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을 떠나기 약 한 달 전. 우리 집 현관 앞에는 드디어 집을 내놓는다는 간판이 세워졌다. 지난 4년 2개월동안 우리 가족은 단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이 집에서 잘 살아 왔는데, 벌써 주재원 임기가 다 끝나고 이 집을 떠날 때가 되었다니 세월 참 빠르다.  

사실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주택 자금의 한도에 맞추다 보니 우리는 얼바인 내에서도 우드버리나 터틀리지 같이 새로 지은 동네에는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했고 웨스트팍에 위치한 나름 오래된(17년) 집을 렌트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솔직히 집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파트나 타운홈이 아니라 2층 짜리 detached house에 살아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집안에서 맘껏 뛰놀며 살 수 있었던 점은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사하기 일주일 전. 우리집 뒤쪽 거라지 앞에는 우리가 쓰레기 처리 회사로부터 빌린 대형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서서히 귀국 이사짐을 정리하면서 나는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안 곳곳에 처박아 두었던 묵은 쓰레기들을 이곳에 버릴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이 집에 살면서 혹시나 내 맘 속에 남아 있는 얼바인에 대한 미련이 있다면 그것마저도 이 컨테이너에 다 버리고 가련다^^ 

 

이사를 며칠 앞 둔 집 안의 모습 역시 아수선하기 짝이 없다. 거실의 소파와 부엌의 식탁은 물론, 심지어 창문의 커텐까지 전부 다 내다 팔고(역시 미씨 USA 싸이트가 물건 내다 파는데는 짱!^^) 책과 그릇을 비롯한 짐들도 거의 다 박스에 포장해 버려서 이사 3일 전, 우리 집 거실과 부엌의 모습은 이렇게도 황량해졌다.   

아! 물론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새로 산 나뚜지 소파와 포터리반 식탁, 그리고 하은이를 위한 포터리반 키즈 책상 등은 거라지 안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고이 모셔 두긴 했다^^

 

그리고 지난 2주간, 나는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어 가면서 마치 연예인처럼 빡빡하게 환송회 일정을 소화해 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송회는 자발적으로 그네들이 해준 것이라기 보다는, 전부 나의 강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잡힌 것들이 많았음을 인정한다 ㅋㅋ 

그 중에서 잠시 소개할 곳은 내가 베스트 프렌드 정민과 헌실, 그리고 페어몬트 엄마들과의 마지막 모임 장소로 활용한 요즘 얼바인 인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레스토랑 Fig & Olive 의 모습이다.

 

헌실아, 정민아! 우리 이제 당분간은 못보겠구나. 너희들이 없었으면 내 얼바인 생활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내가 쑥스러워서 표현은 잘 못했다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너희들의 이별 선물인 'Jo Malone' 향수도 기쁘게 받을께. 너희들 덕분에 내가 평생 처음으로 향수 한 번 뿌려 보겠구나 ㅋㅋ  

 

또한 이사짐을 싸고 환송회를 뛰는 그 바쁜 와중에도 나는 마지막으로 싸우스 코스트 플라자에 있는 레고샵으로 달려가 100만원 어치가 넘는 레고들을 싹쓸이 하다시피 쟁여 오는 것은 물론(아마 이제 우리 하은이와 주은이는 평생 레고 사달란 말은 안할게다^^), 

 

하은이와 주은이가 가장 좋아했던 회전목마도 마지막으로 태워 주었다. 처음엔 무서워서 이 회전 목마를 보기만 해도 울던 아이들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는 내 손을 잡고 울음 반 웃음 반으로 회전 목마를 타곤 했는데 이제는 둘 다 스스로 말 위에 올라가 한 손으로는 봉을 잡고 다른 한 손은 흔드는 경지가 되었으니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귀국을 준비하던 나에게도 가슴 아픈 일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디사이플 교회 식구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우리가 미국으로 온 바로 다음 날부터 지난 4년 2개월 동안 우리는 캐나다와 하와이 등 장거리 여행으로 교회를 나갈 수 없었던 3일을 제외하고는 매주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더랬다.

4년 전 남편 직장 때문에 아무 연고 없는 이곳 얼바인에 와서 난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블로그라도 해야 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할 정도로 못견디게 외로웠었다. 게다가 엉겁결에 둘째 아이까지 낳고 키워야 했던 힘든 시간이 계속되었는데 그 동안 내 부모 형제도 형편상 나를 가까이에서 돌봐주지 못했는데, 정작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디사이플 식구들은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나와 우리 가족에게 값없이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다. 나는 아마도 이 사랑의 빚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디사이플 교회에서 내 첫 다락방 순장님이셨던 김희범 순장님 내외분께서는 우리에게 마끼 스시에서 맛난 저녁 식사를 사주셨고, 두번째 다락방의 이은창 순장님 내외분께서는 집에서 근사한 스테이크를 구워 주셨다.

 

또한 현재 우리가 속해 있는 열매 다락방 식구들은 이렇게 예쁜 케익과 정성 어린 선물을 준비해 주었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막판에 무리한 귀국이사 레이스를 펼치던 우리를 위해, 박혁성 순장님 내외분은 필요한 때마다 기꺼이 아이를 봐주시는 것은 물론 여러 번이나 따뜻한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시곤 했다.  

 

그외에도 귀국 하루 전날에는 이곳에서 만들었던 소중한 인연 중 하나인 희찬이/희온이네 가정, 그리고 도윤이/나윤이네 가정과 함께 언젠가 그리워하게 될 우리의 마지막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아 봤다.

 

그리고 이 블로그로 만나 아직 제대로 친해지지도 못했는데(사실 딱 한 번 만났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예고도 없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 현관문 앞에서 이 선물만 전해 주고 금방 돌아간 수진 언니까지... 언니! 감사해요. 이 옷들, 언니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잘 입힐게요^^

우리 가족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 4년 2개월간 얼바인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드디어 2월 14일. 출국 당일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어제(13일) 하루 죙일 미친 듯이 귀국 이사짐을 부치고 하룻밤을 호텔에서 보낸 나는, 오늘도 결코 맘편히 쉴 수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오늘이 바로 주은이의 세번째 생일이자 하은이 학교에서는 발렌타인 데이 파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 힘들다는 귀국 이사를 막 끝낸 나였지만 열혈 엄마인 우리의 윤요사, 아침에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재빨리 생일 케익을 사가지고 주은이의 데이케어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 주은이에게 조촐한 생일 잔치를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그 생일 잔치가 끝나자마자 다시 차를 몰아 어제 밤 늦게까지 호텔에서 준비한 초컬릿 선물 20개와 발렌타인데이 카드를 하은이 학교로 전달했음은 물론이다^^

여기다. 지난 8개월간 주은이가 하루 5시간씩 다녔던 홈데이케어. 원래 원생이 모두 여섯 명인데 오늘은 4명 밖에 안나왔네^^  영은 자매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자매님 덕분에 제가 주은이를 맘편히 맡기고 조금이나마 제 생활을 가질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별 선물로 직접 떠 주신 하은이와 주은이 목도리도 잘 쓰고 또 가보로 길이길이 간직하겠습니당^^  

 

지금 분당 정자동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솔직히 얼바인 라이프에 대한 요만큼의 미련도 없다. 그만큼 비록 어린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제약된 여건 속에서 4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열심히 돌아 다니고 또 최선을 다해 얼바인 라이프를 즐겼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소중했던 사람들을 이제 자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마지막으로 자기 주장도 강하고, 말도 많고, 게다가 넋두리도 한다발인 나를 그동안 따뜻하게 품어 주었던 얼바인 지인들과, 내용도 사진도 구리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블로그에 꾸준히 찾아와 주신 얼굴도 모르는 블로거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블로그를 계속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얼바인과 관련하여 아직 올리지 못한 포스팅이 한 십 여개 정도 남아 있긴 하지만, 나도 드디어 그저께 미국에서 짐이 도착한 고로, 당분간 글 쓸 시간이 날지는 미지수다. 

또한 정자동 카페골목 탐방기, 리터니(returnee)의 영어 학원 구하기 에피소드, 하은이의 정자 초등학교 입학식, 윤요사의 생애 첫 학부모 총회 이야기 등, 이곳에서의 일들도 제법 흥미있게 진행되고 있긴 하나 이제 얼바인 이야기도 아닌데 그런 소소한 것들까지 굳이 포스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다시 한 번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외치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하련다. 아듀~ 얼바인!^^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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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가 페어몬트 프라이빗 스쿨을 다닌지도 벌써 8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처음에는 집에서도 좀 먼데다(차로 한 15분쯤 걸린다), 프리스쿨부터 8학년까지 운영되는 학교라서 고작 킨더에 다니는 하은이가 언니 오빠들에게 치이지 않으려나 내심 걱정도 되었었는데 그래도 그동안 하은이가 잘 적응해 주어서 많이 기뻤더랬다.

하지만 하은이는 우리가 2월 14일이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영원히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당연히 그동안 누누히 얘기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릿 속엔 이별이란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듯 했다^^) 곧 다가올 페어몬트 친구들과의 이별을 예감하지도 못한 채, 매일 매일 집에만 돌아 오면 그날 그날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던 이야기와 곧 있을 친구들의 생일 파티 이야기로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가 얼바인을 떠나기 전인 2월 초순, 하은이의 친구 3명이 한꺼번에 6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생일 파티를 열게 되었고 하은이는 마지막으로 그네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부터 Team OC, Build-a-bear in Downtown Disney, 그리고 Pretend City에서 열렸던 하은이와 그 친구들의 생일 파티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우선 얼바인 인근에서 제일 유명한 짐네지움(gymnasium)을 꼽으라면 아마도 터스틴에 있는 Wild Fire와 코스타 메사에 있는 Team OC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와일드 파이어는 예전에 한 번 가봤었는데 Team OC 는 오늘 처음으로 가보는 것이라 내 마음도 아이처럼 설랬다.

사실 예전에 와일드 파이어에 처음 갔었을 때는,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에는 그닥 보편화되지 않은 운동이었던 기계체조(짐네스틱스) 전문 시설(?)이 외국에서는 이렇게 지대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여기다. 하은이네 반 남자 아이 코너(Connor)의 생일파티가 열릴 Team OC. 존웨인 공항 부근에 위치한 관계로 간판 뒤쪽으로 비행 시설이 보인다^^

 

얼핏 보면 내부 시설은 와일드 파이어나 이곳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와일드 파이어는 체조관 특유의 락스 냄새가 많이 났었었는데(당시 난 솔직히 그 냄새가 많이 역했다^^) 이곳은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체조 시설도 이것 저것 복잡하게 많이 들여 놓지 않아 전반적으로 체육관이 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초대된 아이들은 이곳에서 운영하는 생일 프로그램에 따라 소속 체조 선생님들과 함께 가볍게 몸풀기를 한 후, 남녀로 나뉘어 연령대에 맞는 여러 가지 시설을 체험하며 즐겁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체육관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파티룸으로 자리를 옮겨, 맛있는 간식과 쿠키를 먹으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끝으로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생일 맞은 아이의 아빠가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 캔디와 학용품이 들어 있는 피나타(pinata)를 터트려 주자, 저마다 작은 비닐백에 캔디와 학욤품을 담기 바빴다.

이때가 되면 매사 굼뜬 우리 하은이도 눈에 쌍불을 켜고 자기가 좋아하는 캔디와 과자들을 정신없이 집어 담곤 한다. 하은아! 너 앞으로 그런 정신상태로만 공부한다면 아마 전교 1등은 문제 없을거야 ㅋㅋ 

 

다음은 애너하임의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열렸던 절친 로렌의 생일 이야기다.

다운타운 디즈니는 디즈니랜드 옆에 위치한 작은 문화 및 쇼핑 복합 공간인데,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는 돈을 내야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는 누구나 자유롭게 돌아 다니며 놀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디즈니랜드가 집에서 차로 20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나는 그동안 비싼 입장료와 어린 주은이를 핑계로 이곳까지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로렌의 생일 잔치에 참석할 겸, 간만에 다운타운 디즈니에 와서 콧바람을 쐬니 오늘 역시 하은이보다 내가 더 신난 듯하다^^

 

이곳은 내가 다운타운 디즈니에서 젤로 좋아하는 대형 레고샵 되시겠다. 굳이 50분 거리의 레고랜드까지 차를 몰고 가지 않아도, 20분 거리에 위치한 다운타운 디즈니 레고샵에 오면 이렇게 귀여운 초대형 레고 작품들과 함께 실컷 사진 찍고 놀 수 있다. 

이 대형 조형물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레고조각과 인력이 동원되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숙연한 마음이 ㅋㅋ 

 

하지만 오늘 로렌의 생일파티 장소는 레고샵이 아니라 바로 이 곳, 빌드 어 베어 샵이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생일 프로그램은 초대된 아이들이 직접 인형의 종류를 고른 후, 그 안에 솜을 채우고 바느질을 한 후, 털을 빗기고 옷과 악세사리를 골라 입혀 자신 만의 인형을 완성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친절한 로렌 엄마는 하은이가 곧 한국으로 돌아 가는데 로렌의 생일을 통해 인형을 선물해 줄 수 있게 되어 너무 잘됐다며 매우 좋아해 주었다.

나는 도대체 이런 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했는데 한 직원이 기본적으로 생일을 맞은 아이 측에서 1인당 30달러까지는 비용을 대지만, 초대받은 아이들이 비싼 옵션을 골라 30달러가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추가 비용은 아이들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귀뜸해 주었다.    

 

우선 건물 입구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로렌에게 먼저 생일 선물을 전달해 주시고...(오늘 로렌 엄마 머리 세팅이 너무 과하신듯 ^^)

 

인형을 만들기 전, 건물 앞에서 직원의 인솔 아래 친구들끼리 잠시 즐거운 게임 시간을 갖는다. 아마도 실내에서 인형만 만들면 너무 단조로우니까 이런 코너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면 아이들은 건물 안으로 입장한 후,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인형을 만들게 될지 간단한 설명을 듣게 된다.

 

우리 하은이는 트래디셔널한 베어보다는 요즘 한창 유행인 마이 리틀 포니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속살이 없는 포니 인형 껍질을 먼저 고르면, 요 기계 안에서 즉석으로 뽑아져 나온 보송보송한 솜을 포니 인형 안으로 집어 넣게 된다. 솜이 나올 동안 직원들은 이 기계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 저런 스몰 토크를 나누다가 드디어 인형 안으로 솜이 다 주입되면, 직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바느질로 솜을 채운 인형에 대한 마감 처리를 한다(하지만 말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거지 사실 하은이 같이 어린 아이들은 직원이 바느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는 정도다 ㅋㅋ).  

 

이렇게 말이 own build 인형이지 아이들이 직접 한 건 거의 없지만서도(^^),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인형을 다 만든양 의기양양해 하면서 완성된 인형들을 예쁘게 빗질하고 털들을 정리해 주신다.

 

이제 완성된 인형에게 수많은 인형 옷과 악세서리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 치장을 해 줄 차례다. 하은이는 인형 자체가 25달러 짜리였기 때문에 악세서리를 조금만 과하게 해도 30달러가 넘어 내가 추가 비용을 부담할 처치여서, 나는 하은이에게 심플한 게 가장 예쁜 거라고 강력하게(?) 설득하여 결국 집에서 가져간 하은이 팔찌를 리틀 포니의 목에 걸어 주어 추가 비용을 내지 않는 쾌거(?)를 이룩했다 ㅋㅋ

 

이제 각자 완성된 인형을 가진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기념 사진도 찍으면서 생일 파티를 마감하게 된다.  

 

이제 마지막으로 얼바인의 하나 뿐인 칠드런스 뮤지엄인 '프리텐드 시티'에서 열린 케이티의 생일 파티로 가보자.

파티를 시작하기도 전에, 앞니 빠진 하은이가 초코 쿠키를 들고 친구 앨런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오늘 케이티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엔터테이너는, 주문만 하면 그 자리에서 능숙하게 작품을 만들어 주는 벌룬 아티스트와(우리 하은이는 꽃을 주문했다),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원하는 그림을 완성해 주는 아티스트(영어로 이런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ㅎ), 이렇게 두 명이었다. 하은이는 자신의 손바닥 그림으로 분홍빛 플라밍고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는데 작품이 제법 그럴싸하게 나왔다(지금 이 작품도 우리 짐에 당당히 포함되어 태평양 건너 유유히 오고 있다) ^^

 

게다가 오늘의 생일 케익은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프로즌'을 테마로 만든 케익이었다. 프로즌 매니아인 하은이는 엘사와 아나 인형과 함께 눈사람 올라프가 장식된 케익을 보자마자 함박 웃음을 지었다.  

 

페어몬트 스쿨 Ms. Montague 클래스의 룸맘(room mom)이기도 한 케이티 엄마는 사실 아이 넷의 엄마로서 눈코뜰새 없이 바쁠텐데도(게다가 오늘 6세를 맞이한 케이티가 제일 큰 아이이다. 뜨앗~)  이렇게 케이티의 생일 파티를 훌륭하게 준비한 것에 대해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겨우 두 아이의 엄마인데도 맨날 힘들다 죽겠다 난리치며 넋두리가 장난 아닌데, 케이티 엄마는 아이 넷의 엄마 노릇도 모자라 룸맘까지 맡아서 학교 대소사 때마다 원더우먼처럼 나타날 뿐 아니라 아이 생일 파티도 이렇게 척척 준비해내니 내 어찌 기죽지 않을 소냐 T.T 

 

게다가 그녀는 구디백조차도 외부에서 주문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병에 코코아 가루를 담고 별모양 쿠키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서 나눠 주는 센스까지... 나도 이젠 애들 때문에 경력단절녀 됐다고 고만 좀 징징대고, 똑부러지게 살림이나 육아라도 지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참! 즐거웠던 파티가 끝나자 아이들은 모두 칠드런스 뮤지엄으로 뛰어 나가 또 이렇게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요즘 한국의 사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워 보니 이곳은 생일 파티가 단순히 주인공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예전에 한국에서 내가 자랄 때에는 생일이 되면 엄마들은 음식을 대접하고 초대받은 아이들은 선물을 가져오는게 일반적이었는데, 미국에서는 구디백이라 하여 생일 맞은 아이들 측에서도 초대된 아이들에게 와줘서 고맙다는 선물을 반드시 마련한다. 그리고 생일 파티를 집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놀이터가 딸린 공원이나, 아님 이렇게 생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 시설을 이용하여 비단 그 아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날 하루, 초대된 아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즐거운 액티비티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생일 파티에 아이들만 초대되기 보다는 그 아이들을 태워다 줘야 하니깐 당연히(?) 엄마들과 그 형제자매들도 같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생일 파티가 열리면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내 아이 친구의 언니가 누구인지 동생이 누구인지도 잘 알게 되어 가족끼리의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미국식 생일 파티가 좋다. 최소한 2~3주 전에 누군가의 생일 파티가 있다는 인비테이션을 받게 되면 RSVP를 해준 후, 나도 달력에 크케 표시를 해놓고 마치 집안의 대소사가 있는 날처럼 그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간만에 엄마들끼리 만남의 장이 열리는 것은 물론, 아이들끼리도 서로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나이를 잊고 어우러져 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며칠 전인 3월 3일, 성남 정자 초등학교에서 하은이의 입학식이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지 겨우 2주 만에, 그리고 아직 미국에서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아서 2주전에 이민 가방에 들고 왔던 거지 같은 옷들과 세면도구를 가지고 맨땅에 헤딩하며 생활하던 그 와중에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마음이 아팠던 건,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던 하은이가 그 친구들을 모두 미국에 남겨 두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에 와서 쓸쓸히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입학식에 가보니 이곳에서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아이들, 혹은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미리부터 알고 지낸 아이들과 스 엄마들은 저마다 아는 척하며 삼삼 오오 모여 앉았지만, 나와 하은이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입학식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입학식장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은이의 손을 붙잡고 힘주어 말했다. 하은아! 너도 곧 저 많은 친구들을 다 사귀게 될 거야. 그리고 비록 지금은 네가 한국말이 서툴러서 놀림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절대 기죽지 말렴. 넌 금방 한국말을 배우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오히려 저 아이들에게 조만간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될거야...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애써 위로한들 무엇하랴. 지금 당장 지척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신세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은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온갖 자원 봉사 신청서에 마구 예쓰 표시를 해대고 있다. 녹색 어머니회, 엄마 폴리스회, 학생 예절 도우미, 학교 급식 지키미 등 나에게는 이름도 역할도 생소한 것들 뿐이지만, 온갖 자원 봉사에 이 한 몸 희생하여 우리 하은이에게 친구 네트워크가 얼른 형성되기만 한다면야 무엇이 대수이겠는가 ㅋㅋㅋ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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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이 블로그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감격스럽게도(?) 꿈에 그리던 내 나라, 한국의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이다.

지난 2주간, 미국에서 4년 2개월간의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과정은 예상외로 꽤나 험난했다. 주재원들에게는 무한정으로 귀국 컨테이너가 지원되는 줄 알았다가, 겨우(?) 20큐빅까지만 회사 측에서 부담해 준다는 사실을 갑작스레 알게 된 후, 나는 서둘러 미씨 USA라는 싸이트를 통해 살림살이의 상당량을 팔아 치워야만 했고, 집주인을 위하여 다음 세입자가 결정될 때까지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쇼잉을 해주어야 했다.

그 뿐인가. 한국 들어갈 때 안 사가지고 가면 후회될 것들을 추려서 끝까지 막판 귀국 쇼핑에 열 올려야 했으며, 아이들과 함께 어쩌면 다시 못올 미국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 더 열심히 돌아 다녀야만 했다.  

 

그 일환으로, 예전에(한 3년도 더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시 헐리우드를 구경하다가 그리피스 천문대 앞 광장까지 왔었는데, 하은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그랬던가 어쨌던가 해서 결국 천문대 건물 안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비록 귀국이 정말 코 앞에 닥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줄을 꼭 붙들고(^^), 마지막으로 LA 나들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오늘은 그리피스 천문대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사진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헐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독사진도 한 번 찍어 주시고...(쯧쯧... 윤요사 저 개털처럼 다 풀린 파마 머리 좀 봐라... 하지만 그래도 여긴 파마 값이 비싸니깐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내 꾹 참아 보련다 ㅋㅋ)

 

다음으로 그리피스 천문대(참! 나만 몰랐던 사실 하나. 그리피스는 사람 이름이란다^^)의 모습. 천문대 건물은 동그란 지붕 탓에 멀리서 보면 마치 무슬렘 사원처럼 보인다^^ 

 

건물 계단 앞에서, 보석 같은 내 딸들의 모습.(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이 보석같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정작 여기가 어딘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영혼 없는 것들을 육체만 데리고 다니며 돈지랄하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랄까? ㅋㅋ)

 

메인 엔터런스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광경.

 

사람들이 빙 둘러선 가운데 위치해 있는 것이 바로 Foucault pendulum인데, 한 박물관 직원이 지구본을 가리키며 이 물체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그 직원의 바로 오른쪽에 매달려 궁뎅이와 다리만 보이는 게 바로 우리 하은이다 ㅋ). 

엄마는 영어가 후달려서, 그리고 영어를 좀 하는 딸 아이는 내용이 어려워서 못 알아듣는 불편한 현실이 서글프다 ㅎㅎ  

 

그리고 Foucault pendulum 위를 보면 천정에 이렇게 멋진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요건 바로 Ballin Ceiling Mural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명을 좀 더 읽어보니 이 벽화를 그린 Hugo Ballin이라는 사람은 유명한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다나 뭐래나^^

 

게다가 천문대 윙의 저쪽 한켠에서는 박물관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번개가 치는 원리에 대해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건만

 

우리 하은이는 여전히 망원경들에만 관심 충만이다. 요즘 어찌나 진짜 망원경을 사서 학교에서 배운 북두칠성(Big Dipper)을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고 난리를 떠는지 모른다(야 이년아! 그런 걸 정말 보려면 얼마나 비싼 망원경을 사야 하는지 알긴 하는겨?ㅋㅋ).

 

사실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당연히 요 '플래터리움 쇼' 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5세 이상만 볼 수 있다는데 그럼 고작 3세인 우리 주은이는 도대체 워쩌란 말이냐! 흑흑...

게다가 관람료도 비싸고 대기 줄도 길어서 나와 남편은 미련없이 이 쇼를 걍 스킵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하은이는 계속 호기심을 보이며 이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뭘 보려고 기다리고 있냐고 자꾸 묻길래, 난 그냥 화장실 가는 줄이라고 뻥치고는 아이 손을 붙잡고 냉큼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려 버렸다 ㅋㅋ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LA 시내의 경관이 아주 장관이다. 하긴 그리피스 천문대하면 젤로 유명한 것이 바로 '야경' 아니겠는가. 

나야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일찍 재워야 하고 또 프리웨이 트래픽을 피해서 얼바인까지 돌아가려면 갈길이 바쁘기 때문에 야경까지 보진 못하지만 낮에 보는 LA 시내의 모습도 내게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야외에 나와서도 여전히 망원경만 열심히... 그런데 얘들아! 그거 너무 열심히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단다. 그거 돈 넣어야 보이는 건데 엄마가 돈(겨우 50센트지만)을 안 넣어줘서 사실 아무것도 안보이지 않니? ㅋㅋ

 

그리고 한 켠에는 이렇게 패티오가 만들어져 있어 뻥 뚤린 주변 경관을 보면서 맛있는 차 한잔, 그리고 가벼운 스낵 한 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훌룽히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아이들의 손을 잡아 끌면서 잔디에 앉아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바나나와 우유를 대충 꺼내 주고 말았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엄마도 낭만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란다. 하지만 이렇게 푼돈이라도 아껴서 엄마는 꼭 토리버치 구두 한 짝이라도 더 사가지고 귀국하련다 ㅋㅋ   

 

이젠 아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저 돔 지붕에 대해서 파헤쳐 볼 시간이다.

 

첨에 나는 그냥 장식용으로 지붕을 둥글게 만든 줄로만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무슨 태권브이가 나올법한 로봇 창고처럼, 지붕의 일부분이 저렇게 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저 돔 지붕 안에는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단다. 그러니 그것으로 하늘을 관찰할 때에는 저렇게 지붕이 쫙~ 열려 줘야 하는 건 기본 상식이고... 어쨌든 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유리 너머로 요로코롬 무시무시하게 큰 기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런데 이쯤되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이것저것 자꾸만 물어보는 하은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평소 손목이 아프다고 잘 끌지도 않던 유모차에 얼른 주은이를 실은채 천문대 앞 잔디밭을 하릴없이 돌아 다니며 남편과 하은이가 나올 시간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ㅎㅎ

 

어쨌든 오늘 내가 그리피스 천문대를 둘러 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라 한다면, 이곳은 무슨 대단한 천문 지식을 보여 주기 위해 지은 초현대식 천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그리피스 천문대의 입장료가 무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라도 넓다란 건물 앞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놀 수 있고 혹은 건물 2층으로 올라가 차 한잔 마시며 LA 시내 구경을 할 수도 있는 LA 시민의 친구와도 같은 친근한 장소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하은이는 우리 가족이 이렇게 영구귀국을 앞두고 그리피스 천문대에 잠깐 왔었던 사실조차도 금방 잊어 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먼 훗날, 이 엄마가 예전에 작성한 글들과 사진들을 보며 그 잊혀진 기억을 쥐어 짜내려 노력하게 되겠지^^

하지만 하은아! 이 엄마는 걱정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을 찾아온다면 보다 친근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플래터리움 쇼도 관람하고 또 어쩌면 연인과 함께 와서 저 근사한 패티오에 앉아 따뜻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로맨틱하게 같이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을거야. 

왜냐구? 넌 어릴 적에 이미 엄마 아빠와 함께 이곳에 와 봤으니까, 그래서 그 느낌 아니까! 그치?^^  

Posted by 모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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