와 블랙 베어 등 여러 마리의 곰들과

 

이곳에서 곰들과 함께 풀어 놓고 키운다는 늑대녀석들까지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인 곰들을 한 마리씩 줌으로 땡겨서 관찰해 볼까나?^^

 

아! 여긴 아기 곰들(cubs)만 따로 사육하는 곳인데, 이 우리 안에서 어린 곰들을 키우다가 어느 정도 크면 아까처럼 농장에 풀어 놓고 기른다고 한다. 우잉~ 아기 곰들 정말 귀여워~

 

여기는 베어월드 한 켠에 따로 마련된 페팅 주. 하지만 여기 동물들은 어찌나 인간들에게 적극적으로 달라드는지, 인간이 동물을 만지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이 인간을 만지는 곳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박제와 동물가죽을 벗겨내서 벽에 붙여 놓은 '핸드 온' 전시장의 모습인데, 막상 직접 둘러 보니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어 놨는지 감탄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 T.T

 

끝으로 곰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기프트샵까지.

 

베어월드 구경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본격적인 옐로스톤 관광을 시작하기 위하여 West Yellowstone City를 향해 출발했다.

가이드 아저씨는 그곳에서 옐로우스톤에 관한 아이맥스 영화 관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옐로우스톤 탐방을 시작하게 될거라고 말했다.

(이후 일정은 다음 포스팅을 기대해 주세요!!!)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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