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보내게 될 12월... 그래서 사실 난 11월부터 우리 가족만의 '멋진 12월'을 기획하기에 바빴더랬다. 이전에 포스팅 한대로 크리스마스는 '미션 인 호텔'에서 보내기로 진즉에 결정했지만, 사실 12월은 크리스마스 하루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마침 동부에서 LA로 장기 공연을 왔다는 '라이언 킹 뮤지컬'과, 인근 도시 애너하임에 위치한 혼다 센터에서 열리는 '디즈니 아이스 쇼'를 관람함과 동시에,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시즌 축제라고 말 할 수 있는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에 갈 계획을 동시에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놈의 돈이 가장 큰 문제다. 보트 퍼레이드야 사람이 좀 많이 몰리는 것이 흠일 뿐 따로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공연들을 보자면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 때문에 추억을 희생할 순 없는 법! 나는 늘 그랬듯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하지만 이 모든 추억을 지대로 즐겨보자고 맘 먹었다. 

 

우선, 디즈니 온 아이스!

이건 제일 앞쪽 줄에서 관람하는 비용이 1인당 약 70달러 정도했는데, 나와 하은이는 제일 싼 22.50달러 짜리 좌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아이스 쇼는 개별 스케이팅 선수들의 개인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스 링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썅! 구차한 변명은... 사실 모든 공연은 무조건 앞에서 볼수록 더욱 실감난다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ㅋㅋ)

여긴 오늘의 아이스 쇼가 펼쳐질 혼다 센터.

 

건물 외벽에 이렇게 디즈니 아이스 쇼(부제 : Rockin' ever after)를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곳에선 12월 17일에서 22일까지 딱 6일만 공연된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주변을 둘러 보니, 저~편에서 웬 불꽃놀이가 한창이다. 참! 여긴 디즈니랜드가 있는 애너하임이지... 디즈니랜드에서 하는 불꽃놀이가 여기서도 보이는구낭...^^(이것으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도 본 셈 치련다 ㅋ)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디즈니사의 상술이 마구 마구 돋보이는 이런 부스들이 열 개도 넘게 차려져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하은이에게 눈요기는 다 시켜 주면서도 작은 수첩 하나 사주지 않았으니..(이런 잔인한 엄마 같으니... 쯧쯧). 하지만 요즘 초절약 모드인 우리의 윤요사, 이런데 절대 1달러도 쓸 수 없다 ㅎㅎ 

 

드디어 아이스 쇼가 시작되었다.

'리틀 멀메이드'를 시작으로(나중에 인어 공주가 천정에서 내려온 줄을 타고 갑자기 공중 곡예를 펼치는데 순간 넘 감동 받아서 깜놀했다는 ㅋ).

 

'브레이브(Brave)'- 이것 역시 나중에 화살로 과녁이 부서지는 모습을 완전 실감나게 재현해서 또 한 번 깜놀^^ ,

 

그리고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얼나마 연습했는지 아이스 스케이팅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점프 실수도 없이 고난이도 기술을 화려하게 펼쳤고,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더 예쁘게 변형된 무대 의상과, 각 스토리에 맞게 적절하게 꾸며진 멋드러진 무대 장식까지 삼박자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잘 어우러져 나와 하은이는 보는 내내 연신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게다가 쇼 말미에는 미키, 미니를 비롯하여, 오늘 등장한 모든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화려한 피날레 쇼까지 보여주어 마치 환상 속에 있는 듯 했던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다음은 뮤지컬 '라이언 킹' 이야기다.

우리 하은이는 작년에 웨스트팍 몬테소리 스쿨을 졸업하면서 졸업 퍼포먼스로 라이언 킹 주제곡들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라이언 킹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좋아라 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 여름, 뉴욕 여행을 갔을때 하은이에게 라이언 킹 뮤지컬을 꼭 보여 주고 싶었었는데 그룹투어로 가는 바람에 자유시간이 없어서 그 기회를 놓쳤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더랬다. 하지만 이번에 마침 라이언 킹 공연팀이 LA로 장기 순회 공연을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엔 꼭 하은이에게 이 뮤지컬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내가 처음 인터넷으로 가격표를 확인한 순간부터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나는 장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왕 라이브 쇼를 볼거면 최대한 무대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서 하은이에게 배우들의 숨소리와 얼굴 주름까지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표들은 1인당 250달러에서 300달러 이상을 호가하니 내가 아무리 하은이의 문화지수 함양에 관심이 있다 한들 평범한 월급쟁이 아빠를 둔 가정에서 그게 과연 될법이나 한 소리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주은이를 케어한다는 목적으로 눈물을 머금고 빠져 주시고(사실 나도 엄청 보고 싶었다 T.T), 남편은 LA까지 운전하고 가야 하니깐 뺄 순 없고, 결국 남편이랑 하은이 둘이서만 보는 것으로 하고, 자리도 약간 중간 쪽으로 후퇴해서 1인당 180(수수료 포함)달러, 그러니까 하은이와 남편 자리를 합쳐 총 360달러 정도 지출하는 선에서 예매를 하게 되었다.

내가 뭐 무식하게 연극이나 뮤지컬의 관람료가 영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중간 자리 정도도 1인당 20만원 가량이나 내야 한다면 어떤 서민이 기꺼이 라이브 공연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겠냔 말이다~~~(흐흑)

 

어쨌든 여기는 라이언 킹 공연이 열리는 할리우드 펜테이지스(Pantages) 띠어터.

하은이가 스타 사인이 그려진 보도에서 그녀의 페이버릿인 소피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여긴 펜테이지스 극장 내부 모습.

이 사진을 찍어 온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하은이는 두 시간도 넘는 공연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어로 주요 노래들을 연신 따라 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간 민폐가 아니었다는 ㅋㅋ 

 

이건 하은이가 가져다 준 연극 브로셔 되시겠다. 난 연극 광고 안내문을 영어로 playbill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오늘 첨 알았다. 윤요사, 요즘 무식이 아주 쩔었다^^

 

끝으로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 이야기.

올해로 105회째를 맞는 뉴포트비치의 크리스마스 보트 퍼레이드가 12월 18일에서 22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는데, 뉴포트 비치 상공회의소 주최로 벌써 100년도 넘게 치러진 이 행사는, 남가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매우 유명한 행사라고들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는 뉴포트 비치에 자리잡은 발보아 아일랜드의 부티나는(?) 주민들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자기가 소유한 요트나 보트를 스스로 꾸며서 바다에 띄우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뉴포트 비치 보트 퍼레이드가 열린 발보아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다리의 입구 모습. 뒷차가 따라오는 바람에 이동하는 상태에서 찍었더니 사진이 많이 흔들렸다^^  

 

물론 이 다리는 날이 어두워지면 이렇게 멋진 불빛으로 곱게 단장한다.

 

그리고 그 다리 너머로 이따 6시가 되면 화려한 퍼레이드에 참가하려고 보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매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한다는 초인기 이벤트답게 우리 가족은 오후 4시 반쯤 도착해서 벌써 1시간 가량이나 주차할 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도 여전히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섬 안은 1년에 딱 몇 일 열리는 이 이벤트를 보려고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가 아이 둘을 데리고 섬 안을 빙빙 돌고 있을테니, 나라도 발보아 섬 곳곳을 돌아 다니며 구경하라고 배려를 해 주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토끼처럼 깡총 차에서 뛰어 내려 물만난 고기처럼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워낙 잘사는 동네라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수준이 우리 동네와는 격이 다르다 ㅋㅋ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점점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전부 무슨 쇼핑몰이나 대로변에 있는 크리스마스 라이트닝이 아니라, 그냥 평범히 자기 동네에서 자기가 사는 집을 치장한 수준이라니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역시 돈이 있어야 마음도 여유로워지나 보다. 나 같으면 이렇게 제 돈 들여 라이트나 소품을 사다가 아기자기하게 집을 장식하기는 커녕, 남들이 거져 준 라이트라 할지라도 아마 전기세가 아까워 못 켤 것 같은데 ㅋㅋ 

어찌됐든 울 남편은 무수한 차량의 행렬 속에 끝까지 차 댈 곳을 찾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 6시, 막 보트 퍼레이드가 시작하기 직전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아쉽게도 그냥 섬을 빠져 나올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2013년 12월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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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느덧 1월의 끝자락이다. 그리고 내일 모레면 벌써 2월이다. 받아 놓은 날짜는 빨리도 다가 온다는 말, 요즘들어 정말 실감난다. 다가오는 2월 14일, 그러니까 둘째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발렌타인 데이 날, 우린 50개월의 미국 생활을 접고 드디어 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난 오히려 그 날이 기다려진다. 마치 50개월 전 직장과 학업을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맨몸으로 태평양을 건너올 때 설레였던 그 때처럼 말이다. 

비록 얼바인에서 보낼 시간이 채 스무 날도 남지 않았지만 그 하루 하루들 역시 최선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2월 14일, 이곳을 떠나는 내 발걸음이 더욱 가뿐하도록 말이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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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우리 가족은 매년12월이면 한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월이면 곧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것이기에 우리 가족은 간만에 미국에서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물론 울 남편은 여전히! 맨날! 아무 생각 엄따^^) 미국에서 보내는 이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그리고 최대한 추억에 남도록 보낼 수 있을까를 엄청~ 고민하다 지난 11월, 드디어 리버사이드에 있는 '미션 인 호텔 앤 스파' 에 가기로 결심하고 예약을 완료했더랬다.

 

내가 오랜 기간의 무한 인터넷 서치 끝에 고른 '미션 인(Mission Inn) 호텔 앤 스파'는 1902년에 지어진 스패니시 양식 건축물로서, 예전에는 말그대로 미션이었지만 오늘날은 4개의 탑 티어 레스토랑과 239개의 객실을 갖춘 명성있는 호텔로 리모텔링되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현재 미국 국립사적지(U.S.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보존되고 있을 정도로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그래서 정식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일 뿐 아니라, 예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허니문을 즐긴 곳이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 부부가 이곳 채플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실로도 유명하다. 

 

특히 미션 인 호텔 부근에서는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 'Riverside Festival of Lights' 이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이 축제는 인근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연례 행사로 손꼽히곤 한다. 매년 12월, 수 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이 축제가 열리면, 무려 400만개가 넘는 오색 전구로 미션인 애비뉴 선상이 휘황찬란하게 장식되어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니, 우리의 윤요사! 어찌 이것을 놓칠소냐~ ^^ 

 

어쨌든, 우리 가족이 얼바인에서 차로 약 45분 가량을 달려 시티 오브 리버사이드에 도착한 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3시경이었다. 나는 미션 인에 도착하자마자, 미션 인 주변의 풍경을 해가 지기 전 모습과 야경으로 나누어 비교해 보고자, 호텔 체크인을 먼저 하지 않고 짐들을 차 안에 그대로 둔 채, 아이들과 함께 미션 인 주변을 신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먼저 넓은 호텔 외벽을 빙 돌아 걸어가며 호텔 외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다. 사진기를 들이댈 때마다 하얏트, 메리어트, 리츠 칼튼 등 천편일률적인 초현대식 호텔 체인들과는 달리, 비록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런 미션 인 만의 분위기가 확~ 느껴져서 내 마음도 덩달아 흐뭇해졌다. 

 

이제 호텔 안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이 미션 인 호텔의 최성수기인 크리스마스라서 그런지 호텔 곳곳의 데코레이션은 그 자체로 기냥~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 

 

요건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 참말로 멋져 부린다. 이런 데서 밥 먹으면 월매나 분위기있고 또 맛날꼬~ ^^(내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여기서 식사를 못해봤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오늘 눈으로만 그리고 feel로만 여기서 식사한 셈 치련다^^)

 

호텔 레스토랑 뿐 아니라, 건물 내 로비와 원형 계단의 모습까지도 무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이제 호텔 밖으로 좀 멀리 걸어가 볼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첨으로 리버사이드라는 도시에 왔는데 어떻게 꼴랑 호텔 주변만 헤맬 수 있겠는가. 다리 힘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열심히 싸돌아 댕겨 봐야지^^

마침 거리 바닥에 그려진 지도를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대충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여긴 무슨 차이니즈 공원이라는 곳이고,

 

요건 성당,

 

그리고 여긴 리버사이드 오디토리움(Auditorium)이란다.

 

리버사이드 박물관과

 

리버사이드 컨벤션 센터는 물론,

 

색색깔의 종이 장식이 인상적인 리버사이드 아트 뮤지엄(Riverside Art Museum)의 모습까지 참말로 귀엽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우리는 다시 미션 인 호텔 건너편 광장으로 돌아왔다. 여기에도 아기자기한 아이스 링크도 있고 예쁜 조각상과 분수대까지 오밀조밀하게 구경할 게 많구나.

 

이렇게 노닥거리는 동안 드디어 해가 지고 본격적으로 온 호텔과 거리가 조명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낮에는 그저 분위기있고 고풍스러워 보였던 호텔 건물이 조명을 입고 나니 이렇게나 몰라보게 화려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야경 감상 및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금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근데.... 저녁을 먹는다면서 왜 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들어가구, 이렇게 밖으로 나오느냐구??? 

음... 그건 바로... 돈.... 아끼려구...

그렇다.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는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바로 미션 인 호텔 옆 광장의 푸드코트였던 것이다T.T

그래도 루돌프 머리띠를 한 주은이와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하은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푸드 코트의 한 테이블에 앉아 연신 웃음과 수다를 쏟아 낸다. 쯧쯧... 철없는 것들 ㅋㅋ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 메뉴. 통틀어 18달러 들었다. 배만 채우면 됬지 굳이 비싼 거 먹어서 무엇하리...(사실 난 레스토랑에서 비싼 거 먹고 싶었다. 근데 울 남편이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자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T.T)  

그래! 이렇게 돈 아끼면 결국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거지 남편에게만 좋은 건 아니니깐, 오늘은 나도 흔쾌히 수긍하련다! ^^

 

그렇게 푸드코트에서 맛난(?)저녁을 먹은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렇게 맘씨 좋은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싼타 복장을 하고 나와서 공짜로 하은이와 주은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셨고

 

호텔 옆 광장에 설치된 루돌프 레인 디어를 연상시키는 사슴 우리에서 아이들과 루돌프 사슴 코 노래를 부르며 사슴 뿔을 만져 보기도 했다.

 

그 뿐인가! 거리 곳곳을 누비는 신데렐라 마차도 여러 대 봤다!

한 번 타는데 40달러라는데 눈 딱 감고 애들을 태워줄까도 고민했으나 저녁을 18달러짜리로 먹은 마당에 그건 말도 안되는 사치이기에, 내가 그냥 하은이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건 겉으로 볼 때는 이쁘지만 막상 타면 별로 안재밌다고 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하은이가 속아서 고개를 끄덕일때는 어찌나 내 맘이 쨘하던지 ㅎㅎ)

 

벌써 밤이 깊어간다. 이제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 방은 꼴랑 침대 하나가 있는 작은 방이었는데, 침대 두 개 짜리 방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700달러나 줘야 한다길래 지난 11월,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냥 침대 하나 짜리 방으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여기도 270달러나 줬으니 결코 싼 건 아니다.

오늘 밤 남편은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잘 것이고(그래서 내가 미리 침낭도 다 빌려 왔지롱^^) 나는 두 아이들을 끌어 안고 좁은 침대에서 불편하게나마 하루 밤을 견뎌 볼 생각이다.

 

 

그래도 3층에 자리잡은 우리 방은 뷰가 참 좋았다. 창문을 열면 바로 이런 뷰가 펼쳐졌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불편했던 호텔에서의 밤이 지나고, 드디어 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다.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밤새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다며 난리가 났다.

우리는 어제 새벽에 아이들이 잠든 후, 몰래 주차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 숨겨 놓았던 아이들의 선물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 머리 맡에 살짝 놔주었는데 그걸 모르는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과연 어느 경로를 통해 방으로 들어왔는지 추리하기에 바쁘다. 그러면 나와 남편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아이들의 추리에 슬쩍 추임새를 넣어줘 본다.

하은이는 늘 갖고 싶어했던 소피아 캐슬을, 주은이는 산타 내복과 소피아 드레스를 받았다.

 

아이들은 알까? 엄마 아빠가 없는 돈에도 저희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비록 침대 하나 짜리 작은 방을 고르고 저녁식사도 싸구려 푸드 코트에서 때우면서도, 50달러 짜리 캐슬에 30달러 짜리 내복, 그리고 20달러 짜리 드레스로 선물을 준비한 사실을.

그뿐인가? 하은이와 주은이가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갖고 싶다고 하자, 제 아빠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도 종이로 직접 이렇게 예쁜 리스까지 뚝딱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다시피 추억은 돈 한 푼 안쓰고 집에 가만히 들어 앉아 있는다고 해서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추억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이 필요함은 만고 불변의 진리이다. 반면 추억을 만든답시고 자꾸 돈을 써버리면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쓸 돈이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지난 4년간 나의 미국 생활은 '추억 만들기'와 '돈 모으기'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가 두 개 놓여있는 좋은 방에서 편하게 자고,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분위기있는 크리스마스 다인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마차까지 태워주었다면 더더욱 좋은 크리스마스 여행이 되었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도 우리 가족에겐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리고 특별히 여행은 조금 부족할 때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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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카멜에서의 마지막 코스인 카멜 미션으로 가보자. 여담이지만 이 카멜 미션은 내가 그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개 미션 중, San Juan Capistrano 미션과 Santa Barbara 미션 다음으로, 3번째 방문하는 미션 되시겠다. 

내가 이러한 스패니시 미션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미션들이 고풍스럽고 아늑하게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러한 미션들이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지니는 의미 때문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나같은 외국인이 피상적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자유스럽고 마냥 평화로웠을 것 같은 곳이지만, 이렇게 미션을 둘러 보다 보면 그렇게 보이는 캘리포니아도 예전에는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평범한 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8세기 후반 이곳을 점령했던 스페인 왕정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중심이 된 이러한 미션들을 활용하여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을 개종시키고 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혹은 착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전략적으로 21개의 미션이 세워진 것이고, 오늘날 랜치(ranch)로 상징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과 축산업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바로 이 미션시대였다고 한다.

아... 또 이노무 역사 이야기! 나는 행정학도지 역사학도는 아닌데 ㅋㅋ 다시 본론이다.

카멜 미션 한 쪽 벽에 걸려 있던 정말 오래되어 보였던 '운영 시간 간판'과, 너무도 수수하여 다른 근사한 출입구가 따로 또 있을거라고 착각했던 소박한 입구의 모습을 먼저 소개한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길은 이렇게 작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이상하게 미션의 정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무언가 더 고즈넉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이게 바로 위약 효과(placebo effect)인가 보다 ㅋ 

 

그리고 정원 뒤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묘지(graveyard)를 만날 수 있다. 크고 작은 십자 푯대와 뭐라고 글귀가 새겨진 비석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그레한 작은 돌들을 바라 보니, 훗날 쏜살같이 세월이 흐른 후에 나 또한 저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그래... 이젠 더이상 미국까지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고 철없는 불평만 해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 주신 동안 그리고 축복 주신 동안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그 분께 영광 돌리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제 미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련다. 하도 옛날에 지어져서 그런지 건물의 외벽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데도 내 눈에는 그것도 마치 일부러 멋스럽게 보이려고 의도한 것처럼 웬지 분위기 있어 보인다.  

 

예배당의 모습. 아치형 천정과 샹들리에,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톤 다운된 에메랄드 빛깔 벽면이,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듯 하다.

이 예배당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찾으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냈을까... 하는 생각에 괜시리 코 끝이 찡하다.

 

건물의 다른 쪽 입구로 나오니 이렇게 널찍한 중앙 광장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배경으로, 마치 세월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카멜 미션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나는 하은이와 또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앞에 서본다.   

 

이 미션 건물은 설립자인 '후니페로 세라'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금도 실제로 사립학교 건물로 쓰이고 있단다. 그리고 웬만한 종교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수준 높은 기프트 샵을 둘러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카멜 미션을 떠나, 그 유명한 PCH 1번 도로를 타고 얼바인을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카멜에서 이 도로를 타고 30분 가량 내려오면 빅 서(Big Sur)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 앞은 절벽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고, 뒤쪽으로는 로스 패드리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 펼쳐지는 곳.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로는 절벽에 걸쳐진 길이 100미터의 다리이자, 자동차 CF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빅스바이 브리지(Bixby Bridge)를 꼽을 수 있다. 참! 마을 북쪽에 있는 포인트 서(Point Sur)라는 등대도 인기 있는 명소란다.

 

빅스바이 브리지 옆에 차를 세워 둔 채, 바라 본 해안의 모습도 참말 멋졌다.  

 

그리고 빅 서에 오면 이 주립공원에 꼭 들러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늘 안으로 우리는 얼바인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그냥 이곳을 지나치련다. 

입구까지 왔으면 들어가 본 것이나 다름 없다고 제멋대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은 물론, 막상 들어가 봤자 별 볼일 없었을 거라고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까지 들어가 주시면 아쉬운 마음은 이내 흐뭇함으로 바뀐다 ㅋㅋ

 

아! 그리고 저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당당히 자리잡은 건물이 보이는가? 저게 바로 그 유명한 NEPENTHE 레스토랑이다(내가 아래 아래 사진 오른쪽 구석탱이에 간판까지도 친절히 찍어 놓았다. 우리의 윤요사, 레스토랑 건물과 간판 사진을 한 샷에 잡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ㅋㅋ).

빅 서의 해안 절경을 즐기려면 반드시 저 레스토랑에 가봐야 한다는데, 카멜에서 점심 먹은지도 얼마 안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미리 레스토랑 예약을 안해놔서(이 레스토랑은 적어도 하루 전 예약이 필수란다^^) 여기도 어쩔 수 없이 스킵! (와우~ 안되는 이유가 이렇게 많으니 나름 맘이 쫌 편한걸? ㅋㅋ)

하지만 이렇게 굳이 내가 가보지도 못한 곳들까지 블로그에 소개하는 이유는, 비록 나는 못가봤지만 내 블로그 손님들은 꼭 가보시라는 애틋한 마음에서랄까? ^^ 

 

빅 서에서 다시 1번 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오면 이젠 '샌 시메온(San Semeon)'이라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언덕 위에 있는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특히 유명하다. 하지만 오늘 이곳은 이유가 있어서 스킵한다! 왜냐구? 허스트 캐슬은 내가 2년 전에 이미 싹~ 훏고 갔으니깐~ (샌 시메온 일대와 허스트 캐슬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제 블로그 2011년 11월 6일자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또 1시간 이상 달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이자  캘리포니아 중부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이름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했다. 해안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 마치 종을 엎어 놓은 것처럼 서 있는 모로 락(Morro Rock)은 이 도시의 상징물이다.

여행 서적을 찾아 보니, 높이 576 피트의 모로 락은 원래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채석 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높이로 낮아졌고, 이 모로 락은 화산이 폭발하여 생긴 것인데 이 부근 총 9개의 분화구 지형 중 눈에 띄는 것은 바닷가에 솟은 모로 락 한 군데 뿐이란다. 참, 모로 베이 일대는 조류 보호지역으로 여러 종류의 바닷새와 텃새들이 산란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래 사진의 오른 쪽에 혼자 솟은 저 바위! 난 이렇게 멀리서도 저게 그 모로 락임을 한 눈에 알아차렸다.

 

'여보야! 저기 바다 한 가운데 솟은 바위가 모로 락인가보다.' 나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또 아는 척을 해댄다. 그러면 울 남편은 심드렁하게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라고 대꾸한다. 이렇게 우리가 차 안에서 옥신각신 하던 때, 바로 우리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한 간판이 보였으니, 바로 이것이다!

캬아~ 이 사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잘도 나왔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절묘하게 보인다. 시속 80마일로 달리는 차 안에서 5년 전에 산 구식 캐논 카메라를 가지고 순식간에 이 장면을 담아낸 우리의 윤요사... 정말 장하다. 흑흑...

어이~ 남편! 앞으론 제발 표지판 찍을 땐 차 좀 세워 줘. 맨날 뒷 차 따라와서 사고 위험 있다면서 그대로 달리지 좀 말구~ ㅋ

 

드디어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모로 듄(morro dune)이란다. 여기서는 듄 버기(dune buggy) 한 번 타줘야 되는데...

 

어린 애들 있는 처지에 '듄 버기'까지 타는 건 좀 오버구, 나는 그저 푹푹 빠지는 모래 사이를 걸으며 모로 락을 향해 다가가 본다.

가까이에서 찍은 모로 락과 이국적인 모래 사구들의 모습.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T.T

 

그래도 이대로 모로 베이를 떠나는 것은 좀 아쉬워서, 모로 베이에 있는 알버슨 내 스타벅스에서 나의 페이버릿인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잔 사고, 인증샷으로 매장 안에 걸려 있던 모로 베이 사진을 찍어 보았다.

나! 모로베이에서 스타벅스 마신 뇨자야 !ㅎㅎ

 

모로 베이에서 다시 얼바인으로 출발하려는데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우리가 2시 즈음에 카멜에서 출발했는데 내륙의 쭉 뻗은 프리웨이를 포기하고(이건 어제 얼바인에서 카멜로 올라갈때 타봤는데 빠르긴 해도 진짜 볼 건 엄떠라^^)  바다 경치를 본다며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택한 것도 모자라, 빅 서와 모로 베이까지 들러서 오는 바람에 얼바인 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오늘, 차 안에서 거의 10시간 정도는 보냈나 보다 ㅋㅋ

사실 이번 여행 코스는 1박 2일 자체가 절대적으로 무리인 코스였다. 물론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1박 2일로 여행 스케줄을 짠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2박 3일로 잡으면 호텔비와 밥 값도 많이 추가되고, 무엇보다도 집 떠나서 세월아 네월아 노닥거리는 건 내가 딱 질색인지라 이번 땡스기빙 여행은 이렇게 타이트하게 다녀와 봤다.  

  

내년 2월 중순, 나는 이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0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드디어 한국에 들어 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몬테레이-카멜 여행은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즐기는 마지막 장거리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는데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잘 다녀온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대~충 이번 땡스기빙 여행 포스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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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레이에서 돌아오니 카멜은 벌써 어둠에 잠겨 있다. 지금이 11월 말인데다가 여긴 북가주이기 때문에 오후 5시면 이렇게 거리가 온통 어두워진다. 

카멜(Carmel)은 몬테레이 반도 남쪽에 형성된 자연도시로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이후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하나 둘씩 모여 들면서 세련되고 유니크한 도시 미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카멜은 작가와 음악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할 뿐 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으로 근무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멜의 중심가 이름은 오션 애비뉴(Ocean Ave)이다. 오션 애비뉴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카멜의 메인 스트릿으로 멕시코풍 건물, 유럽풍 건물, 그리고 컨트리풍 건물은 물론, 그 건물들마다 들어선 고급스러운 500여개의 점포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풀경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그리고 이 오션 애비뉴의 끝으로 걸어 가면 사이프러스 나무와 백사장이 아름다운 '카멜 비치'를 만나게 된다.

또한 오션 애비뉴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가면, 캘리포니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미션이자 가장 완벽한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San Carlos Borromeo del Rio Carmel Mission(1771년 스페인 전도사 Junipero Serra 신부가 건설했다고 함)도 볼 수 있다(이 카멜 미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카멜의 지리와 역사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시 윤요사 여행 이야기로 돌아간다.

몬테레이에서 한참을 걸어다녔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 어디서 저녁을 먹을까나... 그래! 카멜 레스토랑 중에서 가장 옐프 평점이 좋다는 바로 이곳! 다메트라 카페(Dametra Cafe)에서 먹어야겠군!

 

근데 어랏? 아직 저녁 6시도 안되었는데 식당의 모든 예약이 꽉 찼다구? 아차차... 오늘 같은 땡스기빙 연휴에는 미리 미리 예약을 때렸어야 하는 건데...  이게 다 이 윤요사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탓이로구만... 쯧쯧

아니나 다를까 울 남편, 여행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나에게 가재미 눈을 해댄다(그러나 정작 울 남편은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 것도 준비한 게 없다 ㅋ) 

하지만 나도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오늘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이고 지고, 게다가 간식거리까지 다 싸서 얼바인에서 출발한 게 새벽 5시거덩? 그리고 차 안에서 잠깬 아이들 수발을 들어가며 6시간을 차로 쉬지 달려서 카멜에 도착한 게 아침 11시거덩? 그리고 다시 몬테레이로 건너가서 초스피드로 구경 때리고 17마일 드라이브 타고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내가 도대체 무슨 정신이 있었겠느냐고~~~ (하지만 그래도 레스토랑 예약은 했어야 했다는 거 맘속으론 인정 T.T)

어쨌든 후회는 짧게! 어서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 봐야 겠다. 옐프 평점은 약간 낮으면서도 아직까지 자리가 남아 있을 법한 외진 곳으로 말이지...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곳 되시겠다. 하지만 맛은 기냥 평범했으므로 레스토랑 이름까지 적진 않겠다 ㅋㅋ    

 

이제 저녁까지 먹었으니 호텔로 들어가 볼까?

내가 한 달도 훨~씬 전에 미리 예약했던(여행 준비를 미리 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늘의 숙소는 쨔잔~ 바로 '퀘일 랏지 앤 골프 클럽' 이다. 미리 여기서 묵었던 친구가 가격 대비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던 곳이기도 하다. 숙박 가격은 택스 포함 167달러였는데 리조트 전경은 물론, 침실과 화장실까지 어찌나 깨끗하고 쾌적하던지 다른 블로거 분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왔다고 이렇게 자기네 리조트 상징인 퀘일(Quail) 인형도 두 개나 선물로 주었다. 하은이, 주은이는 새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여행 내내 꼭 껴안고 다니며 즐거워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제 밤 체크 인 할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골프 리조트의 탁 트인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 온다. 우리가 골프라도 좀 칠 줄 알았다면 더 좋았으련만^^

 

더구나 아침 식사를 공짜로 준단다. 꼴랑 167달러 밖에 안냈는데 그 착한 가격에 아침 식사(비록 전형적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이긴 하지만^^)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야홋! 짱이야요! 

 

참! 여긴 어제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잠시 카멜에 들러 먹었던 '포타 벨라'라는 레스토랑이다.

 

6시간이나 차를 타고 온 아이들의 표정이 이토록 밝을 수가!^^ 역시 너희들은 어려서부터 장거리 여행으로 다져져서 이제 차로 6시간쯤 이동하는 건 우습지?^^

아 참! 윤요사가 레스토랑 이름을 친절하게 공개한 걸 보면 미리 짐작했겠지만 여긴 맛도 꽤 좋았다. 나는 형편에 걸맞지 않게(?) 여기서 젤로 비싼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랍스터 스파게티를 시키는 호기를 부린 후, 나중에 계산서 보고 바로 뒷골 잡았다는 ㅋㅋ

 

리조트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카멜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오션 애비뉴를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유관으로 직접 보는 오션 애비뉴의 풍경은 정말 좋았는데, 거리 자체가 너무 넓어서 도저히 한 카메라 앵글로는 제대로 조망할 수 없어서, 파워 블로거(우웩우웩)로서 그게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션 애비뉴를 걷는 것도 참 좋았지만, 그 양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세련된 샵 안을 살펴 보는 재미는 더욱 쏠쏠했다. 하지만 특색있는 샵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종목을 정하지 않으면 며칠을 둘러 봐도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나는 주로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집중하여 발품을 팔아 보았다.

 

그렇게 또 점심이 되었다. 집념의 윤요사, 어제 밤 미처 예약하지 못한 탓에 들어가지 못했전 다메트라 카페에 오전 11시 오픈시간도 되기 전에 줄을 선 결과, 드디어 오늘 점심은 다메트라 카페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ㅋㅋ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레스토랑에서 노래 동아리 후배인 상영이와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가 대학시절 꽤 오래동안 활동했던 단대부고-서초고 연합 노래 동아리 뮤즈(muse)의 후배였던 상영이가 얼마전 Sandiego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카멜 인근 산호세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간만에 이제는 상아줌마가 된 동아리 선배가 카멜까지 올라왔다고 바쁜 땡스기빙 휴가 중에도 이렇게 카멜까지 왕림해 준 상영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제 우리는 카멜 미션을 구경한 후,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PCH 1번 해안도로를 타고 얼바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는 빅 서(Big Sur)와 모로 베이(Morro Bay)에도 잠시 들를 예정이다.

도로 사정이, 날씨가, 그리고 아이들의 컨디션이 모두 잘 맞아 떨어지길 바라며, 이만 카멜 여행 두 번째 포스팅을 마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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