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의 첫 날. 빅베어 레이크에 다녀온지가 벌써 한 달이나 되었는데 오늘에야 그 포스팅을 하려니 새삼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밀린 포스팅을 올리려면 갈 길이 멀기에 거두절미하고 빅베어 레이크 포스팅, 바로 시작하련다.  

레이크 애로우헤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금 차에 올랐다. 빅베어 레이크가 코 앞인데 목적지를 앞에 두고 얼바인으로 되돌아갈 순 없었다. 두 호수 간의 거리는 약 30마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꼬불꼬불 산길이다보니 차로 열심히 달렸는데도 약 45분 이상이 걸려 우리는 겨우 빅베어 레이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4월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산 정상에는 눈이 덮여 있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그것도 4월 초에 이렇게 icd capped mountain을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 아닐 수 없다(우리가 빅베어 레이크로 향하는 길목에는 아직도 스키장과 아이스 튜빙장이 운영 중에 있었으나 사실 눈은 그리 많지 않았더랬다).

 

여기가 빅베어 레이크다. 애로우헤드 호수보다 훨씬 더 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랄까... 그러니까 애로우레드 호수는 깔쌈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였다면, 빅베어 레이크는 크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애로우헤드 레이크에서 보았던 고급 별장들까지는 아니지만, 이곳에도 호수를 배경으로 곳곳에 운치있는 랏지와 캐빈 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이제 빅베어 빌리지로 가보자. 애로우헤드 호수의 빌리지는 호수와 붙어 있었지만, 빅베어 레이크의 빌리지는 호수에서 조금 떨어져 자리잡고 있었다.

애로우헤드 호수 빌리지는 뭔가 있어 보이는 서래마을이나 가로수길의 이미지라면,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는 약간 신촌이나 신림 사거리의 느낌이랄까(쯧쯧... 윤요사, 아무렇게나 끼워 맞추기는 ㅋㅋ) 

 

여긴 비지터 센터. 하지만 여기서 받은 책자보다는

 

길거리 게시판에 붙어 있던 이 빅베어 만화 지도가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누가 이렇게 이쁘게 빌리지 지도를 그려놨을꼬~ 그대는... 센스쟁이!

 

빅베어 빌리지의 거리 풍경. 애로우헤드 레이크 빌리지의 그것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황량하면서도 뭔가 미국적인 냄새가 풍긴달까...

 

아이들은 여기가 빅베어인지 애로우헤드인지 개념도 없으면서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를 신나게 돌아 다녔다.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 이처럼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끼?  겉으로는 아이들이 부모의 피와 땀을 빨아먹고 성장하는 것 같지만, 요즘들어 나는 오히려 부모들이 아이들의 순수함과 천진함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곳은 내가 아이들만 없었다면 꼭 시도해봤을 세그웨이(Segway)와 짚라인(Zipline) 샵. 내 오늘은 그냥 지나쳐 가지만, 나중에 애들 다 키우고 다시 여기 올 때는 반드시 트라이해주마 T.T

 

그리고 여긴 오늘 빌리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던 한 아이스크림 가게.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가보니, 마치 아이스크림 어린이 왕국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천정에는 칙칙폭폭 장난감 기차가 돌아가고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에서나 보았을 법한 각종 초컬릿과 쿠키와 아이스크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나도 정신없이 가게 안을 구경하다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오랜 자동차 여행에 지쳤을 우리 아이들 생각에 얼른 아이스크림 하나를 샀다. 하지만 하은이와 주은이, 한 개 가지구 나눠 먹게 했더니 서로 조금이라도 더 얻어 먹으려고 난리가 났다^^(미안하다. 얘들아, 사실 이 엄마가 돈이 없는 게 아니구, 이게 다 어릴적부터 경쟁심과 승부욕을 키워주려는 엄마의 큰 뜻 때문이란다 ㅋㅋ)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좀 더 빅베어 레이크 빌리지를 걸으면서 오늘의 빅베어 레이크 여행을 접기로 했다. 끝으로 빅베어 여행 인증샷으로 곰조각상과 함께 찍은 사진 두 컷 올리련다.

좀전에 애로우헤드 빌리지의 코치 아울렛에서 170달러를 주고 구입한 핫핑크 트렌치 코트를 입고 곰돌이에게 똥침을 가한 장난꾸러기 엄마와

 

길가의 곰돌이 벤치 위에서 포즈를 취한 귀여운 두 딸들의 모습.

 

우리는 오늘 빅베어에서 그 유명하다는 스키도 아이스 튜빙도 집라인도, 그리고 보트 낚시도 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호수와 빌리지를 거닐며 한가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어른들끼리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여행 즐거움의 70%도 채 만끽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의 체력은 물론, 낮잠 스케줄과 똥 치우는 일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신없을테고 우리 가족의 미국 생활은 내년 2월이면 끝날 것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이런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는 곳을 100% 다 보고 또 다 느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런 나만의 여행을 계속 계획하고 또 실행해 나갈테다.

힘내라, 윤영란!  너는 어린이 동반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여행사 '두근두근 얼바인'의 명가이드 윤영란이 아니더냐!!! ㅋㅋ 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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