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Yellowstone City에 도착한 우리는, 제일 먼저 옐로스톤의 절경을 담은 아이맥스 영화을 약 30분 동안 관람했다. 사실 스토리는 별것 없었지만, 워낙 큰 화면으로 그리고 헬기로 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찍은 풍경 등, 내 눈높이에서 미처 담을 수 없는 옐로스톤의 광대한 모습을 3D로 감상하니 새삼 감동이 밀려왔다.

 

 

 

영화가 끝나자 우리는 더 빠르고 신속한 여행을 위하여(?) 영화관 앞에 있는 작은 햄버거 집 BBQ BARN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비록 작은 가게였지만 주인 아저씨가 바로 옆에서 이렇게 직접 등갈비에 양념을 발라 햄버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믿음이 갔다.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본격적인 옐로우스톤 관광에 들어가 볼까나?

차를 타고 옐로우스톤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다 보니, 물이나 땅으로부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풍경들이 숱하게 눈에 들어 왔다. 그저 산발적인 온천지대인가보다고 생각하기엔 그 지역이 너무도 넓고 연기 또한 매우 거대했다.

 

이제 내 눈으로 직접, 그리고 가까이에서 그 진기한 풍경들을 확인할 차례다. 우리의 첫번째 행선지는 바로 그 유명하다는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old faithful geyser)'였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저 많은 사람들을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이렇게나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유 하나 없이, 단지 약 1시간 20분마다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용솟음 친다는 그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를 보기 위하여 온 사람들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떼거지로 관광하는거 잘 못봤는데,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저마다 사진기를 하나씩 들고 이제나 저제나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가 용솟음치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줄잡아 수천명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저 가이저에서 언제쯤 물이 분출할까를 하릴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단다. 언젠가 어떤 박사님이 저 가이저 밑으로 뜨거운 온도에서도 녹지 않는 일련의 장비들을 넣어서 물이 용솟음치는 시간대를 유추하는 산식을 발견한 후 이렇게 친절하게도 다음 분출 시간대를 표시해 주셨다고 한다^^ 내가 구경할 시간은 바로 여기 표시된대로, 7월 5일 오후 2시 반경 되시겠다.

 

정말로 2시 반이 다가오자 고요하게 연기만 피어오르던 가이저 안에서 조금씩 물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더 높게 그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는데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저절로 이렇게 장관이 연출된다니 참으로 놀라왔다. 마음 속에 막힌 것들도 같이 확 뚫리는 기분이랄까...

 

이제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 만큼이나 유명한 '올드 페이스풀 인(inn)'으로 들어가 보자.사실 말이 inn이지 이건 거의 메머드급 호텔 규모나 다름 없었다.

 

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이걸 지은 건축가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는데(가이드 아저씨께 이름을 들었는데도 까먹었다 ㅋㅋ) 그 건축가 왈,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주변의 자연과 조화되는 건물을 짓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나? 그러나 그는 그 어려운 미션을 해낸 듯이 보였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이 건물은 주변의 옐로스톤 경관과 매우 잘 어우러져 보였으니깐^^

어쨌든 이 유명한 건물 안에도 관광객들이 와글와글 했더랬다.  

 

올드 페이스풀 가이저와 inn을 구경한 우리는 다음 코스로 엑셀시어 가이저 크레이터로 향했다.

 

우왕~ 이건 또 뭥미~ 크레이터 부근에 다가가자 온천 냄새와 함께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장관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정말 scenery beyond description 이 따로 없다. 괜한 미사여구 동원 없이 사진으로 말하련다.(사실 내가 지금 주저리 주저리 쓸 시간이 좀 없다 ㅋㅋ)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Fountain Paint Pot 에서는 액체가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 상으로 그 거품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라면 끓이기 직전에 물이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팔팔 끓는 모습을 상상하면 딱 맞는 표현일 듯 싶다.  

 

게다가 거기서 나는 운좋게도 또 다른 가이저가 용솟음치는 장면도 볼 수 있었는데, 설마 내가 지나갈때 분출되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기를 손에 꼭 쥐고 있어서, 채 30초도 안되는 이 짧은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더랬다.  

 

 

그런데 여기까지 구경하고 난 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정말이지 금방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산속의 날씨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더니 이렇게 햇빛이 작렬하다가 어떻게 또 이렇게 금방 비가 내릴 수 있는지, 정말이지 변화무쌍한 자연 앞에서는 그저 겸손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일행은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다음 일정인 맘모스 핫 스프링스 트레일 코스를, 비를 맞으면서도 강행할 사람과 그냥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사람을 나누기로 했는데, 나는 어린 아이들 때문에 도저히 이 빗 속을 뚫고 트레킹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차 안에 남아 창문 밖의 광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남편과 함께 비를 맞으면서 옐로우스톤의 절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을텐데 참 안타까웠다.

 

아래 사진은 비가 좀 잦아든 후, 차가 서있던 주차장에서 내려 맘모스 스프링스 트레일 길을 찍은 모습이다. 그렇게 굵은 빗줄기도 지면 깊숙이에서 솟아나오는 연기를 막진 못해서 이렇게 연기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바로 한식을 거의 먹을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 옐로우스톤 쪽은 워낙 한인들도 적게 사는데다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어서 우리는 거의 삼시세끼를 모두 햄버거나 스테이크 등으로 때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좀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도 오늘 저녁 식사는 나름 특식이란다. 옐로스톤 특산품인 송어(trout)와 버팔로 스테이크, 그리고 아이다호 특산품인 감자까지... 뭐 맛있어 죽겠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추억을 만들기에는 괜찮은 메뉴였다 ㅋㅋ

 

오늘 밤 우리가 묵을 도시는 가디나(Gardiner)라는 작은 마을인데 우리는 여기서 '옐로스톤 빌리지 모텔'이라는 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맨날 미주 중앙일보 신문 광고를 보면 삼호관광에서는 가디너 안 고급 시설에서 숙박한다고 대문짝만하게 광고가 나곤 했는데, 오늘 와서 직접 보니 이곳은 정말 가디너 안에서는 손에 꼽을만큼 괜찮은 숙소여서 여장을 푸는 내 기분도 좋아졌다.

여긴 우리 숙소 주변의 가디너 마을 풍경.

 

그리고 옐로우스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옐로우스톤 빌리지 모텔'의 실내 모습.

 

아이들은 오늘도 이렇게 버스 안에서 별로 말썽을 부리지도 않고 제법 잘 놀아주었다.

 

얘들아, 엄마도 안다. 너희들의 마음을. 그리고 대자연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인생의 밑거름으로 삼기에는 너희들이 아직 너무 어린 나이라는 것도...

하지만 엄마의 마음도 급하단다. 우리의 미국 생활 얼마 안남았잖니... 24개월된 첫째를 데리고 미국에 와서 그 이듬해에 바로 둘째를 낳고 또 키우면서, 엄마가 지난 3년 동안 말이 미국생활이지 너희들을 키우느라 미국생활을 뭐 제대로 즐긴 것이 있어야지... 흑흑!  그러니 이젠 니들이 엄마의 힐링여행을 위해서 고생을 좀 해다오. 그것이 피차 공평하지 않겠니?^^

너희들이 깨어 있으면 앞으로 많이 차타고 가야 하니까 얼른 자라고 윽박지르고, 또 자고 있으면 이제 목적지에 다 왔으니까 빨랑 일어나라고 또 깨우고, 너희들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식당에서는 밥 많이 먹으라고 강요하고, 또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도 나중에 너희들 때문에 버스를 세울 수 없으니 빨리 여기서 똥 오줌을 누라고 억지부리고...

비록 다른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표면적으로 둘러대기는 했지만, 사실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이 엄마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여행을 하기 위해서, 너희들에게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해댔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미안하다, 얘들아! 이 엄마가 너희들의 동심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해서.,.. 사실 너희들이 이런 여행이 뭐가 그리 좋겠니... 그저 엄마가 여행 가자니까 새벽 댓바람부터 끌려나와서 뜻도 모른채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엄마가 이번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진짜로 진짜로 잘해줄께~ 이 엄마가 격하게 싸랑한다!!!

                                                                                                                - 옐로우스톤 여행 중, 엄마가.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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