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8월 12일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7월 초에 다녀온 옐로우스톤 국립 공원 포스팅조차도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그 뒤로 LA 베버리힐즈와 미동부 6박 7일 여행, 그리고 라구나 아트 페어까지 다녀와서 밀린 포스팅이 산더미인데다 내일부턴 또 씨애틀 3박 4일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

썅! 이렇게 한 일도, 그리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그걸 반추하거나 정리할 시간은 없이 인생이 정신없이 흘러가다니... 아마도 인생이란 차분히 되돌아 보며 정리하기는 커녕,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내기조차 힘든 것인다 보다(갑자기 이게 웬 개똥철학이냐ㅋㅋ) 어쨌든 밀린 포스팅이 많은 고로, 지금부터 옐로우스톤 여행 세째 날의 기억을 열심히 되살려 보련다.

 

어제 저녁에는 비가 꽤 뿌리더니 오늘 아침은 이렇게 날씨가 화창해져서 다행이다. 

 

오늘도 새벽같이 아이를 깨워, 언제나처럼 버스에 올라 창 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나를 반겨준 옐로우스톤의 야생 동물들은

버팔로와 사슴,

 

그리고 인생을 착하게 살아오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이건 순전 내 생각이다ㅋㅋ) 야생 곰들이었다.          얘들아!  나, 어린 얼라 둘 데리고 얼바인에서부터 먼길 떠나온 바로 그 윤요사야, 굿모닝~~~ ㅎㅎ

 

길에서 만난 야생동물을 뒤로한 채 달려간 오늘의 첫 코스는 '브링크 오브 어퍼 폴스'. 그닥 큰 폭포는 아니었지만(하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온 나에게 더이상 어떤 폭포가 의미있을꼬 ㅋㅋ), 그래도 국립공원까지 왔으니 구색을 맞춰서 요런 아기자기한 폭포를 보는 재미도 있어줘야겠지?^^

 

다음 여행지는 바로, 너무 유명해서 '옐로우스톤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린다는 '아티스트 포인트' 되시겠다. 이건 내가 만든 닉네임이 아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간판에도 버젓이 그렇게 써있으니깐 ㅎㅎ 

하지만 나는 그랜드 캐년 스타일보다는 브라이스 캐년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아줌씨이기 때문에, 솔직히 여기서 그닥 감동을 받진 못했다는^^

 

오늘의 세번째 코스는 '머드 볼케이노 에어리어'다. 그런데 머드라는 이름만으로도 갑자기 충남 보령의 진흙축제가 생각나는 건 웬일일까? ^^

 

이 부글거리는 진흙을 얼굴에 바르면 육아로 지친 내 얼굴도 뽀샤시해질랑가? ㅋㅋ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드래곤스 마우스 스프링'까지 곧이어 고고씽! 여기도 뭐 유명하는데 근래 며칠간 하도 연기랑 부글거리는 가이저들을 많이 봤더니 이젠 별루 감흥이 엄따^^

 

그래서 이 드넓은 옐로우스톤 호수가 더욱 기억에 남았나 보다. 호수로 가는 길에 나는 먼저 영롱한 바닥 색깔을 자랑했던 요 연기를 내뿜는 웨스트 떰 가이저를 만날 수 있었고

 

뒤이어 그 끝을 알 수 없을만큼 넓고도 맑았던 옐로우스톤 호수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수 한가운데서 한가롭게 카약을 타는 사람들은 물론, 맑디 맑은 호수 바닥에는 이렇게 신기하게 생긴 분화구(가이저)들도 볼 수 있었다. 분화구야! 너도 다른 가이저들처럼 연기깨나 내뿜으며 부글부글 끓고 싶었는데 호수의 차디 찬 물에 덮여 제 모습을 잃었구나... 나도 요즘 밖에서 사회생활하고 싶은데 애들 보느라 너처럼 제모습을 잃은채 살고 있단다 T.T 

 

옐로우스톤 레이크를 떠나,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이곳 Colter's Bay.

작은 보트를 렌탈해서 개인적으로 탈 수도 있고 크루즈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와이오밍 주의 낚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여기서 직접 낚시를 할 수도 있단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코스 도착!  이곳은 '와이오밍(Wyoming) 주'에 위치한 '그랜드 티톤(Teton) 내셔날 파크'의 주된 관문이라 할 수 있는 Jackson City 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잭슨 시티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Jackson Hole Mountain Resort에 둘러싸인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내려 약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어느 줄이 길게 늘어선 아이스크림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려준 후, 나혼자 중심거리를 쇼핑하기도 하고 여기서 젤로 유명하다는 녹각공원(아래 사진이 바로 진짜 녹각으로 만들었다는 그 아치 -arches of shed elk antler- 이다)에서 잠시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맨날 캘리포니아에서 그것도 남가주 LA 부근과 샌디에고 주변에서만 복닥복닥 지내다가, 이렇게 아이다호(Idaho), 몬태나(Montana), 와이오밍(Wyoming)이라는 낯선 3개 주에 걸쳐져 있는 옐로우스톤을 여행하다보니,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이 어느 주의 어느 도시인지 괜히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와는 전혀 다른 지리와 문화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여행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U.S. 쿼터 맵(Quarter Map)을 사서 컬렉팅을 해보기도 하고, 침대 옆에다가 큰 미국 지도를 붙여 놓고 맨날 미국의 50개 주 위치를 외워보려 해도 잘 안되던 것이, 이렇게 여행에 와서 내가 발로 밟아본 유타 주, 아이다호 주, 몬태나 주, 와이오밍 주는 어찌나 그 위치가 정확하게 머리에 들어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서 여행을 살아있는 교육이라 부르나보다.  

만약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외국에 한 번이라도 나와 봤다면 내 꿈이,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당시 내 관심사는 오로지 '행정고시' 하나였었는데, 요즘 들어 이렇게 뒤늦게나마 미국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다 보니, 참으로 넓은 세상 앞에서 한편으로는 겸손해지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도전의식이 꿈틀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번 옐로우스톤 여행을 통해서 대자연을 운행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연과 문화에 대하여, 그리고 더 이상 하은이, 주은이의 엄마가 아닌, '윤영란'이라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의 마지막 날인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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