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주왕복선 엔데버를 보러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를 찾아 가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Natural History Museum). 정문 옆에 서 있는 이 공룡 모양의 조각상이 왠지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한 번 들러 봐야겠다고 생각했더랬다.

당시 나는 우리나라 말로 '자연사'라고 번역되는 이 '내추럴 히스토리'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며, 그 범주(카테고리)는 어디까지를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공룡 조각상을 전면에 내세울거면 아예 공룡박물관이라고 명명하지 왜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이름 붙였는지 등 여러 가지가 궁금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이 박물관을 한 번 탐방해 보기로 결심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박물관으로 가까이 걸어가 보니, 예전에 길을 지나면서 살짝 스치며 봤던 것보다는 건물도 훨씬 크고 또 고급스러워 보였다^^

 

언제나 윤요사의 관심사항인 입장료 얘기 역시 빠질 수 없다^^  입장료는 아이들 5달러, 어른은 12달러인데 박물관을 딱 보니깐 하루에 둘러 보기엔 너무 넓은 것 같아서 적어도 세 번은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7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애뉴얼 패스가 20% 세일을 한다고 하길래 나는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패밀리 애뉴얼 패스를 구입해 버렸다. 

게다가 레고랜드와 롱비치 아쿠아리움의 애뉴얼 패스가 며칠 전 종료되어서, 나는  마지막으로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어떤 애뉴얼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뉴얼 패스 구입하고 표를 내고 들어가면, 처음으로 만나는 중앙 홀(foyer)에는 이렇게 공룡 뼈가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서 제일 밀고 있는 컨셉은 역시 공룡인가보다^^

 

그래, 알았다. 공룡아! 하지만 그래도 동선을 고려해서 순서대로 한 번 천천히 둘러 보는게 좋겠지? 넌 나중에 만나줄께!^^  

먼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북아메리카 포유동물관'부터!

 

여기엔 실제와 아주 유사하게 박제된 동물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흥미없어 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하은이는 동물원에서 살아 있는 동물들을 볼때보나 더욱 흥미있어 했다.

아마도 대상이 움직이지 않으니 안심하고 더 오래동안 자세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그런가 보다. 특히 하은이는 자기가 젤로 좋아하는 동물인 무스(Moose)를 만나자 꽤 오래동안 그 뿔을 들여다 보면서 아주 좋아했다. 

 

이제 메인 전시관 격인 다이노소어 홀로 들어가보자.

한쪽에서는 영상으로 공룡 뼈를 발견하고 또 그것을 보존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이를 토대로 정교하게 복원된 공룡의 형체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해 놓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이날 하은이는 처음으로 화석(fossil)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하게 배웠는데, 비록 아직은 완벽하게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예전에 킨더가튼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니,

황금같은 주말에 본능(?)을 거스리면서도 자녀교육을 위하여 백화점이 아닌 박물관을 찾은 열혈엄마 윤요사의 마음에도 어느덧 뿌듯함이 샘솟았다^^  

 

그뿐인가. 그녀는 초기 인간의 뼈를 보면서 자신이 묻는 질문에 엄마의 대답이 시원치 않자, 도우미를 찾아가 직접 물어 보면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ㅋㅋ(그래, 이런 적극적인 태도! 아주 좋아!^^)

 

박물관 곳곳을 용감하게 누비며 돌아다니기에 바쁜 두 자매들.

이것들아! 천천히 좀 다녀라! 엄마가 쫓아다니기 힘들단 말이다~~~^^

 

결국 지쳐버린 나는, 야외에 있는 보태니컬 가든은 담번에 와서 보기로 하고 걍 스킵했으나

 

하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이 '버터플라이 파빌리온'은 담번에 오면 없을지도 몰라서, 먼저 시간을 예약한 후 예약시간에 맞춰서 제 장소에 도착해 주시었다.  

 

가이드와 함께 나비들을 사육하는 커다란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보니 나비들이 워찌나 많은지 나는 살짜꿍 위협을 느낄 정도였는데, 그래도 하은이와 주은이는 여러 종류의 나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하은이가 발견한 캐러필러의 모습. 자세히 보면 사진 중앙 하단부에 큰 줄기에 붙어 있는 캐러필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난 그냥 지나쳤는데 울 딸은 시력도 좋다 ㅋㅋ

 

파빌리온 안에 나비들은 굉장히 많았는데 다들 어찌나 바삐 날아다니는지 대부분 사진 찍는데는 실패하고, 그나마 아래 사진에서 겨우 꽃에 앉아 있는 대여섯 마리의 나비들을 간신히 찍을 수 있었다ㅋㅋ

 

다음은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이 자랑하는 네이처 랩(nature lab)의 모습. 내가 파악하기에 이 랩의 컨셉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 심지어 우리 집 안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의 생태를 주제로 꾸며진 것 같았다. 

 

맨날 우리가 주변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재수없게 여기거나 징그러워 하는 쥐(rat)의 생태라든가,

 

집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거미(spider)의 종류와 그들의 생활 방식,

 

그리고 심지어는 집안 카펫이나 침대, 화장실 등에 살고 있는 세균들을 확대해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솔직히 이거 보면 구역질 나와서 집에서는 살기도 싫은 마음이...^^ 

 

게다가 우리가 길거리를 걷거나 운전하며 가다 보면 간혹 발견할 수 있는(그것도 대부분 죽은 채로... 우웩!) 새나 작은 동물들에 대해서 동물 전문가들이 직접 나와 설명을 하고 또 관람객들의 질문을 받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식이 용감이라고 우리 하은이도 딱 지 수준에서 말도 안되는 질문들을 던져 주신다. 그래도 그들은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굿 퀘스천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과 함께^^ 그러면 하은이는 어깨를 더 으쓱대면서 입은 귀에 걸리다 못해 거의 찢어지기 일보직전이 된다^^

 

여긴 무슨 재단이 후원하는 '인섹트 주' 전시장이란다.

 

거기서 하은이는 나비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기도 하고

 

백스테이지에 가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오늘 아주 지 세상 만났구만~^^

 

그 밖에도 새 박물관이나

 

다이노소어 랩 등도 구경했는데,

 

아이들도 점차 지쳐가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저질체력이 되어 버린 나 역시도 다리가 너무 아파와서 나는 남편에게 나머지는 담번에 와서 다시 구경하자고 양해를 구하고 오늘은 이만 철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참! 박물관에서 나오다가 마주친 안내판을 보니, 사실 이 부근은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 뿐 아니라, 우주왕복선 엔데버가 있는 사이언스 센터나 아프리칸 아메리칸 뮤지엄, 콜로세움, 엑스포 센터, 스포츠 아레나 등이 운집된 복합 문화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담번엔 이 안내판에 쓰여진 다른 문화공간들도 꼭 한 번 둘러봐야겠다.

 

게다가 내추럴 히스토리 뮤지엄 바로 맞은 편에는 내가 늘 동경해 마지 않던 USC도 자리잡고 있었다. 내 서울대 행정대학원 동기들과 선후배 여러 명이 지금도 여기서 공부하고 있을텐데... 그들은 잘 적응하면서 공부하고 있을까...

 

예전에 우리는 한 대학원, 한 교실에서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같은 처지였는데, 지금 누구는 당당히 이곳에 유학와서 교수로서의 꿈을 담금질하고 있고, 또 누구는 얼라들 데리고 나와서 인근 박물관이나 전전하는 전업 주부가 되어 있다니...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차안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건물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며, 남편은 무심하게 '뭘 찍어?" 라고 물어 본다. 그러면 난 그냥 '응, USC. 저기 우리 대학원 사람들이 많이 유학와 있거든'이라고 대답한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남편도 내 서글픈 마음을 알았으리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 있다 보니 마음 한 켠에는 그만 둔 직장에 대한, 그리고 그만 둔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행정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혹은 그 분야에서 잘 나가는 동기들을 보면, 그리고 하다 못해 이렇게 학교 건물만 봐도 가슴 한 구석에 묻어 놓은 내 꿈에 대한 기억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래! 한국에 돌아갈 날도 이제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네... 일단 8개월 동안은 다른 생각일랑 접어 두고 최선을 다해서 미국 생활을 즐겨야지... 그리고 올 하반기에는 이미 등록해 놓은 UCI TEFL 과정에만 집중하고, 한국에서의 일은 한국에 가서 부딪혀 봐야겠다.

애걔? 여행 포스팅이 갑자기 넋두리 포스팅 모드로 바뀌어 버렸네 ㅋㅋ 그럼 오늘도 여기서 급수습하며 갑자기 진지해진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서, 끄읕~~~^^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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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9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모델윤 2013/07/20 0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연아! 잘 지내고 있지? 가르치는 아이들이 이제 방학을 해서 너도 한숨 돌리겠구나. 역시 교사는 좋은 직업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겨울에 얘기했었던 TESOL 과정은 일단 등록은 했단다. 10월에 시작할꺼야. 하지만 내가 이런 허접한 실력으로 과정을 과연 이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ㅋㅋ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 조심하고 또 지금처럼 신앙생활 잘하고 있길 바래~ 2세 소식 있으면 바로 연락 주고. 내가 니 아이 폴로 옷 잔뜩 사가지고 들어갈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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